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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실제 일본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
이화정 2017-11-15

<카모메 식당>(2006)의 헬싱키나 <안경>(2007)의 가고시마 북단 요론섬은 다른 대륙이지만 같은 채도의 공간이었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힐링’ 필터를 통과하는 순간, 세상의 어디든 비슷해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5년 만의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감독을 향한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작품이다. 그는 이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각각의 자리에 배치하는 대신 하나의 관계로 적극적으로 엮어나간다.

영화는 11살 어린 소녀 토모(가키하라 린카)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대낮에도 어둡고 어지러운 집,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토모에게 이 쓸쓸함은 별스럽지 않다. 엄마는 어느 날 집을 나갔고, 이 역시 토모에게 낯설지 않은 일이다. 외삼촌 마키오(기리타니 겐타)는 보호를 자처하는데, 그의 집에는 연인이자 트랜스젠더인 린코(이쿠타 도마)가 함께 살고 있다. 토모가 외삼촌이 ‘특이한 사람’으로 언급한 린코를 받아들이고 애정을 받으며 특별한 관계로 발전해가는 사이 이들은 어느새 ‘진심’의 관계가 되어간다. 토모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린코를 막 대하는 이들을 향해 대신 화를 내기도 하고, 또 린코처럼 참는 법을 배우기도 하며, 그렇게 성장해나간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실제 일본에서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어린 토모를 버리고 간 토모의 엄마는, 딸이 되려는 아들을 전적으로 이해해주는 린코의 엄마와 대조적이거나 적대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싱글맘 모두 거대한 도쿄에서 소외된 인물이자 이 도시를 버텨야 할 버거운 짐이 있는 존재들이다. 영화는 계산하지 않은 진심들만이 이 차가운 도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린코가 긴 세월, 편견의 시선에 맞서는 대신 분노를 삭이는 방법으로 택한 뜨개질은 이 영화에서 때로 적극적으로, 혹은 공기처럼 배치된다. 하나하나의 조각을 엮어 만든 퀼트 담요처럼, 영화 속 따뜻한 메시지가 한올도 흐트러짐 없이 전달된다. 배우들의 연기가 따로 지면을 빌려 풀어내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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