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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 남과 북을 잇는 거대한 지하 벙커
김소미 2018-12-26

<PMC: 더 벙커>는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보여주었던 김병우 감독의 장기가 여전히 유효한 영화다. 영화의 무대는 남과 북을 잇는 거대한 지하 벙커. 불법체류자들로 구성된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가 미국 CIA에서 거액을 받고, 벙커를 찾은 북한 간부를 처리하는 임무를 맡으며 시작된다. 그러나 약속 장소에 뜻밖에도 북한 지도자 ‘킹’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비틀어진다. 군대의 수장인 코드명 에이햅(하정우)은 자신들이 대선을 앞둔 미 정부의 음모에 이용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킹을 생포해 살아나오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결론내린다. 에이햅은 여러 개의 눈과 귀를 지녀야 하는 인물이다. 드론 카메라 조종을 통해 벙커 곳곳을 내다보고 여러 곳에 분산된 부하들과 소통하며, CIA의 지시에 담긴 허와 실까지 가려내 전술을 완성한다. 일촉즉발의 타이밍 속에서, 김병우 감독은 제한적인 시공간 내에 주인공의 발을 묶어두고 극한상황까지 밀어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치중하는 초반부를 넘기면, 중반부부터는 쉼 없이 쏟아져나오는 다급한 장면들을 마주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라이브 상황의 리듬감만큼은 날렵한 영화다.

한편 영화는 1인칭 시점의 화면, 후반부의 낙하산 장면들이 주는 낯선 질감 등이 더해져 게임의 형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당면한 상황이 압도적인 탓에 캐릭터에 부여된 서브 플롯은 때때로 불필요하게 다가온다. 에이햅과 윤지의의 우정, 과거의 트라우마, 동료의 생명을 구하려는 의지 등이 반복적으로 어필되지만 이들 테마가 영화의 믿음직스러운 축으로 기능하긴 어려워 보인다. 드라마의 결에 의지하지 않고 장르에 감각을 맡기는 편이 더 마땅해 보이는 영화다. 현재의 남북·북미 정세와는 대비를 이루는 묘사가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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