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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맑은 수채화 같은 풍경 속에서 소년은 자란다

맑은 수채화 같은 풍경 속에서 소년은 자란다. 붉은 란도셀을 멘 소녀가 서울에서 전학을 오지만 외롭고 몸이 약한 소녀는 시냇가에서 홀로 시간을 보낸다. 소년은 시냇가 돌다리 앞에서 갈 길을 가지 못한 채 멀찍이 서서 소녀의 외로움을 헤아려본다. 어느 날 우연히 원정을 떠나게 된 소년, 소녀는 초가을 소나기가 지나던 한때 서로를 의지하며 온기를 나눈다. 평화롭고 고요한 시골 마을이지만 시대의 퇴락과 삶의 슬픔은 이곳을 비껴가지 않는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과 함께 소년의 성장과 순수의 훼손을 다룬 대표적 단편소설이다. 담백하고 서늘한 문체의 원작이 품은 한국적 서정성을 화면에 온전히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암시와 생략을 통해 은은하게 마음의 동요를 자아냈던 문체의 특징과 여백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감수성까지 스크린에 살려내기 위해 고심한 감독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소중한 날의 꿈>(2011)을 연출했던 안재훈 감독은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을 모토로 한국 근대문학의 주옥같은 단편들을 차곡차곡 작품화하고 있다. <소나기>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에 이어 만들어진 한국 단편문학 시즌 두 번째 작품이며, 올해 김동리의 <무녀도>까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안재훈 감독은 원작 소설을 각색하되 보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이는 풍경으로 제시하는 데 주력하는 듯 보인다. 들꽃이 난만한 들판과 맑은 개울이 흐르는 풍경 속에 인간을 배치하되 최대한 인위성을 배제한 채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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