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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총알을 그대에게> 마르코 마네티 감독 - 사랑을 방해하는 이는 친구가 아니지
사진 최성열김소희(영화평론가) 2017-12-21

12월 8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17 베니스 인 서울’ 상영전이 10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개막작 <사랑과 총알을 그대에게>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범죄와 뮤지컬을 접목한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냉혹한 킬러 치로가 우연히 첫사랑 파티마와 재회하면서 조직을 등지게 되는 과정이 주된 서사다. 개막에 맞춰 마르코 마네티 감독이 시나리오작가 미켈란젤로 라 네베와 한국을 찾았다. 전작 <나폴리의 노래>(2013)를 찍으면서 나폴리의 매력에 푹 빠진 뒤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나폴리를 풀어낸 이 작품은 나폴리 사람보다 나폴리를 잘 묘사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장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감독은 서울에 관해서도 호기심이 많은 듯 보였다. 인터뷰에서도 서울의 매력을 열변하던 감독은 며칠 뒤 시네토크 자리에서 마침내 서울의 로케이션 후보지를 발견했다고 관객 앞에 공언했으니, 정말 이들의 다음 영화에 주요 장소로 서울이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야기에 착안한 계기는 무엇인가.

=전작으로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나폴리의 노래>를 만들었다. 만들다보니 나폴리를 잘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나폴리는 활기와 즐거움, 음악이 넘치는 도시다. 초반 스캄피아 지역을 투어하던 관광객이 위기에 빠지는 이야기를 약간의 장난기를 섞어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통해 관객이 보는 나폴리의 진부함을 놀리는 동시에 우리만의 나폴리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잠시 로케이션을 위해 스캄피아 지역을 방문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싶다. 나와 시나리오작가인 미켈란젤로, 포토그래퍼 등이 동행했는데 위험한 지역임을 알고 있는 터라 은근히 걱정이 됐다. 장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는데, 갑자기 ‘붐’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동행자 중 유일한 나폴리 사람이었던 포토그래퍼는 너무 놀라 자동차 뒤로 숨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맞은편 댄스스쿨에서 북을 쾅 하고 치는 소리였다. (좌중 웃음) 편견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컨테이너가 쌓인 항만, 수산물 채집공장 등 주로 좁은 장소를 활용한 액션이 돋보였는데.

=위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도망치기 어려운 좁은 장소를 통해 범죄 세계라는 것이 도망치기 어렵다는 은유를 담았다.

-‘007’ 시리즈 등 몇몇 영화들이 직간접적으로 인용된다. 중국 핑야오국제영화제(PYIFF)의 마르코 뮬러 디렉터는 이 영화가 두기봉 영화를 레퍼런스 삼았으며, 오우삼에게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라 평하기도 했는데.

=나와 동생 안토니오가 워낙 홍콩영화를 좋아한다. 그 때문에 의도하거나 인식하지 않은 유사성이 있을 수는 있겠다. 영화를 통해 홍콩 범죄영화의 분위기를 이탈리아적인 감성으로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늘 있다. 이번 영화는 액션, 센티멘털한 것, 유머를 극대화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사랑의 자유가 중요했다. 사랑을 방해하는 이는 친구가 아님을 표현하려 했다. 영화에 인용되는 ‘007’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영화광으로 등장한 돈나 마리아라는 캐릭터가 좋아한다.

-그렇다면 돈나 마리아가 ‘007’을 좋아하도록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에는 두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돈나 마리아와 남편 돈 빈센조, 그리고 파티마와 치로다. 돈나 마리아와 파티마는 판타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돈나 마리아가 영화에 빠져 있다면, 파티마는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려 한다. 범죄 세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인 치로와 달리 파티마는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범죄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여긴다.

-치로의 죽음이 트릭이었음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일일이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장면을 통해 손쉽게 보여주려 했다. 앞서 말한 파티마의 성격,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삽입된 장면인데,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니 파티마가 남성들의 행위를 희화화하고 놀린 거라는 생각도 든다.

-장면이 뮤지컬로 전환될 때 몰입이 깨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관객이 현재 진행 중인 내러티브에 거리를 두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나.

=뮤지컬 장면을 삽입한 건 30분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5분 내외의 노래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단순한 의도였다. 얘기한 부분은 아마도 영화에서 음악이 진지하게 사용되었기보다는 가볍게 사용되었다는 맥락과 연관된 것 같다. 나는 영화 자체를 가볍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음악이 영화를 좀더 가벼운 극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너무 진지하게 본 것 같을 텐데, 결국 당신의 영화는 뮤지컬을 통해 리얼리티와 환상을 오가며 영화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 질문한다고 여겨진다.

=(웃음) 일반적으로 현실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진지한 영화가 있다. 반면 현실의 중요함을 말하기 위해 꿈을 꾸게 하는 영화도 있다. 꿈을 꾸게 하면서도 현실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임무가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친형제인 안토니오 마네티와 마네티 형제라는 이름으로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한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영화를 연출하는 것은 개인적인 작업이다. 이를 공동으로 한다면 서로 생각이 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생각의 유사성은 결국 자라온 환경의 유사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함께 작업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켈란젤로 라 네베 작가와 함께 작업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는 <나폴리의 노래>부터 함께 작업했다. 이후 TV시리즈도 함께했다. 내가 말로 하는 데 능하다면 미켈란젤로는 쓰는 데 능해 서로 보완이 된다.

-영화와 TV를 오가며 작업 중이다.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영화를 찍든 TV시리즈를 찍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엔 변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체와 관계없이 즐겁게 작업한다.

-현지 흥행의 이유를 자평한다면.

=(웃음) 대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가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드는 동안 나의 전부를 영화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은 무엇인가.

=내년 3월부터 TV시리즈물을 촬영할 계획이다. 동시에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 미켈란젤로 작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이유도 시나리오 로케이션과 관련된 것이다. 처음에는 로마와 홍콩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생각했다. 그런데 핑야오국제영화제 마르코 뮬러 디렉터의 추천으로 상하이에 다녀온 뒤 홍콩 대신 로마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의 수도가 뉴욕이라면 상하이는 동양의 수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 온 이후, 배경을 상하이에서 서울로 옮겨야 하지 않나 생각 중이다.

-특히 서울의 어떤 부분이 흥미롭던가.

=늘 영화를 생각하면서 공간을 둘러본다. 좁은 골목에 상점이 들어차 있는 풍경은 언제나 시선을 끈다. 하루 정도 둘러본 결과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식당 한쪽에서 젊은이들이 요리하고, 다른 쪽에서는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북적대는 꽉 찬 풍경이다. 물론 이것은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직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지하에 펼쳐진 도시다. 길을 걷다가 맞은편 상점에 가기 위해 지하도로 내려갔더니, 다른 상점이 펼쳐져 있어서 굳이 건너갈 필요 없이 지하에 머물렀다. 다른 도시에서는 그런 대규모 지하상가를 보지 못했다. 나폴리 가수를 주인공으로 <나폴리의 노래>를 만들었듯, 서울을 배경으로 밀수업자가 K팝 가수가 되는 스토리는 어떨까. (좌중 웃음)

-영화에서 늘 음악을 중시해왔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감정을 직접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을 애용한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 동생 안토니오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일하며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악기를 배워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지만 영화만 한 악기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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