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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배우 양희준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21-05-27

공연 때마다 눈물이 났다

“안녕하세요, 히히~.” 명랑하게 인사를 건네는 양희준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단처럼 솔직하고 엉뚱한 매력을 지닌 배우였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학생 창작 뮤지컬로 시작해 상업 뮤지컬로 재탄생한 작품. 서울예대 출신인 양희준은 초창기부터 3년 넘게 단의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시조의 나라 조선, 그러나 시조 짓는 일이 금지된 시대. 주인공 단은 백성의 흥과 한을 시조 가사에 담아 당당히 시조를 읊고 다니는 인물이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양희준의 첫 뮤지컬이며, 이 작품으로 그는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은 공연 실황 영상으로 제작돼, 5월 13일 극장 개봉했다.

-스크린에 걸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보니 어떻던가.

=어색했다. 스크린이 너무 커서 표정과 몸동작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보여 조마조마했다. 혹시나 의도하지 않은 표정이 카메라에 포착됐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고,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안도할 수 있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신인상 자체도 영광이었지만, 함께 연기한 김수하 배우와 같이 상을 받아서 더 기분 좋았다. 한 작품에서 두명의 주인공이, 그것도 두명의 신인배우가 함께 신인상을 받는 게 흔한 일이 아니어서 더 영광스러웠다.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주위에선 ‘상 받을 것 같으니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고도 했는데, ‘그래, 내가 상을 받을 수도 있으니 소감을 준비해볼까?’ 이런 생각은 할 수 없었다. 혹시나 상을 못 받으면 그 상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웃음)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뮤지컬 데뷔작이다.

=서울예대 학생들이 만든 창작 뮤지컬을 상업 뮤지컬로 발전시킨 작품인데, 창작진이 같은 학교 선후배들이다. 나는 학교에서 무대에 올릴 때부터 참여했다. 처음엔 내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게 맞나 싶었다. 당시 졸업생 신분이었는데, 왠지 졸업한 선배가 후배에게 갈 기회를 빼앗는 기분이라 불편함이 있었다. 나중에 우진하 연출님이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와 함께하자고 제안하셨고, 그땐 거절할 수 없었다.

-아픔을 숨기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단은 소년 만화의 주인공 같은 면모를 가졌다.

=공연을 할수록 나만의 숙제처럼 무언가 더 찾고 싶었다. 텍스트에선 단의 밝고 천연덕스럽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부각돼 있다. 처음엔 단의 그런 면모를 어떻게 재밌게 살릴까 했지만 점점 밝은 면 뒤의 어두운 면을 잘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의 아픔과 슬픔에 최대한 공감하면서 인물을 구축하려 했다.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공연 때마다 실제로 눈물을 흘렸나.

=그렇다. 공연 때마다 눈물이 났다. 그날의 상황에 따라 더 많이 울고 조금 울고의 차이는 있었지만 항상 울었다.

-듣기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지녔다. 노래도 편안하게 귀에 감기더라.

=노래를 잘하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다. 항상 노래가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내가 가진 소리를 얼마나 더 자유롭게, 얼마나 더 듣기 좋게 담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갈고 닦는 과정에 있다.

-춤, 노래, 연기 중 노래가 제일 어렵나.

=순서를 매기기 어려울 만큼 셋 다 너무 어렵다. (웃음) 뮤지컬 배우라면 노래 실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래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제일 어려운 게 무엇이라고 순서를 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힙합,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다양한 안무도 소화해야 했다.

=춤을 워낙 좋아해서 안무의 어려움은 크게 없었는데, 학교에서 공연할 땐 연습할 공간이 없어 고생했다. 시멘트 바닥에서 구르며 춤추기도 했고, 더운데 모기 물리면서 연습하기도 했다. 헝그리 정신으로. 그러다 상업영화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안무 연습실이 생겼다. 그때 ‘우와, 우리 성공했다’ 싶었다. 에어컨이 있는 연습실에서 연습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언제부터 뮤지컬 배우의 꿈을 꿨나.

=중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축제를 하면 무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밴드부 활동을 했다. 밴드부의 보컬이었다. 대학 진학할 땐 꿈을 좇기보다 현실적으로 취업에 유리한 과가 어디일까 고민하다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을 한 학기 다니고 깨달았다.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바로 자퇴했다. 난 무대에 서고 싶었던 사람이니까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군대에 갔다. 어차피 군대는 가야 했고, 꿈만 꾸며 허송세월하기 싫어 군대에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제대하고 연기과 입시를 준비했고 서울예대에 들어갔다. 이게 다 군대에서 치밀하게 짠 계획이었다. 생각보다 계획한 것들이 빨리 이루어졌다.

-그때의 계획대로라면 몇살쯤 뮤지컬 주연을 할 거라 생각했나.

=35살쯤 돼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웃음)

-뮤지컬 배우가 돼 무대에 서는 꿈을 이뤘다. 그다음 단계도 고민하고 있을 텐데,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나.

=원래는 무대에만 서고 싶었다. 연극이나 뮤지컬 두 장르만 하고 싶었는데 최근에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최익환 감독님이 연출하고 장현성, 이일화 배우가 출연한 <마이썬>에서 기철 역을 맡았다. 뮤지컬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은 무대 위에서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다 극과 캐릭터에 온전히 스며들게 된다면 영화는 순간순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연기해야 한다. 그만큼 부담도 됐지만 장인이 공들여 무언가를 만들듯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하며 장면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도 소화하고 싶다.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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