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학과 내에서도 연기학을 다루는 학과의 기본 체계는 전통적으로 연극과 영화, 뮤지컬 등의 분야를 세분화해서 커리큘럼을 운용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국내 최초로 연극전공을 둔 중앙대학교의 체계를 예로 들어보자. 중앙대학교에서는 공연영상창작학부 내에 문예창작, 연극, 영화, 사진, 무용, 공간연출을 두어 영화와 연극을 따로 구분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대신 연극과 별개로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인재를 기르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연영상창작학부와 별개로 글로벌예술학부를 따로 개설한 바 있다. 실용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예술학부에서는 TV방송연예전공을 세분화해 국제적 감각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미래의 TV미디어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대중예술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학과 과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곳의 학생들은 실전 교육 중심으로 드라마와 방송 전반의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게다가 방송 중심의 연기와 스토리텔링, 연출 등의 분야도 공부하게 되는데 세부 전공 분야가 방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진로에 있어서 방향을 설정하기가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전통에 충실한 학과도 있다.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연기 체계, 스즈키 메소드, 뷰포인트 콤포지션 메소드 등의 기본을 충실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은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의 연극전공이 대표적이다. 영화에 특화된 연기를 가르치는 곳으로 대표적인 학과는 건국대학교 영화애니메이션학과다. 이곳은 많은 대학이 무대연기에 집중하는 반면, 오직 영화에 특화된 연기를 지향한다. 학생들은 강의 때마다 카메라 앞에서 스크린연기를 직접 해보며 테크닉을 배울 수 있다. 이곳의 교육 방침 자체가 실습 교과를 강도 높게 운영한다는 것에 있으므로 학생들은 실제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KU시네마테크를 갖춘 점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학교가 마찬가지겠지만 실제 극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영할 수 있다는 것이 영화든 연극이든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경험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기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파트는 뮤지컬이다.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내의 뮤지컬전공,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뮤지컬과 등에서는 타 대학과의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제공함으로써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영상학과 학생들에게 진짜 경쟁력은 콘텐츠라며, 콘텐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거의 같은 무게로 연기학과 지망생들에게 필요하다 여겨지는 덕목은 스스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과들이 시대의 흐름을 좇기보다 전통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그러하다. 연기의 기본기, 즉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함은 앞으로 평생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표현하는 연기를 업으로 삼아 살아야 한다면 반드시 넘어서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연기학과에서 이러한 훈련을 1학년 과정에서 습득할 수 있게 해준다. 고전적인 연기의 기본을 보여주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을 많이 챙겨보고 교양을 쌓아두는 노력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치기로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형 실기 시험에서도 실제로 면접관들은 기본 소양과 학생의 진심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을 향한 탐구가 어느 정도 끝났다면 해당 방향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트렌드에 뒤처지는 채로 오래된 옛것만을 추구한다고 발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 자신의 개성과 시대의 흐름, 연기의 기본기를 두루 갖출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만약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하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도 없다. 내게 부족한 무언가를 강화시켜줄 학교를 찾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