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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고, 인간이기에 용서할 수 있다
김현수 사진 오계옥 2019-11-28

배우 이영애의 14년 만의 복귀작이란 타이틀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그 짐을 짊어지고 이끌어가야 할 감독이 첫 장편영화를 찍는 데뷔 감독이라면? 영화 <나를 찾아줘>는 충무로의 초호화 스탭들이 모두 모여 이영애의 복귀를 축하한다는 듯 만들어진 영화 같다. 김승우 감독으로서는 여간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현장이 아니었을까, 넘겨짚으며 영화를 보자마자 인터뷰를 청했다. 마침 언론 시사회 이후 갖는 첫 인터뷰 자리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던 감독은 오랫동안 자식처럼 품어왔던 시나리오의 진심에 대해 물을 때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답변해줬다.

-<나를 찾아줘>가 첫 장편 데뷔작이다. 아이들의 실종을 소재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시나리오라고. 제작보고회 때는 12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2008년 즈음에 완성한 시나리오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보고서 그 현수막을 내건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가졌을까, 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해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마켓 최우수상을 수상했는데 영화화되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이듬해부터 바로 제작에 들어갈 것처럼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계속 불발됐다.

-상업영화 데뷔 준비를 10년 넘게 한 셈인데 이 영화가 마치 이영애 배우의 복귀를 기다렸다는 듯 제작에 들어갔다.

=아마 제작사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내밀어봤을 거다. 과감했던 거다. 그런데 시나리오만 읽고 연락을 주셨다기에 나도 거짓말인 줄 알았다. 첫 만남 자리도 무척 편안했다. 활짝 오픈된 곳에서 격의 없이 만나 시나리오를 읽고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지난 10여년간 꽤 많은 유사 소재의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그러다보니 시대도 달라졌다.

=나이가 들다보니 조금 더 인물에 집중하게 됐다. 초창기에는 감독인 내가 더 들어가있는 이야기였다. 내가 변하면서 인물도 달라졌다. 인물의 성향이나 성격도 달라졌던 것 같고 무엇보다 결말이 추가됐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의 에필로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이야기를 구상할 때도 제목이 <나를 찾아줘>였나.

=원래는 <아무도 없다>라는 제목이었다. 내가 변하면서 주제가 변해 지금의 제목이 되었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그때는 정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더라.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시선이 변하게 되니, 똑같은 시나리오의 정서가 다르게 다가오더라. 그런 식의 변화였다.

-<나를 찾아줘>는 영화의 소재와 전개의 특징상 결말을 정해놓고 시작할 수밖에 없는 기획이었을 것이다. 실종된 아이를 찾아 나서는 엄마 정연(이영애)의 고군분투 이상의 다음 순간까지 이야기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결말을 정해놓고 쓰기 시작했다. 내가 담고 싶었던 주제는 결국 희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어딘가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 그 희망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나를 찾아줘>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어려웠을 것이라 추측되는 점이 또 있다. 관객을 심리적으로 괴롭게 만드는 지점을 설계해야 하는 고통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관객이 보기 힘든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장르적인 외피를 둘렀다.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나중 문제이고 일단 관객을 몰입시켜서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오게끔 만들어줄 장치를 고민했다. 그런 관점에서 초반부터 많은 관객이 놀랄 연출 포인트가 있었다. 깜짝 효과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인물을 좇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체험하는 영화가 되길 바라며 설정한 부분이 있다. 실종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 둔감해질 수 있지만 관객이 둔감해지지 않도록 사건을 더욱 몰입도 있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길 바랐다.

-스탭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이모개 촬영감독과 이성환 조명감독, 조상경 의상감독, 송종희 분장감독, 조화성 미술감독 등 베테랑 스탭이 다 모였다. 이영애 복귀작의 힘이었나.

=정말 운이 좋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조상경 의상감독, 송종희 분장감독은 이영애 배우와 함께 작업해왔던 분들이지만 조화성 미술감독이나 이모개 촬영감독은 캐스팅 전에 이미 시나리오만 읽고 결정한 상태였다.

-연출 데뷔작을 찍는 데 있어서 이영애 배우와의 작업은 아무래도 부담감이 앞섰을 것 같다. 무엇보다 유괴에 대한 죄의식을 지니고 살아가던 금자의 복수극인 <친절한 금자씨> 다음으로 14년 만에 선택한 캐릭터가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헤매는 <나를 찾아줘>의 정연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한 연결 포인트다.

=내가 혹여라도 영화를 잘못 만들면 배우가 복귀를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경우가 벌어지지는 않을까, 라는 무서운 상상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무 배려가 많고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좋았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함께 준비하면서 이미 부담감은 사라졌다.

-현장에서 이영애 배우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보며 어떤 영화가 될 것이라는 감이 왔던 적이 있나.

=테스트 촬영할 때 감이 왔다. 의상, 헤어를 적당히 갖추고 카메라 앞에서 걸어가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때 ‘이 영화는 내가 다른 생각하지 말고 배우만 따라가야겠다’라고 방향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감독으로서 욕심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자연스레 내려놓게 됐다.

-<나를 찾아줘>의 첫 장면은 정연이 망연자실해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영화를 여는 이미지를 어떻게 시작할지도 중요하게 고민했을 것 같다.

=영화의 흐름상 절망에 빠지는 순간이지만, 그것은 다른 말로는 새로운 희망으로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그 사이의 공간에서 걸어가는 이미지는 규정지을 수 없는 인생, 말도 안되는 희망을 보여준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보다 장르적인 설정의 첫 장면이었으나 촬영하면서 영감을 받아 바꾸었다.

-극중 정연이 겪는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비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바로 그 지점이 조금씩 변했다. 10년 전에는 정말로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컸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용서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 생각이 결말에 담겨 있다.

-러닝타임이 108분으로 길지는 않은데 정연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워낙 다채롭고 감정적으로 세다. 그럼에도 지금의 버전은 감독 입장에서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편집을 많이 안 했다. 가편집이 123분 정도였으니까. 아쉽게 덜어내야 했던 장면이 하나 있다. 이영애 배우가 너무나도 훌륭하게 연기를 소화해낸 바닷가 장면이었다. 엄청난 감정의 폭발을 보여주는데 편집하며 고민해보니 관객 입장에서 지칠 수도 있겠다 싶더라. 이런 의견을 배우에게 전달했고 충분히 공감해줘서 아쉽지만 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DVD가 출시되면 부가영상에 포함시키는 방향을 고려해보겠다.

-첫걸음을 떼기까지 10여년이 흘렀다. 이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차기작 계획은 있나.

=이미 써놓은 시나리오는 많다. 하지만 아직 신인이기도 하니 영화의 개봉 과정을 충분히 함께한 다음에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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