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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물고 물리는 혼돈의 장 <아수라>
송경원 2016-09-28

<아수라>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구린 일을 뒤처리하는 하수인이다. 도시 재개발을 둘러싼 이권을 독식하려는 박성배와 부패시장을 잡아넣으려는 검찰과의 다툼이 계속되던 어느 날,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한도경의 약점을 이용해 박성배의 범죄 증거를 캐려 한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도경은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낸다. 시장과 검찰 양쪽에서 압박을 받던 도경은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려 발버둥치지만 믿었던 후배까지 점차 자신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며 입지가 좁아져갈 뿐이다.

한쪽은 꿀을 주고 한쪽은 독을 들이민다. 둘은 종종 뒤바뀌거나 섞이기도 한다. 적과 아군 없이 살아남기 위해 물고 물리는 혼돈이 이어지고 끝내 ‘아수라장’이 완성된다. <아수라>는 죽기 전엔 벗어날 수 없는 지옥도, 그 한 장면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다.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마치 멕시코 마약 카르텔 소재의 갱스터영화에서 볼 법한 설정이 전개된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한폭의 지옥도를 뽑아내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고 희생시킨다는 인상이다. 다만 끝내 완성시킨 지옥도는 끔찍하다기보다는 답답한 쪽에 가깝다. 각 인물의 사연이나 드라마를 늘어놓는 대신 폭력적인 상황과 장면 묘사에 집중하는데 종종 빼어난 순간들이 보이긴 해도, 매 장면 쉼표 없이 힘을 주니 진이 빠지는 기분이다. 물론 인상적인 시퀀스가 꽤 있다. 폭우 속의 카체이싱 장면은 신선하고 충격적인 앵글을 여러 차례 선보이고 최근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강렬한 부감숏도 과감히 사용한다. 그럼에도 무엇을 위해 이토록 힘겹게 밀어붙이는지 알 길 없는 서사는 결국 전시와 과시의 폭력, 그 동어반복의 나열에 그치고 만다. 액션의 힘과 누아르의 정서, 두 가지만으로 갈 수 있는 한 끝까지 가보고자 한 의도는 명확하고 일정 정도의 성취도 있다. 하지만 과도하고 공감하기 힘든 설정과 둔탁한 전개로 인해 관객의 멱살까지 잡아채는 데에는 실패한다. 빼어난 장면을 조립한다고 빼어난 영화가 되는 건 아니란 걸 새삼 증명한, 최근 한국영화의 어떤 경향을 감지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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