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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부자들에겐 그들만의 룰이 존재한다
김소미 2018-10-24

미친 듯이 부유한 중국계 재벌들의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 가장 보고 싶은 것만을 모아 화려한 진열장을 완성시켰다. 천박하거나 얄팍한 것, 북미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 재조립된 것들도 숨기지 않았다. 가장 잘 팔리는 틀 안에 주요 배역으로 100% 아시아계 배우들을 채워넣고 할리우드를 정밀 겨낭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재미가 없을 수 없는, 그러나 정교한 스펙터클을 기대한 이에겐 시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콘스탄스 우)은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이 싱가포르 최대 재벌가의 1순위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혼란스럽다. 영화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주인공이 계급 차로 인한 멸시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해 나가는 신데렐라 서사를 정직하게 따른다. 레이첼처럼 반쯤은 불편하고 또 반쯤은 짜릿한 상태로 거침없는 부유함의 향연을 맛보는 것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만족스러운 본론이다. 하지만 오로지 부유함을 상징하는 볼거리가 이 영화의 미덕이라고만 하긴 아쉽다. 쉼 없는 몽타주가 시시해질 때쯤, 영화는 의외로 조용하고 진솔한 감성을 성취해낸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직설 화법 속에서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순수한 감수성은 불쑥 나타나 마음을 흔든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에 비교하면 더없이 온화한 시어머니이자 재벌가의 투철한 안주인을 연기한 양자경, 재기 넘치는 아콰피나 등 배우들을 지켜보는 기쁨도 내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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