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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 <자백>
정지혜 2016-10-12

<자백>

탈북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는 간첩 혐의로 수감됐다. 간첩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여동생 유가려씨의 자백이다. 유가려씨는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6개월간 갇혀 감시받고 구타당했다. 회유를 빙자한 강압과 폭력은 그녀를 공포에 떨게 했고 결국 그녀가 ‘오빠는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하게 한다. 자백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이다. 카메라는 곧장 시선을 확장한다.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다 자살한 탈북자,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중앙정보국에 끌려가 폭행당한 뒤 심신에 병을 얻은 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들 모두 무죄였지만 누구 하나 사과받지 못했다.

<자백>은 MBC <PD수첩> 최승호 전 프로듀서가, 해직 언론인들이 조직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만든 첫 번째 극장용 다큐멘터리다. ‘한국 사회의 누가, 어떻게, 왜 간첩을 만드나’가 이 영화의 질문이다. 탐사저널리즘답게 끈질기게 추적해간다. 유우성씨 사건의 담당 검사, 유가려씨의 조사관, 대공수사국장이던 김기춘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찾아가 증거 조작과 가혹 행위에 대해 묻는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거나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만 있게 되는 이 사회의 고질적이고 괴악한 시스템의 초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죽어서 묘지로만 남았거나 얼굴 공개의 부담으로 음성으로만 존재한다. 그들을 이렇게 만든 책임자들을 어떻게든 카메라 앞에 세워 ‘자백’하게 하려는 집요한 시도야말로 <자백>의 전략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과 넷팩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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