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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영화 <비밀은 없다>
씨네21 데일리팀 2016-06-27

<곡성>과는 또 다른 논란이다. <곡성>은 영화의 내용과 결말에 대해 관객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던 작품이라면, <비밀은 없다>는 전반적으로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며 많은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 강하게 적용되는 분야인 만큼 당연히 사람마다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좋고 싫음이 극명하게 나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찾기 위해 먼저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가를 들여다보았다.

평론가들의 ‘좋아요’

<비밀은 없다>를 보고 대개의 관객은 속았다고 느낄 것이다. 분명히 익숙한 장르 이야기라고 믿고 극장을 찾았는데, 정작 영화는 장르적인 소재를 전혀 장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는 매우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저 독특한 호흡을 가진 이야기꾼으로 생각되었던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은 <비밀은 없다>로 충무로에서 가장 놀라운 감독이 되었다. (허지웅 영화평론가)

유괴 사건을 중심으로 한 평범한 스릴러인 줄 알고 보았다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이 관객을 끌고 가는 스토리에 이끌린다. 손예진이 지닌 또 다른 결을 만나는 것을 넘어, '배우의 힘'에 압도당하고 그 감성에 휘둘리게 된다. 장르 영화의 클리셰 사이에 비수가 숨겨져 있는 영화. 예리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예고편을 보고 묵직한 분위기의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당신은 100% 속는다. <미쓰 홍당무>에서 기상천외한 '삽질' 캐릭터를 선보였던 이경미 감독이 이번에는 그 어느 장르에도 묶기 애매한 기이한 형태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분위기에 반하는 코믹 씬이 예측하지 못한 지점에서 튀어나오고, 이질적인 숏과 음악이 끼어들어 <비밀은 없다>만의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것이 누군가에겐 신선한 개성으로, 누군가에겐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으로 보일 수 있겠다. 흥미롭게 바라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비밀은 없다>는 관객이 당황스러워할 만한 지점들을 그럼에도 기어코 밟고 가는 박력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빤한 기획영화들의 홍수 속에서, 호기로운 영화를 만난 기분이랄까.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취재기자)

모든 예상을 비껴간다. 적어도 한국 장편 상업영화에선 아직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 했던 구성이다. 감독의 개성이 장르를 압도해버린 보기 드문 사례. 전체적으로는 불균질한 부조리극에 가까운데, 거칠고 강렬한 불협화음 속에 감독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사방팔방 공명하는 것 같다. 정제된 이미지에 빠지고, 충돌하는 사운드에 홀린다. 굳이 흠결을 찾자면 장르 서사를 연상시키는 제목이야말로 영화의 가장 큰 함정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올해의 발견이라 부르고 싶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관람객들의 ‘싫어요’

소주랑 맥주만 섞으면 되는데 핫식스, 파워에이드, 홍초, 박카스, 커피, 비타민 워터 등등 다 넣었다. 이게 제대로 섞인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번 마시면 잘 들어가긴 한다. 등급도 청불인 만큼, 이제 딱지 떼고 아무거나 섞어 마시는데 흥미 들린 스무 살 같은 영화. (재원)

박찬욱 사단 출신의 감독 이경미의 두 번째 장편 작품인 '비밀은 없다'는 튀어 보이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사춘기 여중생과 같은 작품이다. 한국 스릴러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 스릴러의 장르적인 미덕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의식마저 실종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장우혁)

확실히 범작이다. 감독만의 스타일을 잘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본듯한 연출을 한다. 그것도 스타일 아주 센 감독들의 것들을. 전형적이지 않은 재미는 있는데 그렇다고 만듦새가 좋은 것 같지도 않다. 특유의 장점이라면 여배우의 연기를 폭발할 정도로 끌어낸다는 것. 감독의 전작인 <미쓰 홍당무>를 봐야 할 것 같다. (freddi)

처음부터 끝까지 과잉으로 시작해 과잉으로 끝을 맺는 본격 '손예진 여우주연상 사수 프로젝트'. 전작에서 보였던 감독의 개성은 사라지고 박찬욱 감독처럼 되고 싶은 누군가의 복제된 개성만이 남아있다. (최현진)

<비밀은 없다>, 논란은 있다

이 영화의 예고편이나 초반 내용을 보면 도달 지점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여타 정치 스릴러물들처럼. 하지만 영화는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곳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어? 이쪽으로 가야 하는데? 이럴 것 같았는데?’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전개의 소용돌이 앞에서 관객들은 길을 잃고 미로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그 미로 안에서 길은 두 가지로 나뉜다. ‘호’ 쪽과 ‘불호’ 쪽으로.

‘호’를 선택한 이들에게는 영화가 보여주는 내용이 모두 놀라움의 연속이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반대로 ‘불호’를 택한 이들은 결말로 향하는 길 자체가 불쾌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을 뒤죽박죽 모두 섞어놓은 것만 같고, 결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전형적이지 않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장르,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영화에 삽입된 음악 등. 또한 10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 넣다 보니 내용도, 장면전환도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자연스레 영화의 호흡은 빨라지고,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나올 때마다 혼란스럽다. 영화의 내용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영화가 연홍(손예진) 시점에서 계속 진행되니, 어느새 보는 사람 또한 스크린 안으로 끌려 들어가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반면 새로운 것은 낯설다. 그리고 불편하다. 낯선 것을 마주했을 때 기분 좋은 당혹감을 느끼느냐, 기분 나쁜 분노를 느끼느냐.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나뉘는 이유는 그 차이에서 오는 호오인 듯하다.

누군가에겐 수작이 될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졸작이 될 수도 있는 영화 <비밀은 없다>. 무플보단 악플이라지 않나.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자체가 어쩌면 꽤 괜찮은 영화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당신은 호/불호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가? 직접 극장을 찾아 확인해보는 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덧붙이자면 나는 '호'의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