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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놀자”, <일단 뛰어>의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황혜림 2002-05-15

파랑, 노랑, 빨강. 사진 촬영을 위해 의상을 세번씩 갈아입었건만,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은 단단히 약속이라도 한 듯 삼색톤의 화음만은 흐뜨리지 않았다. 미국에서 살다온 불량스런(?) 고등학교 5학년인 ‘거만한 놈’ 성환, “고모, 이모”들의 전화를 싹싹하게 받아가며 웃음을 선사하는 ‘기생오라비’ 우석, 자신의 인터넷 방송 외엔 만사에 무심한 듯 세상을 “따”시키는 ‘심심한 놈’ 진원. 21억원이 든 돈가방을 들고 좌충우돌하는 <일단 뛰어>의 세 친구처럼, 각각의 개성이 그럴듯하게 맞물린 팀워크를 색채로 드러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세 배우에게 <일단 뛰어>는 각별한 영화다. 시차는 있지만, “뭘 잘 모른 채” <카라>와 <화산고>로 얼떨떨한 신고식을 치른 송승헌과 권상우에게는 내심 별러온 두 번째 영화. <순애보>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등 출연작 편수는 셋 중 가장 많지만 스크린 체류 시간은 짧았던 김영준에게는 첫 주연급 영화다. 스물일곱의 조의석 감독을 필두로 서른 전후의 젊은 스탭들과 함께한 현장에서 세 사람은 비로소 맘껏 풀어졌다. “셋이 정말 친한 친구처럼 노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주문에 따라, 권상우의 말대로라면 “너무 놀아서 감독님이 거의 삐칠 만큼” 편안하게 영화에 빠졌다.

송승헌과 권상우는 모델 시절부터 안면을 튼 동갑내기. 권상우와 김영준 역시 무명 모델일 때부터 형, 동생 하던 사이다. 송승헌과 김영준은 <일단 뛰어>에서 처음 만났지만, 모델을 거쳐 스크린보다 TV에서 먼저 활동해온 공통분모 때문인지 세 배우가 어울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촬영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르게 영화를 찍고, 감독까지 넷이 술잔을 기울이는 날이 많았다니까. “<달마야 놀자> 때 갈고 닦은 솜씨로 1만원 내기 장기에서 이겼는데 돈을 안 준다”며 송승헌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는 김영준이나, “시사회장에서 권상우 인기가 장난 아니”란 말에 쑥스럽게 웃는 권상우, 연기 변신했다고 놀리듯 추켜세우는 두 사람에게 “내가 태권V냐? 변신하게”라며 농담으로 응수하는 송승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라지만 일단 열심히 뛴 이들은, 좀더 넉넉해진 듯하다. 더 오래 뛰기 위해 호흡을 고를 줄 아는 여유를 보이는 걸 보면, 욕심 또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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