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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괴물', 괴물은 하나가 아니다

“어떻게 나 화면 잘 받디?” 문주시 만양 파출소 이동식 경사(신하균)는 가족처럼 지내던 만양슈퍼 강진묵(이규회)의 딸 강민정(강민아)이 절단된 손가락을 남기고 실종된 사건의 용의자가 되어 기자들 앞에 선다. 이를 활짝 드러낸 기이한 웃음. 천진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뿜어내는 배우 신하균의 얼굴에 기대는 드라마인가 싶었다. JTBC 드라마 <괴물> 이야기다.

20년 전에도 동식은 유사한 사건의 용의자였다. 동식의 여동생이 실종되면서 만양이 발칵 뒤집혔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동식은 서울에서 경찰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편 서울청 외사과에서 불법체류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한주원 경위(여진구)는 미제로 남은 만양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고 만양 파출소로 자원해 동식을 감시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누가 괴물인가 연막을 치는 극이고 괴물은 하나가 아니다. 동식은 사체를 찾지 못해 살인 사건으로 기소하지 못하는 사건, 범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해결할 방법이 없는 사건을 매듭 짓기 위해 경찰이 해서는 안되는 덫을 치고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는 길을 간다. 한주원은 의심만 출력하는 기계처럼 동식과 관련된 모든 상황과 그의 주변인까지 의심해나가다 7회에 이르러 동식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건 해결이 오로지 두 사람의 파트너십에 달려 있을 거란 착각은 연막이 걷히면서 깨어졌다. 동식의 곁에는 그가 정확히 무슨 짓을 벌이는지 알지 못해도 그의 일에 연루되기를 자처하는 눈 가린 공범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 자기 마음의 어둠에 비춰 동식을 이해한다. 해묵은 죄책감을 싸안고 있는 이는 동식의 기이한 행동을 속죄와 한풀이로 읽고, 동식과 마찬가지로 실종 상태인 가족을 기다리다 마음이 문드러진 이는 같은 슬픔을 읽어 함께 진창에 발을 디딘다.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운 웃음에 덧붙여진 많은 사람의 해석이 비로소 동식의 얼굴에 세월과 고통을 더하고 선인지 악인지 추궁하는 일을 덧없게 만든다.

VIEWPOINT

경찰대 수석

이동식 경사의 파트너 한주원 경위는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 경찰이다. <투캅스>(1993)에서 매사 원리원칙을 고집하던 신참 강 형사(박중훈) 이래, 한국 수사 장르극의 필수 요소가 된 경찰대 수석 역할은 주로 남자배우에게 주어지다가 2017년작 OCN <보이스>의 강권주(이하나)의 등장 이후 여성 수석 출신이 여럿 뒤를 이었다. 한편 드라마 속 경찰대 수석 캐릭터의 공급과잉으로 가치가 하락하는 즈음, tvN 드라마 <낮과 밤>의 도정우(남궁민)는 경찰대 수석 졸업에 재학 중 사시, 행시, 외시에 패스한 이력까지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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