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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 이제 오랜 의제들을 해결할 때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0-12-03

‘어제와 다른 세계’라는 올해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코로나19로 전례 없이 변화한 풍경 속에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개최됐다. 예년보다 규모 면에선 축소됐지만 한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자리인 만큼, 서독제는 가능한 많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올해 장·단편의 공모와 심사를 분리해 진행한다. 그 밖에도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창작자들의 제작 지원을 돕는 다양한 신규 사업들을 론칭했다. 운영의 안정화를 꾀한 3년을 지나 4년차에 접어들며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해온 의제를 하나하나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제 개막(11월 26일)을 하루 앞두고 찾은 사무국에서 김동현 집행위원장에게 서독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영화제 차원에서 내놓은 코로나19 대비책이 있나.

=사실 방제 시스템을 준비하고 상영관을 축소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들은 다 되어 있는 상태였다. 다만 2단계 격상으로 창작자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토크 행사 등은 진행이 어렵게 됐다. 대신 ‘창작자의 작업실’과 같은 행사들을 녹화해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VOD 플랫폼인 홈초이스를 통해 26편의 단편을 VOD 서비스할 예정이다.

-108편의 상영작을 전부 오프라인으로 상영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관객의 반응을 살피니, 영화제에서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작품들은 이야기가 거의 되지 않더라. 영화들의 화제성 측면에서라도 오프라인에서 상영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올해 서독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작품 공모와 시상을 장·단편으로 나눠 진행한다는 점이다.

=내가 서독제 사무국장일 때부터 숙제였다. 많은 작품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었고, 작품 수는 계속 늘어나니 심사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전세계 영화제를 다 조사해봤는데 이렇게 경쟁 심사를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더라. (웃음) 독립영화라는 큰 그릇 안에서 모든 영화가 경쟁을 한다는 아이덴티티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운영이 어렵겠다는 판단하에 올해 장·단편 심사를 분리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만족한다.

-올해 여성 창작자 비율도 출품작 중 45.9%, 단편은 85%로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집행위원장으로서 올해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예전부터 서독제는 여성, 소수자들을 다룬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있었다. 때문에 내 노력에 의한 결과라기보다 기존의 서독제가 가진 방향성에 사회적인 힘이 더해지면서 여성 창작자 비율의 증가 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크리에이티브 LAB’과 ‘서울독립영화제2020 후반제작사업’등 프리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까지, 창작자들의 제작을 전면 지원하는 시스템이 강화됐다.

=매년 120~150명의 감독을 만나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상황을 많이 전해 듣는다. 시나리오 작성과 영화 제작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신설한 사업이다. 제작 지원을 받은 감독들에게 “기대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감사하다”라는 피드백을 여러 차례 들었다. 지난해 시나리오 크리에이티브 LAB에 선정된 <흐르다> <너와 나> <미망> 세편도 모두 제작자 매칭이 완료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영화 제작, 참여가 어려워진 영화인들을 지원해 선정작을 상영하는 ‘뉴-쇼츠’ 섹션도 눈에 띈다.

=뉴-쇼츠 프로그램의 제작 지원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설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현 상황이 잘 반영된 흥미로운 작품이 많고, 온라인 상영만 하긴 아쉬워서 서독제에서도 상영하게 됐다. 벌써 다 매진되었다. (웃음) 내년에도 이 사업이 지속된다면 보다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상영할 예정이다.

-인디그라운드와 함께하는 ‘독립영화 매칭 프로젝트: 넥스트링크’도 올해 론칭됐다. 해당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조영각 인디그라운드 센터장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사실 제작·배급을 지원하는 건 독립영화계의 오랜 의제였고, 내가 중요시하는 창작자 중심의 사업도 전 서독제 집행위원장인 조영각 센터장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가 올해 론칭하면서 서독제와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궁리하던 차에 신설된 사업이다. 감독들이 좋은 콘텐츠를 계속 제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 발전시킬 예정이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서독제2020 배우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묻고 싶다. 3년 전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고, 심사를 맡은 권해효 배우와는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영화제는 오랫동안 감독 중심의 축제였다. 과거에는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 감독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게 중요했다면, 그게 어느 정도 이루어진 현 시점에서 배우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사업은 조윤희, 권해효 배우가 처음 제시했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차에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매년 1천명 이상의 배우들이 지원하고, 이제 배우들도 이 영화제를 자신들의 축제로 생각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마련한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특히 <공장의 불빛>은 독일의 아스날-영화 및 비디오아트연구소에서 필름을 들여와 복원하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고 들었다.

=1970년대의 계급 노동자를 다룬 작품이 많지 않았는데, 그중 하나가 <공장의 불빛>이었다. 국내에는 필름이 없었지만 독일에서 아카이빙됐던 작품을 어렵게 찾아냈다. 자문 시사 때 영화를 본 감독님들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중요한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 나로서도 보람차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집행위원장으로서 서독제를 이끈 지 4년이 됐다. 46회 서독제 개최를 하루 앞둔 오늘, 지난 4년간의 소회를 묻고싶다.

=처음엔 부담이 컸다. 영화제에서 오래 일했고 사무국장으로선 잘했지만, 집행위원장으로선 어떨지 몰랐으니까. 내가 여성 집행위원장이다보니 심사위원을 포함해 영화제 사업 전반에 여성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많이 교류하고, 해당 자리에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모시다보니 그렇게 되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성 리더로서 해야 할 부분들을 행했고, 도와주는 동료들과 함께 지금까지 영화제를 이끌어왔다. 3년차까지는 운영의 안정화에 힘썼다면, 4년차에 접어들면서 사업의 패턴을 바꿨다. 오랫동안 의제로만 올리고 해결하지 못했던 장·단편 부문 분리와 같은 것들 말이다. 또한 영화제의 열악한 환경 문제도 좀더 안정시키고 싶다. 그래야 나 다음에 누가 집행위원장이 되어도 잘해낼 수 있을 거다.

-오프라인을 축소하고 온라인을 강화하는 등 올해 영화제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2020년 하반기, 결산 영화제를 치르는 입장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나.

=긍정적인 건 온라인 GV와 같은 기술적인 방법들을 익혔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영화제가 오프라인 영화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온라인 루트를 병행해 관객과 창작자가 만날 수 있는 창구를 다양화할 수 있을 거다. 또 다른 지역 축제와 다르게, 영화제는 어떻게든 개최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앞서 개최된 영화제들 모두 당시의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방역 시스템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안전한 공간에서 관객과 창작자가 눈빛을 교환할 수 있는 행사가 좀더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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