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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소설 <82년생 김지영> 영화화하는 봄바람 영화사 박지영, 곽희진 대표
정지혜 사진 최성열 2017-06-29

박지영, 곽희진 대표(왼쪽부터).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평범한’ 82년생 여성인 (이름 역시 ‘평범한’) 김지영씨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은 피로, 혼란, 좌절, 그리고 어떤 희망의 순간들을 엮어낸 르포르타주 같은 소설이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후 19쇄 이상을 찍을 만큼 독자, 특히 여성 독자들의 지지를 이끌었다. 시의적절하게 도착한 이 소설을 발빠르게도 자신들의 창립작으로 내세운 이들이 있다. 봄바람 영화사의 박지영, 곽희진 두 여성 공동대표다. 각각 1979년생, 1984년생인 이들은 “82년생 김지영씨가 우리의 딱 중간 나이”로 “82년생 김지영씨의 삶을 격하게 공감”했으며 “더 넓은 세대의 여성들에게도 충분히 호소력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올해 초 소설의 판권 계약을 마쳤고 현재 각색 작업을 함께할 시나리오작가를 물색 중이다. 내년 여름께 제작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박지영, 곽희진 두 사람은 싸이더스에서 3년여간 함께 일한 직장 동료였다. 광고학을 전공한 박지영 대표는 “광고 대행사, CJ E&M 한국영화 마케팅팀, 싸이더스를 거치며 10여년간 영화 마케터”로 일했다. 곽희진 대표는 “드라마 제작을 주로 하는 삼화네트웍스와 일본 <TV아사히> 등에서 판권과 IP 관리 업무”를 해왔다. 지난여름께 ‘영화를, 회사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 “콘텐츠를 기획해 어떻게 선보일 것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경험이 시너지가 되지 않을까”(박지영)라며 의기투합하게 됐다.

봄바람의 지향은 사명 그대로다. “둘 다 피가 낭자하는 고어물을 못 본다.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기분 좋은 드라마 장르물을 선호한다.”(박지영) 선정릉에 사무실을 열고 기획개발에 몰두 중이다. “요일별 업무를 만들었는데 그중 ‘수요 기획’이 가장 중요하다. 각자 기사 검색, 오리지널 시나리오 개발, 원작 소설이나 리메이크 가능한 작품 등을 가져와 소개하고 논의 후 합의한다.”(곽희진) <82년생 김지영>도 수요 기획에서 발굴됐다. 생동하는 봄기운을 담은 영화를 만들자는 큰 그림 속에서 <82년생 김지영>의 각색 방향도 그려진다. “원작의 결말은 ‘(이상증세를 보이던) 김지영씨가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부분이 없다. 김지영씨가 좀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며 이 아이템을 택한 만큼 결말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볼 것”(박지영)이라 귀띔한다. 두 사람의 바람은 이렇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제작자의 좋은 기획력이 중요해지길 바란다. 특히 남성 제작자가 훨씬 많은 데다 또래 여성 제작자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의미 있는 작품인 <82년생 김지영>을 하게 됐으니 잘 만들어야겠다는 즐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김영갑의 사진과 수첩

“퇴사 후 얼굴에 뾰루지가 없어졌다! (웃음)” 회사 생활의 피로에 대해서라면, 소설 속 김지영씨만큼 박지영 대표도 공감한다. 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 박지영 대표는 “김영갑 사진작가의 제주도 사진을 시선 닿는 곳곳에 두고 자주 봐왔다”고 한다. “혼자 다녀온 첫 여행지인 제주”를 생각하다 보면 절로 환기가 된다. 신기하게도 봄바람을 차린 뒤엔 사진 보는 횟수가 줄었다고. 곽희진 대표는 손안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수첩을 내보인다. “‘수요 기획’이 은근 부담이라. (웃음) 수첩에 생각나는 아이템, 관심 가는 배우, 봐야 할 책을 틈틈이 적어둔다. 손으로 직접 쓰는 게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감성을 불러온다.”

봄바람 영화사 창립작 <82년생 김지영>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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