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맥도널드의 실제 탄생 스토리 <파운더>

세일즈맨 레이(마이클 키튼)가 밀크셰이크용 멀티 믹서를 들고 다니며 홍보 멘트를 유창하게 읊는다. 전국을 떠도는 노력에 비해 그의 판매 실적은 영 신통치 않다. 비서 준(케이트 닐랜드)으로부터 한곳에서 6개의 믹서를 주문받았다는 말을 듣고 그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당연하다. 이상한 이끌림에 먼 길을 달려 주문처로 가봤더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창구에서 주문하면 순식간에 음식이 포장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거다. 기존의 드라이브인 레스토랑 시스템에 비춰볼 때, 이것은 천지개벽에 가까운 혁신이다. 공동점주인 맥(존 캐럴 린치)과 딕(닉 오퍼먼) 형제의 안내로 주방을 가까이서 보게 된 레이는 가게의 시스템에 더 깊이 매료된다.

전세계적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의 실제 탄생 스토리에 바탕을 둔 <파운더>는 패스트푸드점이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있는 지금과는 너무 다른 풍경의 1950년대 황금시대로 관객을 안내한다. 맥도널드 형제가 시스템을 확정하기 전, 바닥 위에 분필로 선을 그리며 가장 효율적인 주방 배치를 연구하는 장면은 마치 유명 구단의 전략회의에 동석한 듯한 흥분을 안겨준다. 이를 바탕으로 10여명의 직원들이 펼치는 시뮬레이션 동작은 영화 속 표현 그대로 한편의 발레를 보는 듯 아름답다. 매번 똑같은 맛과 모양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행위는 무성의한 획일화가 아니라 무대마다 똑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무용수의 정확성처럼 보인다. 이렇듯 <파운더>는 시대의 풍경을 현대의 눈이 아니라 그 당시의 눈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세이빙 MR. 뱅크스>(2013), <블라인드 사이드>(2009) 등을 연출한 존 리 행콕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오고 있으며, 거대한 업적이나 시스템보다 늘 사람을 앞세움을 알 수 있다. 마이클 키튼을 통해 표현된 주인공 레이 크록은 맥도널드 형제를 상대로 한 파렴치한 작태에도 불구하고 꽤 인간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 인간적인 면모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지 영화는 동시에 조명한다. 비판과 경탄 사이에서 인물의 행동이나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게 만드는 카메라의 절묘한 거리감이 인상적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