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기까지의 과정 <문라이트>
이예지 2017-02-22

마이애미에 살고 있는 샤이론(알렉스 히버트)은 ‘리틀’이라고 불리는 작고 마른 흑인 소년이다. 내성적이고 말수 없는 그는 반 아이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받기 일쑤다. 어느 날 아이들의 괴롭힘을 피하려던 리틀은 후안(마허샬라 알리)의 창고로 들어가고, 그와 가까이 지내게 된다. 그는 마약 중독에 감정 기복이 심한 엄마(나오미 해리스)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지지해주는 후안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2막, 10대 청소년이 된 샤이론(애슈턴 샌더스)은 유일하게 자신을 무시하지 않는 친구 케빈(제이든 파이너)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를 괴롭히는 패거리는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 시간이 흐르고, 근육질 체격에 금니, 금목걸이까지 하는 등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의 성인이 된 샤이론(트래반트 로즈). 하지만 어느 날 케빈에게서 한통의 전화를 받은 그는 마치 다시 예전의 숫기 없는 소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푸르스름한 달빛과 소년 샤이론의 오롯한 두눈, 고조되는 바이올린 선율로 오래도록 기억될 영화다. 샤이론의 삶을 3막 구조로 구성한 영화로, 샤이론을 나이별로 세 배우가 연기했다. 세명이 한 인물을 연기함에도 샤이론은 온전히 한 인물로 보인다. 10대에서 성인이 되며 외형이 달라진 후에도 그의 영혼은 그대로인 것만 같다. 성 소수자인 소년이 온전히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결정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영화는 그 생의 호흡을 찬찬히, 그러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뒤쫓는다. 그 과정에서 배리 젠킨스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은 빛을 발한다. 샤이론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때론 고요하게, 때론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감정들을 두눈으로 비추어낼 뿐이지만, 그의 심정을 헤아리는 덴 그걸로 충분하다. <문라이트>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기도 전에 싹튼 풋풋한 감정과 외부의 억압으로 인한 정체성 부정, 그리고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한 결로 재현한다. 제74회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