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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가족에게 대화는 어렵지만요

“가족의 문제가 뭔 줄 알아? 할 말을 안 하는 거야. 먼지처럼 그냥 털어내버릴 수 있는 일을 세월에 묵혀서 찐득찐득하게 굳게.” 언니와 사이가 틀어졌다가 4년 만에 화해했다는 김은희(한예리)를 친구인 박찬혁(김지석)이 나무란다. 꽤 뻔한 소리 같지만, 한국 가족드라마에선‘할 말을 안 하는’ 이들은 그다지 다뤄진 적이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해서는 안될 말로 상처를 만들고, 묵혔던 말이 터지며 화해가 이루어지는 주말가족극을 떠올려보자. 그들처럼 한바탕 울고 맺힌 마음을 토설하면 관계가 괜찮아지나? 구성원이 평등하지 않다면 그 안에서 또 누군가는 입을 다문다.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가족 혹은 오랜 연인 사이에 ‘말을 말자’라는 말조차 하지 않게 된 그때가 언제였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찐득하게 굳은 먼지를 돌이켜보는 드라마다. 상대를 너무 잘 알아서, 아는 만큼 기대하기가 어려워서, 기대를 품었다 무너지기 싫어서 엇나가는 대화의 빈자리에 추측과 해석을 쌓는 일은 갈등회피형 둘째 은희뿐 아니라 직설화법의 큰딸 은주(추자현)도 피하지 못한다. 김은정 작가는 이들의 성격에 책임을 묻는 대신, 대화가 가진 상호적인 속성을 예민하게 극으로 옮긴다. 화해를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해묵은 오해를 정정하는 고백이 지금 도착했다면, 오해의 당사자는 말끔하게 오늘을 살 수 있을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김상식(정진영)은 야간 산행 중 사고를 당해 수십년의 기억을 잃고 22살 청년 시절의 자신으로 아내 이진숙(원미경) 앞에 섰다. 수십년을 어긋난 채로 살던 남편과 ‘졸혼’ 준비를 했던 진숙은 일방적으로 해맑아진 남편이 어색하다. 기억을 잃은 건 본인이면서, 걸핏하면 “숙이씨 기억나요?”라고 신혼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상식. 진숙은 오해를 품고 살아온 시간을 어디다 어떻게 부려야 할지 난감하고 새삼스럽고 억울하다. 그 당연한 저항을 지우지 않는 드라마라서 관계의 회복으로 가는 과정은 어떨지 기대가 크다.

VIEWPOINT

<기생충>

가훈이란

졸혼을 앞두고 재산을 나누기 위해 집을 내놓은 상식네 거실에는 ‘사랑으로 화목한 가족’이라는 가훈이 걸려 있다. 냉랭한 사이에 굳이 떼기도 어색해진 이들의 가훈을 보며 가난하지만 끈끈했던 영화 속 가족들의 가훈을 돌아봤다. 영화 <하면 된다>(2000)는 보험사기단 가족의 가훈 ‘하면된다’가 흘려 쓴 글씨 때문에‘라면된다’로 읽혔고, <기생충>(2019)의 기택(송강호)네는 ‘자기 분수에 만족하여 다른 데 마음을 두지 아니한다’는 ‘安分知足’(안분지족)이 가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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