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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을 떠난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수아(손예진)는 남편 우진(소지섭)과 어린 아들 지호(김지환)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1년이 지나고, 지호는 비가 오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을 잊지 않고 비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날, 지호는 엄마가 온다며 간이역에서 엄마를 기다리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실망한 지호와 우진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다가 터널에서 쓰러진 여자를 발견한다. 여자는 수아와 똑같이 생겼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우진은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 수아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남편이라고 말한다. 여자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집안 곳곳의 사진에 분명히 자신의 얼굴이 있기에 믿지 않기도 어렵다.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하는 여자에게 우진은 수아를 처음 만났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야기를 들려준다.

2005년 3월에 개봉한 동명의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영화는 숲속 집에서의 신비로운 이야기와 <건축학개론>(2012)과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우진과 수아의 회상 장면이 교차된다. 원작처럼 이 영화에서도 숲과 비가 신비로운 이야기를 보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여기에는 사랑과 자연에 대한 동일화가 있다. 사랑은 인간보다 더 큰 자연의 섭리 혹은 운명과 유사해진다. 운명이라는 점에서 <컨택트>(2016)가 떠오르는데, 이 영화에는 <컨택트>가 주는 숭고가 없다. 운명과 인간의 대립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은 마치 운명이라는 폐쇄회로를 도는 인간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운명적인 사랑과 순애보에 대한 관객의 환상을 충족시켜주기에는 충분한 작품이다. 영화는 우진과 수아의 사랑뿐만 아니라 수아와 지호의 감정에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드라마는 다소 전형적인 설정에 기대며 눈물을 자아낸다. 그래서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후반부가 약간 느슨해진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원작보다 밝고 가벼우며,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귀여운 면이 있다. 가족애와 유머, 눈물이라는 너무 익숙한 한국영화의 공식을 사용하지만, 착한 인물들과 시골의 풍광이 영화의 단점들을 슬며시 가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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