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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소년 감독>을 만든 이태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이주현 2021-01-26

정은(유다인)은 7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지방의 하청 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는다. 도착한 회사엔 자신을 반겨줄 사람도, 자리 잡고 일할 공간도, 아니 당장 맡아서 처리할 업무도 없다. 하청 사람들은 정은이 불편하고, 정은은 정은대로 현장 일이 낯설기만 하다. 그럼에도 정은은 1년을 버텨 본사로 돌아가려 한다. 매일 편의점에 들러 팩소주를 사고, 제대로 가구도 들이지 않은 임시 거처에 쓰러져 잠드는 날이 반복되더라도 쉽게 포기할 마음은 없다. 하청의 막내(오정세)는 혼자 애쓰는 정은에게 마음이 쓰이고, 결국엔 송전철탑에 오르는 법과 현장 일을 가르쳐준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는 위험의 외주화와 비용 떠넘기기 등 원청과 하청의 불합리한 관계부터 해고의 전 단계로서 행해지는 부당한 파견 명령, 여성에 대한 차별과 노노 갈등 등 여러 노동문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목적은 영화보다 더 잔인한 현실을 고발하는 데 있지 않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영화적 힘은 끝까지 인물에 집중하면서 공감하고 공명하게 만드는 데 있다. 세세하게 묘사되는 송전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등 구체적으로 쌓아올린 리얼리티와 촬영과 음악에서의 세공이 특히 돋보인다. 많은 대사와 장면을 부여받지 않았음에도 막내를 연기한 오정세의 존재감이 상당한데, 역시나 이 영화로 오정세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배우상을 수상했다. <소년 감독>을 만든 이태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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