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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토피아>, 여성 콘텐츠의 즐거움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가 바로 그것을 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믿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상상에도 벽이 쳐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럴 때 한발 앞으로 나와 판을 벌인다. 20대 페미니스트 7명이 모여 만든 여성 미디어그룹 ‘소그노’의 유튜브 콘텐츠 <뉴토피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은 없다. 대신 ‘지컨’, ‘하말넘많’, ‘하지’ 등 유튜브 구독자 10만명이 넘는 인기 크리에이터와 소그노 멤버 등 8명의 여성이 출연하고, 제작진 역시 전부 여성이다. 댄스 신고식, 제한된 돈으로 장보기, 상황극, 퀴즈와 야외 취침 등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통적 장치를 활용하는 이 예능은 페미니즘에 관해 ‘말’하지 않지만,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세계를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여성성에 기반을 둔 꾸밈노동을 수행하지 않는 출연자들이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놀고 웃고 떠든다.

이를테면 <뉴토피아>는 ‘탈코르셋’과 ‘비혼’이 중요한 화두가 된 시대의 여성들을 향한 예능이다. 출연자들을 성적 대상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존재로 비추는 카메라를 따라가다 보면, 열정 넘치는 헛발질로 가득한 풋살 경기에 몰입하며 다음 방송을 기다리게 된다. 매주 일요일 밤 9시, 실시간 공개 영상 채팅창에서는 시청자 수천명이 함께 방송을 즐긴다. 아직은 작아 보일 수 있는 시장이지만, 어쩌면 여기가 새로운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