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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대기업 불공정거래 관행 시정명령조치 취소 판결에 반론이 필요한 이유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행하는 <한국영화> 85호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의 “상영·배급 분리, 독과점 개선의 시작이다”라는 글이 실렸다. 안철수·도종환 의원이 각기 대표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의 배급-상영간 겸업 금지 및 스크린상한제 도입이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독과점을 해소하고 공정한 산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제협의 주장이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불공정거래 관행이 영화산업 내부에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2014년 시정명령조치를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시정명령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열회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하여 상영 회차, 상영관 규모, 극장 예고편, 현장 마케팅 등의 거래조건 또는 거래내용을 현저히 유리하게 제공하는 방법으로 차별적으로 취급하여서는 아니된다”(공정위 의결 2015-125)는 것이며 여기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런데 해당 시정명령과 관련하여 지난 2월 15일 선고된 고등법원의 판결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하는 것이었다. “계열회사를 유리하게 할 목적 및 공정거래 저해성 등”과 관련하여 공정위가 열거한 불공정거래 행위들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교육운영위원회 전문위원의 법안검토보고서(2.13)에 따르면, 배급·상영 분리와 관련해 “하나의 기업집단이 투자·배급업과 상영업을 겸영하는 것은 충분히 불공정한 행위가 가능한 경영 구조라고는 할 것이나, 이미 기존 제도하에서 합법적으로 배급업과 상영업을 겸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새롭게 대기업의 겸영을 금지하는 규제법을 신설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평등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기존 법 제도하에서도 충분히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그 밖에 한·미 FTA 협정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개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이다.

“영비법 개정안과 상영·배급 분리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영화산업 전문가로서 영화계에 산재한 불공정거래 관행을 해결할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는 제협의 주장은 되돌려져야 한다. 최소한 법원 판결에 대항하는 사실관계에 대한 통계와 증거들이 더 제시되거나 전문위원이 지적하는 사항에 대한 반박논리를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2월 자료가 있는데 4월 선고에서 반론도 없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 설득’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