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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안녕' 아버지의 병과 함께 가족의 시간은 흘러간다

2007년, 아버지 쇼헤이(야마자키 쓰토무)의 70번째 생일을 맞아 어머니 요코(마쓰바라 지에코)가 딸들을 부른다. 결혼 후 미국에 살고있는 첫째 딸 마리(다케우치 유코)와 자신만의 식당을 열고 싶어 하는 둘째 딸 후미(아오이 유우)다. 아버지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두딸은 그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의 병과 함께 가족의 시간은 흘러간다. 2007년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1년을 지나 2013년까지, 쇼헤이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가운데 가족들의 각기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마리는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후미는 연애와 일 모두에서 난항을 겪으며, 요코는 정성스레 쇼헤이를 돌본다.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과 몇 차례의 위기가 지나간 뒤 마침내 가족들은 다시 쇼헤이 곁에 모인다.

<캡처링 대디> <행복 목욕탕>을 통해 가족을 이야기했던 나카노 료타 감독의 신작이다. 작가 나카지마 교코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치매에 걸린 가족과의 이별 과정을 차분히 그려낸다는 점에선 사실 새롭진 않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만듦새의 영화다. 잔잔한 일상의 풍경 속에 가족간의 애틋함을 담백한 태도로 녹여냈다. 제목대로 ‘조금씩, 천천히’ 이별을 포착하는 영화라 그 느릿한 호흡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따스하고도 생기 있는 연기는 여운을 남긴다. 아오이 유우와 다케우치 유코는 각자의 고민을 지닌 자매 역을 알맞게 소화했고, 어머니 역의 마쓰바라 지에코는 영화에 온기를 더했다. 무엇보다도 생의 마지막을 앞둔 아버지 쇼헤이를 연기한 야마자키 쓰토무의 묵직한 존재감이 영화를 믿음직스럽게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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