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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그들만의 우정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6-03-23

<글로리데이>의 김준면(수호), 지수

김준면, 지수(왼쪽부터).

지수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2 <한공주> 2010 단편 <소년은 괴롭다>

드라마 2016 <드라마 스페셜-페이지 터너> 2016 <보보경심: 려> 2015 <발칙하게 고고> <앵그리맘>

김준면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3 <세이빙 산타> 목소리 연기

스무살 청춘들의 가장 찬란했던 낮은, 가장 고통스러운 밤으로 이어진다. <글로리데이>는 친구의 군입대를 앞두고 포항 바닷가로의 일탈을 감행한 네 친구의 뒤를 쫓는 영화다.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도리어 살인사건에 휘말린 이들은 짧은 시간 동안 ‘어른’과 ‘우정’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스무살의 문턱에서 겪게 된 처절한 성장통을 조명하는 작품인 만큼 영화는 어둡고도 비정하지만,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네 청춘배우의 존재감만큼은 영화의 제목처럼 찬란하게 빛난다. 그중에서도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인물, 용비와 상우를 연기한 지수와 수호(김준면)를 만났다. 실제로도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두 배우에게 물었다. 영화에 대해, 그들의 우정에 대해.

-<글로리데이>에는 각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김준면_개인적으로 지금, 이 순간의 모습으로 청춘영화를 꼭 한번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던 중 <글로리데이>의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너무 재밌더라.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이 영화가 내 필모그래피의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응했다.

지수_<글로리데이> 오디션은 우리 나이 또래 배우들의 이슈 거리였다. 이 영화의 오디션에 많이들 지원했고 그중에서도 준면이 형이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이 영화 하게 돼서 너무 부럽다. 나는 안 되겠지. 이렇게 청춘영화 한편이 날아가는구나.’ (웃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오디션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 역시 대본을 읽자마자 너무 좋았다.

-준면씨의 경우 그동안 아이돌그룹 EXO의 멤버 수호로 활동해왔다. 영화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준면_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하는 건 처음이지만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기에(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09학번이다) 연기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촬영을 준비하며 대학 동기였던 (변)요한이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요한이 형이 당시 <미생> 촬영 때문에 굉장히 바빴을 때였는데도 새벽까지 함께 대본을 보며 상우 캐릭터와 대사에 대해 같이 연구해줬다.

-극중에서 네 친구가 모두 친하지만 용비와 상우의 관계는 좀더 애틋해 보인다. 서로를 더 챙기는 느낌이랄까.

=지수_그런 관계성에 대해 감독님에게도 많이 물었다. ‘용비랑 상우는 언제부터 친구였을까요?’라고. 우리끼리 정하기를, 용비와 상우는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다. 다른 친구들은 중학교 와서 알게 된 느낌이 들더라. 둘은 이전부터 알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속사정과 가정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관계다.

김준면_편집되긴 했지만, 용비와 상우의 과거에 대한 애드리브도 있었다.

지수_네 친구들 가운데서 둘의 친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영화를 보면 용비의 팔이 상우쪽에 기울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미세한 움직임도 신경을 썼다.

-<글로리데이>의 후반부, 용비와 상우가 개울가에서 흐느끼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김준면_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다. 당시에 해는 지고 있었고, 지수가 물속에서 추워서 덜덜 떨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완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었나보다. 감정적으로 격한 장면을 연기하며 대사가 꼬였는데, 지수가 내 손을 잡으며 “형, 지금 괜찮으니까 계속 가자”고 하더라. 그때 정말 감동받았다. 상우만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장면인데도 내 대사를 다 들어주고 신경써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지수_그 말을 들으니 내가 더 고맙다. 상우가 사고로 쓰러졌을 때 용비가 당황스러워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되는 일이 일어난 거잖나. 그 순간만큼은 용비와 상우가 되어 둘 다 엄청나게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네 친구의 우정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용비는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으려 하는 인물이다. 네 인물 중 가장 고뇌가 깊은 인물이기도 하다.

=지수_‘내가 용비였다면 어땠을까’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이성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사람이 과연 어떤 계기로 마음을 돌리겠냐는 거다. 용비가 변하게 되는 건 육체적인 반응과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가만히 있고 싶더라도 누가 꼬집으면 자동적으로 ‘아!’ 소리를 내게 되듯, 용비의 변화도 그런 본능적인 반응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준면씨의 경우 무대 위에서는 아이돌그룹으로 활동해오고 있지만 평소에는 배우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본업과 일상의 풍경이 꽤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준면_두쪽 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한예종 동기들의 경우 남녀 선후배를 막론하고 ‘고뇌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강하다. (웃음) 아이돌 친구들은 웬만해선 스무살이 안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해맑고 순수하다. 재미있는 게, 회사에서는 나이가 가장 많은 형이고 학교에서는 거의 막내였다는 거다. 학교에서는 막내로 예쁨받으며 해맑게 있었던 것 같고, 회사에서는 또래보다 형의 입장이다보니 데뷔를 해야 하는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더 말수가 적어지고 진지한 모습이 되었던 것 같다.

-지수씨와 준면씨 모두 서현우, 변요한, 이동휘, 류준열 등 이른바 ‘요하니즈’, ‘byh48’이라 불리는 배우 모임의 일원이다. 이들과의 우정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지수_아무래도 요한이 형의 덕이 크다. 형 덕분에 준면이 형과 다른 분들도 처음 만나게 됐다. 준면이 형은 요한이 형과 커피를 마시다가 만나게 됐다. 첫인상은 ‘와, 내가 EXO를 봤구나’ 그런 생각이었는데. (웃음) <글로리데이>를 통해 만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많이 친해졌다.

김준면_나도 요한이 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우리는 만나면 영화, 드라마, 연기 얘기밖에 안 한다. 그래서 의가 상하거나 피해줄 것 없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만 주면서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나 <글로리데이>는 각자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될 것 같나.

=김준면_언제 연기를 시작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중요한 거라고 계속 생각해왔다. <글로리데이>는 정말 모든 걸 제쳐두고 시나리오만 봤을 때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이게 영화배우로서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길 바란다. (웃음) 영화, 정말 하고 싶다. 작은 역할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꼭 좀 써달라.

지수_내가 가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가질 수 있어 행운이었던, 소중한 영화다. 또 좋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게 해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인생영화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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