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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슴 밑바닥까지 뜨거워지게 하는 그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장영엽 2016-12-07

한때 목수였던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는 심장에 이상이 생겨 잠시 일을 쉬게 된다. 실업급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간 관공서에서는 컴퓨터 사용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다니엘에게 인터넷을 이용해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그를 절망케 하는 건 비단 인터넷뿐만이 아니다. 관공서의 비효율적인 매뉴얼, 다른 부서로 일처리를 떠넘기려는 공무원들, 당장의 생존이 절박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복지제도의 벽을 절감하며 다니엘은 조금씩 무너져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관공서에서 공무원과 말다툼을 하는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를 만나게 된다. 가족을 잃어 혼자가 된 다니엘과 의지할 곳 없는 케이티는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온정을 나눈다.

켄 로치 영화는 대개 현실을 에둘러 보여주는 법이 없다. 그가 그려낸 자본주의 영국 사회의 초상은 21세기의 빠른 속도감을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진 사람들의 애환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브리티시 시네마의 거장에게 더 중요해 보이는 건 현실에 대한 비관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낙관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시스템이 결코 포착해내지 못하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하는 영화다. 다니엘은 아름다운 목공예품을 만드는 손재주 좋은 목수이고, 케이티는 낯선 사람에게도 온정을 베풀 줄 아는 따스한 마음씨를 지녔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 역시 제도권에 속한 공무원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결국 해법은 사람에게 있다는 전언. 켄 로치의 영화는 언제나 가슴 밑바닥을 뜨거워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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