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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튜디오 '네고왕2', 네고왕이 쏘아올린 작은 공

시작은 괜찮았다. 매주 기업을 찾아가 할인을 비롯한 각종 프로모션에 관해 협상하는 유튜브 예능 <네고왕2>에서는 지난 3월 5일, 드디어 구독자들이 열렬히 요청해온 아이템인 생리대를 다뤘다. 영하 15도의 날씨에 거리 인터뷰를 진행한 방송인 장영란은 재수 중이라는 스무살 여성들에게 ‘밥 사 먹으라’며 지갑에 있던 현금 십만원을 화통하게 털어줬고, 세상을 향해 “나 생리해요! 생리합니다! 생리가 뭐 죄예요?”라고 속 시원히 외쳤다.

본사에서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생리대 흡수력 테스트도 기만적인 파란 액체가 아니라 붉은 액체로 진행됐고 장영란은 늘 그렇듯 상대의 넋을 쥐락펴락하는 ‘네고’를 펼쳤다. 비록 이 프로그램 자체가 기업과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홍보 성격을 띠고 있긴 해도,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사실에 관해 다시 한번 환기할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할인 행사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잠시, 불과 몇달 전 해당 기업인 동아제약 취업 면접에서 성차별을 당했다는 여성의 증언이 댓글로 달리며 상황은 반전됐다. 인사팀장이 남성 면접자들에게 군 생활에 관해 질문한 뒤 유일한 여성이던 자신에게 “여자는 군대 안 가니까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 갈 생각 있느냐”고 물었다는 내용이었다. 여성 소비자에게 생리대를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 뒤에, 생리하는 ‘여자’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조직 문화가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생리대 왕’으로 영상에 등장한 사장이 급히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미 소비자 사이에서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였다. 그리고 성차별 문제를 축소하고 흐릿하게 넘어가려는 동아제약의 태도를 조목조목 지적한 피해자의 글이 계속 공유되면서 채용 성차별에 관한 다른 여성들의 경험도 쏟아지고 있다. 성차별적 조직 문화는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경영에 엄청난 위험 요소라는 사실을 이런 기업들이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도태될 때쯤?

VIEWPOINT

냉정한 시민들이여, 인간 비타민 장영란이 왔다!

장영란이 <네고왕> 시즌1 진행자였던 광희를 대체할 수 있을지 조금 우려했다. 그러나 VJ와 리포터를 거쳐 수많은 예능 패널로 꾸준히 활동하며 18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여성 방송인의 인동초 같은 생명력을 과소평가했던 걸 뒤늦게 사과하고 싶다. 개그맨 홍현희는 알아도 자신은 모르는 학생을 만나도 굴하지 않고, ‘얼죽아’가 뭔지 몰라도 태연히 아는 척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장영란의 친화력과 임기응변 능력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소소한 정보를 얻어 ‘네고’에 활용하는 데도 최적화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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