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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기묘하고도 아름다우며 시적인 영화
장영엽 2017-11-29

헝가리 여성 감독 일디코 에네디의 18년 만의 복귀작.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고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헝가리의 특별한 감수성을 체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축 도축 공장에서 관리자로 일하는 엔드레(게자 모르산이)와 고기의 등급을 매기는 신입사원 마리어(알렉상드라 보르벨리)에게는 믿을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밤새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이다.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꿈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엔드레는 과거 경험한 마음의 상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마리어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다. 영혼의 소통을 넘어 육체의 교감을 원하는 두 사람의 바람은 번번이 좌절된다.

일디코 에네디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일견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두 남녀의 무미건조한 일상과 사슴 한쌍이 설원을 배회하는 서정적인 풍경이 교차하는 이유를 우리는 영화가 시작한 지 30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전자는 엔드레와 마리어의 현실, 후자는 그들의 꿈을 대변한다. 살아 있는 존재들의 죽음이 공기처럼 만연하는 두 남녀의 일상과 반대로 그들의 꿈은 아름다운 서정성과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잔혹함과 아름다움의, 꿈과 현실의, 육체와 영혼의 충돌과 상호작용이 빚어내는 기묘한 관계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예기치 못한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소통과 치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우며 시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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