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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제4회 유럽단편영화제 5월19일부터 열흘간 아리랑시네센터와 KU시네마트랩에서
윤혜지 2016-05-25

제4회 유럽단편영화제가 5월19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와 KU시네마트랩에서 열린다. ‘우리, 가족입니까’ 라는 주제로 유럽의 30개국 37개 지역에서 날아온 41편의 단편영화들이 모였다. 각 영화들은 7개 섹션으로 나뉘어 관객을 만난다. 개막작인 아일랜드영화 <성장>은 이혼 뒤 딸과의 사이가 소원해진 핀탄이 관계의 진전을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올해 영화제의 주제와 연결된다.

가족 내 갈등과 차이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가족놀이’ 섹션의 작품들은 전통적 공동체로서의 가족을 바라보는 현대적 시선을 담고 있다. <아가씨의 날>은 일종의 역할놀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과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외부인 사이의 긴밀한 교류를 보여주며, <믿어줘>는 가족들의 단결로 문제의 해결을 꾀한다. 한 아이가 제대로 된 인간으로 자라기 위해선 가정 내 관계가 중요하다. ‘아이는 언제나 옳다’ 섹션은 여러 유형의 문제를 마주한 아이들이 제각각으로 난관을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아이>에서 사사는 어떤 개인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재기발랄한 방식으로 이 과정을 다룬다. 영화 전체에 깔린 노란 색감도 귀여움을 더한다.

‘벼랑 끝 가족’과 ‘가족의 초상’ 섹션의 영화들은 가족의 균열로 드라마틱한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절망을 극복하려 애쓰는 몸짓들을 담고 있다. <소나기>에서 아버지는 가족들 사이를 흐르는 불편한 기운을 가라앉히려 부단히 노력하고, 또 다른 아버지의 굳은 얼굴로 시작하는 <재즈>는 과거에 대한 해명과 독립을 통해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려 애쓴다. 한 공간 안에서 대사와 배우의 연기만을 활용해 갈등을 키우고 수습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가족의 의미를 확장해 민족과 시민 공동체를 한 가정으로 은유한 영화도 있다. 1992년, 크로아티아 내전이 격렬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문지방>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의 갈등을 지켜봐야 하는 이반과 베스나의 긴장 상황을 그린다. 침묵에 빠진 이반과 베스나의 집안은 크로아티아에서 내쫓긴 세르비아 독립주의자들의 입장을 대신한다.

보다 넓어진 가족의 범주는 ‘가족의 탄생’ 섹션으로 살필 수 있다. <작은 마을>에서 이웃들은 수십년간 비슷한 일상을 공유해왔다. 편안한 날들은 간혹 무료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아주 사소한 변화로도 바뀔 수 있다. 자르지도 않은 머리에서 굉장한 다름을 발견하는 이발사, 허공에 페인트칠을 하는 페인트공,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의사는 앞으로도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서로의 시간들을 나눌 것이다. ‘성장통’과 ‘끝과 시작’ 섹션의 상영작들은 생의 온갖 순간들로부터 오는 아린 순간들을 ‘연결’의 힘으로 치유하는 영화들이다. 그 이어짐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하고 있다. <배고픈 예술가>에서 엄마의 기행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은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하고 <세상의 질서>에서 욕조에 갇힌 줄리아는 자신이 속한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물을 흘린다. 줄리아의 눈물은 괴로운 만큼 줄리아를 자유롭게 한다. <적어도 당신이 아는 것>의 알렉산드라도 제대로 눈물을 터뜨리는 순간 평온의 단초를 얻는다. 스스로 선택해 가질 수 있는 가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족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