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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인도 극장가도 코로나19 영향… 배우 이르판 칸 별세

춤추는 영화관은 잠시 멈췄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인도의 극장가.

춤추는 영화관도 잠시 쉼표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없는 인도를 상상한 적 없지만 그 낯선 현실과 마주한 요즘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극중 풍경이 현실이 되어가자(많은 인구가 밀집한 곳일수록 빈민가로 의료시설은 부족한데 인구이동은 잦아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 긴장된 분위기에 인도 정부도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 3월 중순부터 국경 봉쇄 등 록다운(봉쇄령)을 실시했다. 필수 분야에 한해 조금씩 사회 활동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굵직한 기대작으로 한껏 고조되어가던 극장가도 문을 닫았다. <바기3>는 흥행(10억루피 클럽)의 문턱에서 걸음을 멈췄고, 로히트 셰티 감독, 악샤이 쿠마르 주연의 경찰 액션극 <수르 야반시>, 1983년 크리켓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란비르 싱, 디피카 파두콘 커플 주연의 <83>도 개봉이 연기되었다.

다만 희귀암 판정을 받고 의연하게 병마와 싸우던 명배우 이르판 칸이 별세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1967년 자이푸르 출생인 그는 델리에서 연기 수업을 받고 뭄바이로 건너가 배우의 길을 모색했다. 잠시 에어컨 수리공으로도 일한 그는 90년대 TV 연기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더 워리어>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발리우드와 할리우드를 넘나들면서 <슬럼독 밀리어네어> <라이프 오브 파이> 등에 출연하며 세계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깊고 강렬한 눈빛을 지닌 그는 ‘서인도의 얼굴’로 불렸다. 이르판 카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불과 하루 뒤 대배우 리시 카푸르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디데이>에서 이르판 칸과 함께했던 그 역시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었다. 란비르 카푸르의 아버지인 그는 이른바 ‘발리우드 카푸르 왕국’의 일원으로 스스로가 전설이다. 1952년생으로 이미 3살 때 아버지 라즈 카푸르 영화의 카메오로 등장했고,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해 최근까지 수많은 영화에 배우와 연출가로 활약했다. 영화계의 큰 별이 졌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슬픔에 잠겼다. 여느 때의 인도라면 슬픔과 애환을 영화로 달랬을 것이다. 슬픔을 달랠 길이 전혀 없을 듯하지만 영화 없는 인도 역시 나름의 방식은 있다. 영화관 대신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물론, 오래된 고전 드라마가 재방되며 차트를 역주행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라마얀>(1987), <마하바라트>(1988)이다. 인도인의 사상적 토대가 된 2대 대서사시 <라마야나> <마하바라타>가 원작으로 80~100회 분량에 달하는 대하 사극이다. 비록 화면은 바래도 클래스는 변치 않는다는 듯 시청률이 고공 행진 중이다. 애초 기록적인 시청률을 남긴 전설이지만 재방송임에도 <라마얀>은 불과 4회 만에 2억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한편 TV로 요가를 배우며 면역력을 키우는 것도 인도답다. 인도인들은 개인 수행에 능하고 요가는 사실 그 수행의 한 방법이니 사회적 거리두기도 수행의 시간으로 삼을 만하다. 아마 모두의 우려에도 인도가 버티는 이유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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