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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썰매를 탄다> “썰매 위에서 가장 행복한 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입니다”
김현수 2018-03-07

2012년 IPC 아이스슬레지하키 세계선수권대회를 70여일 앞둔 어느 날, 홀로 서기가 불편한 장애인 남성들이 아이스하키 경기를 연습하기 위해 하나 둘 모인다. 이들은 정부의 별다른 도움 없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연습 비용을 충당한다. 그들은 두 다리가 멀쩡하던 시절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당당하게 살고 싶어 한다. 아이스하키는 그들에게 새로운 인생에서 주어진 기회나 다름없다. 꿈조차 다리가 없는 상태로 뛰지 못하는 꿈을 꾸던 이들은 열악한 주변 환경을 무릅쓰고 노력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착실하게 준비하기에 이른다. 스케이트 대신 양날이 달린 썰매를 이용하는 아이스슬레지하키, 일명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초로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긴박한 경기의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스포츠 다큐멘터리로서의 성격보다 좀더 폭넓은 주제에서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지향한다.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연습 장면보다는 딸아이의 운동회에 따라가서 “마음은 나도 달리고 싶다”고 말하는 아빠,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고 만 젊은 청년, 야구선수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 운동을 그만두게 된 청년 등 선수들의 일상에 더 주목한다. 3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그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세밀한 일상을 담아내려 한 김경만 감독의 따뜻하고 집요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진짜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다. “나는 두 가지 인생을 살아봤다. 하늘에 가서 나는 진짜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외치는 선수들의 모습은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 이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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