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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브로콜리너마저 《속물들》, ‘서른’ 이야기

소위 패션계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동시대 브랜드를 본다. 유서 깊은 유럽 패션 하우스 정도가 되면 이미 쌓은 유산과 넉넉한 자금으로 광범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젊고 작은 규모의 패션 브랜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패션 브랜드 역시 경험과 컬렉션만큼 나이를 먹는다.

브로콜리너마저를 무척 좋아한다. 왠지 글을 쓸 때 ‘좋아한다’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의 음악과 20대를 보낸 사람으로서 이 직관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 그들은 학교를 나와 졸업하는 불안한 청춘을 노래했다. 집으로 가는 밤의 쓸쓸한 정서와 연애의 쓴맛이 녹아 있었다. 브로콜리너마저와 같은 시대, 같은 젊음을 바친 청춘남녀들은 마치자기 이야기 같은 노래와 멜로디에 열광했다. 그들은 성실한 밴드다. 최근에는 거의 매년 음반이나 곡을 선보였는데, 올해 세 번째 정규음반을 냈다. 제목은 《속물들》이다.

앞서 패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브로콜리너마저가 새로 부르는 ‘서른’ 이야기가 마치 패션 브랜드가 고민하는 젊음과도 겹쳤기 때문이다. 단위가 달라진 소비를 논하는 친구들에게 괴리를 느끼면서도,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해내며 돈을 버는 속물 같은 삶이 언저리에 맴돈다. 글을 쓰다가 얼토당토않은 꿈을 적었던 메모장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그런 노래들이 이 음반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