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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먼 곳' 기도영 - 또 다른 시작
조현나 사진 백종헌 2021-03-16

가족의 빈틈을 살뜰히 메워주는 사람. <정말 먼 곳>의 문경은 아빠의 농장 일을 돕고, 치매 환자인 할머니와 진우(강길우)의 딸 설을 지극히 돌보는 인물이다. 거리낌 없이 모두를 대하면서도 좀체 자기 속을 내보이지 않는 문경은, 힘든 기색 대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기도영 배우는 좋아하는 진우에게조차 말을 아끼는 문경의 마음을 다정한 행동과 눈빛에 녹여냈다. 조용하고 차근하게 답하는 기도영 배우를 보며 “실제 문경의 성격은 나와 비슷하다”는 그의 말이 이해됐다. <메소드> <우리 지금 만나> <버티고>를 거쳐 <정말 먼 곳>에 도착한 그는, 이번 작품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일깨운 또 다른 ‘시작’이라 말한다.

-아버지인 기주봉 배우가 문경 역에 기도영 배우를 제안했다고.

=중만(기주봉)의 딸 문경의 배역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때였다. 아빠가 “내 딸이 연기를 하는데 미팅해보지 않겠냐”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더라. 나와 아버지가 별로 닮지 않았고, 만났을 때 서로 툭툭 무심히 챙겨주는 모습이 감독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들었다.

-박근영 감독은 문경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나.

=외적인 부분부터 이야기하면 피부가 까맣고, 할머니를 간호하느라 힘든 상황을 반영해 많이 말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살은 뺐는데 당시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제대로 태닝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잘 태웠다고 생각하고 촬영장에 갔는데 결국 분장을 해야 했다. (웃음) 나중엔 다시 살을 찌워서 문경의 다부짐이 겉으로도 잘 드러나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단기간에 살을 찌우기가 어려웠다. 대신 문경의 성격으로 표현하려 했다.

-문경은 표면상으론 털털해 보이는데, 가만 보면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조심스러운 상황에선 한 걸음 물러나고, 자기가 힘든 것보다 남을 더 챙기는 인물이다. 감정을 잘 내보이지도 않는다. 나도 내색을 잘 안 하는 편이라 문경과 쉽게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할머니와 설을 돌볼 때 그 배려심이 잘 드러났다.

=감독님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분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들을 사전에 보내주셨다. 그분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감정 표현을 안 하신다. 토로할 데도 마땅치 않고 그런 고됨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거다. 그걸 보면서 촬영 때 내 감정을 어떻게 절제하면 좋을지 많이 공부했다.

-극중 문경이 진우를 좋아하게 된 전사가 자세히 그려지지 않던데,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했나.

=단순히 이성에 대한 사랑으로 단정짓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진우를 동경하고, 챙겨주고 싶고, 진우의 행복을 바라는 문경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느껴졌다. 문경이 말로 애정을 표하지 않다보니 눈빛 연기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평소 강길우 배우를 지켜보며 ‘저런 장점이 있구나’ 하고 캐치하고, 그렇게 쌓아온 좋은 감정들을 눈빛에 자연스레 담으려 했다.

-친아버지와 극중 부녀 관계를 연기해본 소감은.

=전부터 작품에서 부녀를 연기하면 재밌겠다고 서로 말하곤 했는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현장에선 별 개입 없이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주셨다. 항상 온 마음을 담아서 연기를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내가 영화에 얼마나 나오든 연연하지 말고, 내가 맡은 인물에 집중하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그걸 잘 지킨다면 흔들리지 않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겠더라.

-어떻게 배우의 꿈을 꾸게 됐나.

=10대 때 아빠가 출연한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연극을 보면서 엉엉 운 적이 있다. 연기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 뒤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운명처럼 연기학원 간판이 눈에 들어오더라. (웃음) 연기만으론 생계 유지가 어렵다보니 다른 일을 겸하는 시간을 오래 보냈다. 그런데 <정말 먼 곳>을 촬영한 뒤로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고, 잘하고 싶은 일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내 나이 또래의 역할도 좋지만 다양한 엄마 역을 연기해보고 싶다. <케빈에 대하여>의 에바나 미혼모들처럼 모성애나 책임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사연을 가진 엄마 역을 해보고 싶다.

영화 2020 <정말 먼 곳> 2018 <버티고> 2018 <우리 지금 만나> 2017 <메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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