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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어디세요> 영하 50도 극한의 땅 캄차카에 숨겨진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
곽민해 2017-11-08

러시아 극동 지역의 캄차카반도. 이름도 생소한 미지의 땅에 한국말을 쓰는 2천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1947년부터 1949년까지, 소련의 노동자 모집에 지원해 타국으로 건너온 조선인과 그 자손들이다.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이들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그 기회를 잃고 머나먼 땅에 뿌리를 내렸다. 정수웅 감독은 1995년 캄차카반도를 방문해 MBC 다큐멘터리 <잃어버린 50년, 캄차카의 한인들>로 이들의 사연을 알렸다. 이후 2011년과 2016년 캄차카반도를 다시 방문, 세 차례의 여정을 엮어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캄차카 반도 내 엘리조보 마을부터, 노동자들을 실은 배가 도착했던 항구, 목재소가 있었던 강변 등지를 따라 소개하는 조선인 노동자의 사연은 절절하다. 포항 출신으로 결혼식 참석차 만주에 들렀다 휴전선 때문에 소련에 온 손진택씨, “꿈에도 조선이 보인다”는 임양한씨, 고향집의 누각 모양을 따 묘비를 만들어둔 전상수·송유득 부부 등 이들의 사연엔 역사가 남긴 상흔이 짙다. 동시에 영화는 혹독한 추위와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일했던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소련에는 이들의 입국이나 사망에 관한 공식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철저한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들의 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정수웅 감독은 1994년 <NHK> 아시아다큐멘터리 대표작가상, 1998년 제10회 PD상 작품상, 2005년 독립제작사협회대상 연출상 등을 수상한 다큐멘터리계의 선구자. 한반도를 중심으로 역사 속의 개인을 관찰해온 그의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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