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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극장 리부트를 위하여
우석훈(경제학자) 2021-07-15

<모가디슈>는 25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우와! 한국 영화시장에서 이렇게 큰 영화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물리적 거리두기로 극장이 주춤하는 동안에 OTT가 가성비를 앞세워 약진했다. 팬데믹 국면에서 여행이나 관광 등은 우리나라만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서 몇년은 더 ‘롱테일’이 남겠지만, 이르면 연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극장의 거리두기는 완전히 열릴 것이다. 추석에 열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내년 설에 열릴 것이냐, 이건 아직도 불확실하다.

극장이 100% 열린 뒤에 어떤 상황이 되어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과연 ‘가성비’와 편의성을 찾아 OTT로 간 관객이 극장으로 일부만 돌아올지, 아니면 극장만이 줄 수 있는 몰입감과 문화적 경험을 위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얼마 전 서울시 1인 가구 행사에서 연극이나 콘서트를 주기적으로 가는 청년들에게 문화 정책 차원에서 공공 임대주택을 배정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청년 정책과 문화 정책이 결합되면 다양한 현실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티켓 구매 지원보다는 좀더 현실감 있고 뭔가 즐거운 추억을 줄 수 있는 그런 극장 프로모션 프로그램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전면적인 극장 개방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영화 생태계와 영화 다양성을 위해서 아직은 대면 방식의 극장이 더 버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소비자인 관객과 함께 도대체 무엇을 하면 극장에 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을지 ‘극장 리부팅’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을 것 같다. 팬데믹 이후의 리부팅, 우리는 미리 정해진 것이 없는 새로운 길을 가는 중이다.

최근의 정부 예산은 많은 사람이 원하고 설명이 될 수 있으면 배정이 된다. 처음부터 예산을 걱정하면서 계획을 짤 필요는 없다. 극장이 열리는 것은 즐거운 행사다. 그 행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게 더 많은 사람이 떠들고 머리를 맞대면 그게 현실이 된다. 예산 당국은 폐쇄적인 이권 그룹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것을 질색하지만, 공개적이고 현실적인 논의 이후에 나온 방안을 그냥 거부하지는 않는다. 팬데믹 이후 극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그 논의가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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