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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박스오피스를 휩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매력과 의의
김소미 2018-10-24

이토록 풍요로운 아시아의 로맨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올해 북미권에서 가장 독보적인 이슈를 생산한 영화다. 뉴욕대 최연소 경제학 교수인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콘스탄스 우)에게 싱가포르 최대 재벌가의 아들인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이 고향 방문을 제안하면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갖가지 미덕들이 펼쳐진다. 몽타주를 채우는 극도의 풍요,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 그리고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일으킨 파란 등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구성하는 매력들을 미리 만나보자.

왜 ‘크레이지’ 리치일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작가 케빈 콴이 쓴 트릴로지 소설 중 첫 번째 작품을 영화화했다. 콴 자신이 싱가포르의 부유한 가정 출신이면서 10대 시절 미국 휴스턴으로 이주해 겪었던 이민자로서의 경험을 담았다.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인 닉의 가족은 소설 속에서 “신보다 더 부유한”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에서 닉의 어머니 엘레노어(양자경)는 런던의 최고급 호텔 컨시어지가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쫓아내려 하자, 그 자리에서 전화 한통으로 호텔 전체를 사버린다. 리치 피플의 화려한 세계가 본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명소였다지만, 존 추의 영화는 미치도록 부유한 세계를 관음하는 길티 플레저를 더욱 과감하게 공략한다.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들

닉의 고향집 테세얼 파크는 싱가포르가 아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국영 주택 두 채를 합쳐서 새롭게 꾸민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대체로 싱가포르의 유명 관광지를 리치 피플들의 시선으로 화려하게 재해석한 결과물들이 영화를 수놓는다. 그중 절정은 닉이 들러리로 참석하는 친구 콜린(크리스 팡)의 결혼식이다. 웨딩이 열리는 싱가포르 빅토리아 거리의 복합 건물 차임스는 19세기~20세기 초에 세워진 성당과 수도원을 개조한 공간. 이 고딕 양식의 예배당에 동아시아의 시골 논밭이 주는 전원적인 정취를 가미해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고, 물길이 펼쳐지는 밤의 정원이 신비로운 감흥을 자아낸다. 이어서 열리는 리셉션은 마리나 베이 일부를 매립한 세계 최대의 인공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열린다. 인공 산과 거대 식물원, 그리고 슈퍼트리에 매달린 야광 조명 덕분에 축제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올 아시안 캐스팅(All-Asian-Casting)이 만들어낸 결과는?

양자경은 본래 말레이시아 태생이고, 콘스탄스 우는 대만계 미국인, 헨리 골딩은 말레이시아계 영국인이다. 아스트리드 역의 중국계 영국인인 제마 찬, 아라민타를 연기한 영국계 일본인 소노야 미즈노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로 이름을 알린 켄 정,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뉴요커 아콰피나의 출연도 반갑다. 할리우드 최초의 아시아 스타라 불리는 배우 하야카와 셋슈 이후 아시아계 배우들은 오랜 시간 각개전투하며 할리우드의 유리천장과 싸웠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올 아시안 캐스팅 영화 <조이 럭 클럽>(1993) 이후 25년 만에 등장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미국인이 아닌’ 동양인의 영화도 상업적인 생명력이 뚜럿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8월 개봉 이후 북미 박스오피스 3주 1위라는 관객의 호응은 대중문화의 변화를 감지하게 만든다. 워너브러더스는 존 추 감독과 주요 배역을 그대로 이끌고 <차이나 리치 걸프렌드>를 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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