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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불공정거래 문제 해결해야 영화산업 성장한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9-05-09

스크린 상한제를 골자로 한 영비법 개정안 발의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이 가까스로 지정된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 만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구갑)은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의안과에 제출하러 갔다가 누군가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우 의원은 “십수년 만에 몸을 썼더니 힘들다, 늙었나보다”라고 웃었다. 문화체육관광위(이하 문체위) 소속인 그는 보름 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영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 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주 영화 관람 시간대(오후 1~11시)에 상영하는 총 영화 횟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 지난 십수년 동안 여러 의원실이 수차례 상정을 시도한 영비법 개정안에 비해 내용이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우상호 의원은 담배를 피워 물며 스크린 상한제를 발의하게 된 배경을 자세하게 말했다.

-패스트트랙 열차가 떠났지만 특위, 법사위, 본회의 등 거쳐야 할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부터 여야가 최장 330일 안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을 논의, 합의해야 한다. 패스트트랙은 몸싸움을 격렬하게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사안이다. 과거 국회의장이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던 것과 다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법안이 상정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격렬하게 반대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날치기를 오버랩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국민들은 그걸 믿는 바보가 아니다.

-지난 4월 15일 영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대기업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심각하다.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영화산업을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하고, 그들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만든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지만 ‘제작-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함으로써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 영화가 과다하게 상영관을 차지해 다른 영화의 상영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동시에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한정돼 관객의 문화향유권 또한 침해받는다. 이같은 불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해야 영화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초선 때부터 제기해온 문제다.

-복합상영관을 정의하는 스크린 수, 상영시간대, 상영 횟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법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난 2016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각각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은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배급과 상영을 분리해 수직계열화를 법으로 금지시키는 내용의 법안인데 사실 이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배급과 상영을 분리한다고 해도 계열사간 특수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방법은 스크린 독과점을 단번에 해결하지 못한다. 수직계열화를 시도하기 전에 법으로 배급과 상영의 겸업을 금지했다면 문제될 게 없는데 이미 대기업이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로 제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런 이유 때문에 많은 의원들로부터 동의를 받기 힘들다.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라면 상영관의 스크린 독점을 제한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멀티플렉스쪽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1년 내내 지속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까닭에 법적 해결만이 능사는 아니니 신중해달라”는 입장인데.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처럼 특정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80, 90%를 점유하는 경우는 없다.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스크린 상한제를 40%와 50% 중에서 무엇으로 정할지 고민이 많았다. 프랑스처럼 영화 한편을 전체 스크린의 30% 이상 상영하면 안 된다는 규제를 두는 사례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40%로 강하게 묶으면 극장 영업에 큰 타격을 줄 것 같아 스크린 6개 이상의 복합상영관에 한해 50%로 제한해 극장측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극장측은 긴장할 필요가 없다.

-박양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또한 지난 4월 2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행정부와는 어떻게 조율하고 있나.

=문체부 담당자를 만나 스크린 상한제 얘기를 꺼냈을 때 그들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겁내지 말라고 얘기했는데도 주저하더라. 장관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박양우 장관을 몇 차례 만났다. 수직계열화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으니 스크린 상한제부터 도입하자. 이 내용을 들은 박 장관이 절충이 가능할 것 같다고 동의하면서 스크린 상한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십수년 동안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하고 수직계열화를 제한하는 내용의 영비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되었으나 상정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번 개정안은 상정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

=법안심사소위 의원으로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상정된 이후에도 이 문제를 좀더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영화산업의 불공정거래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동안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 뿐이다. 스크린 상한제가 자본주의와 상충되는 문제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행위를 제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영비법 개정안이 상정된다면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영관을 잡지 못해 최소한의 상영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그러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의욕을 잃는 제작자들이 많지 않나. 특정 영화를 피하다 개봉 시기를 놓쳐 피해를 보는 영화들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스크린 상한제가 최근 침체된 영화산업에 의욕을 북돋아주었으면 좋겠다.

-초선인 17대 이후 14년 만에 문체위에 복귀했는데 오랜만에 영화산업을 지켜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니 영화를 포함한 문화산업 정책이 바뀐 게 전혀 없다. 정책이 왜 제자리걸음을 칠까 생각해보니 첫째, 영화진흥위원회가 블랙리스트를 실행하면서 정책 기능이 퇴화됐다. 그들은 영화를 진흥시키지 않고 오히려 영화 진흥의 의욕을 꺾어놓았다. 둘째, 정부 주도의 펀드 지원 정책이 왜곡됐다. 모태펀드의 투자가 지나치게 상업영화에 편중되었다. 국가는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돈이 되는 상업영화에만 투자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영화산업 정책에 큰 전환이 필요한 때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지난해 20대 국회 후반기, 원래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를 교육위원회와 문체위로 나누어야 한다고 제안한 이유를 그런 맥락에서 봐도 되나.

=교육과 문화를 분리해야 문화산업이 제대로 다뤄질 수 있다. 교문위 시절에는 문화산업과 관련된 이슈가 교육 문제에 가려져 제대로 다뤄진 적이 한번도 없다. 초선 때나 지금이나 문화산업이 융성해져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게 하고, 다양한 독립·예술영화들이 지원을 받아 제작될 수 있도록해 한국영화의 제2의 전성기를 여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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