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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뮬렛 핫키 원격 워크스테이션을 활용한 비대면 영상 편집의 세계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1-07-29

코로나19 시대, 영상 편집의 패러다임도 변화한다

코로나19는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학교수는 집에서 펜 태블릿을 이용해 수업을 하고, 직장인들은 화상으로 주간 업무 회의를 한다.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것처럼 보였던 영상 업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인근 세트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촬영이 일주일간 중단되고 유선동 PD가 자택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을 때도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원래는 제작진과 연출자가 편집실에 와서 직접 편집본을 컨펌했지만 비대면 영상 편집 방식을 이용하면 각기 다른 공간에 있어도 편집 과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테라디치(Teradici)사가 만든 PCoIP(PC-over-IP) 프로토콜을 이용한 애뮬렛 핫키(Amulet Hotkey) 원격 워크스테이션을 이용하면, 편집실에 있는 영상의 픽셀 데이터와 오디오를 실시간으로 원격지로 전송해 원격으로 작업할 수 있다. 모든 데이터가 모여 있는 편집실 컴퓨터에 호스트 카드를 연결하고, 원격지에서는 제로클라이언트를 연결하면 된다(제로클라이언트는 오로지 원격 접속을 위한 전용 인터페이스와 모니터, 사운드, USB 포트로만 구성되어 있다. 어떠한 저장장치도 없는 일종의 단말기다.–편집자). 이렇게 시스템을 갖추고 나면 원격지의 제로클라이언트에 모니터, 스피커, 키보드와 마우스를 컨트롤해 호스트 카드에 연결된 워크스테이션을 컨트롤할 수 있다. 그러므로 편집자가 굳이 편집실에 오지 않아도 작업을 할 수 있고, 최종 컨펌을 내릴 감독과 제작진 역시 굳이 편집실에 오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들은 화상회의 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경이로운 소문>, 전편을 비대면 영상 편집으로

올 초 한국형 히어로물과 액션 장르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경이로운 소문>은 모든 에피소드를 원격으로 작업한 국내 첫 사례다. <경이로운 소문>의 편집을 담당한 유성엽 트윈픽스 대표는 애뮬렛 핫키사의 장비를 도입한 후 제주도에 머물면서 영상을 편집했다. 유선동 PD가 자가격리에 들어갔을 때는 세 공간에서 서버 동시 접속을 시도하기도 했다. 원래 PCoIP는 호스트와 클라이언트의 일대일 연결을 솔루션으로 제안하지만, 제주도와 유선동 PD의 집에 각각 제로클라이언트 장비를 갖추고 데이터가 있는 편집실 컴퓨터에 호스트 카드 2대를 연결해 실시간 3자 연결을 시도했다. 이렇게 세팅한 후 제주도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면 서울의 편집실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고, 또 동시에 PD의 자택의 제로클라이언트와 연결된 모니터로 제어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경이로운 소문>을 연출한 유선동 PD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했을 때 나와 편집기사는 각각 집에서, 또 다른 스탭들은 편집실에서 소통하며 편집을 했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화상으로 확인하면서 시간 딜레이도 없이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굉장히 효율적인 작업이었다”라며 비대면 영상 편집 경험을 공유했다. 문서 작성 정도의 가벼운 업무는 기존의 원격 작업 방식으로도 가능하지만, 그래픽이나 영상 편집 등 고성능 그래픽 퍼포먼스가 요구되는 영상 작업은 약간의 딜레이도 작업에 큰 방해가 될 수 있다. 원격 워크스테이션 솔루션은 100Mbps 이상의 유선 인터넷 환경만 갖춰져 있다면 픽셀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질 저하나 딜레이 없이 화면을 공유할 수 있다. 어디서든 편집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사운드나 VFX, 디자인, 게임 개발 영역으로도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

원격 워크스테이션 솔루션은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작업 속도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보해준다. 특히 촬영지가 지방이나 해외에 있어 편집실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그렇다. 편집자는 집과 편집실의 이동 시간을, 감독은 촬영지에서 편집실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편집 크루가 나눠서 작업할 경우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편집자끼리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불어 편집 파일을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스피드가 중요한 장르에서 빛을 볼 수도 있다. “오전에 찍은 신의 1차 편집본이 빠르면 오후쯤 나오고 PD가 촬영장에서 바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면서 어떤 신을 더 찍을지 아이디어를 바로 낼 수도 있다. 편집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장르의 경우 편집실과의 스피디한 커뮤니케이션이 도움이 많이 된다.”(유선동 감독) 트윈픽스는 원격 워크스테이션의 성공적인 도입이후 드라마 <나빌레라>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으며, 방영을 앞두고 있는 <배드 앤 크레이지> <인사이더> 역시 비대면 영상 편집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비대면 편집의 장점

원격 작업의 장점은 시간 절약 외에도 다양하게 꼽힌다. 기존 재택근무에서 많이 활용하는 VPN 접속은 회사 서버에 직접 접근하기 때문에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유출될 경우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 원격 워크스테이션 시스템에서는 공인 IP 주소만 입력하면 바로 일대일로 하드웨어끼리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위험성이 낮고, 애당초 원격지에 있는 제로클라이언트에는 저장장치가 없고 픽셀 정보값만 전송받기 때문에 호스트 컴퓨터에 있는 원본 데이터 출력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코로나19로 가능해진 새로운 옵션은 굳이 팬데믹 상황이 아니라도 선택권을 넓힌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강력한 데이터 보안 목적으로 군사나 관공서, 금융권, 제조 및 설계 분야에서 PCoIP 원격 작업을 선호해왔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원격 프로그램의 장점을 보다 확실히 누릴 수 있다. 가령 미국에 본사가 있고 유럽에 지사가 있는 경우, 굳이 데이터를 모두 보낼 필요 없이 제로클라이언트와 접속 단말기만 갖추게 하는 것이다. <어벤져스> <아쿠아맨> 등의 시각효과(VFX)를 맡았던 스캔라인 VFX 스튜디오는 이미 이같은 방식을 도입해 데이터 보안에 힘을 주고 있다. 원본 데이터는 본사에서 관리하고 해외 지사에서는 작업만 하는 것이다. 타지에서 픽셀 신호를 받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고가의 프로그램 라이선스를 굳이 이중으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원격 워크스테이션의 강점이다.

비대면 방식이 물리적 거리를 좁혀줄 수 있다면, 이는 해외 합작 프로젝트에도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가령 감독이 미국에, 편집자가 한국에 있는 경우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유성엽 기사는 지방이나 해외에서 오래 상주하며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이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속도만 따라준다면 감독이 굳이 서울까지 와서 편집본을 확인하거나 풀로 편집한 파일을 전송받지 않아도 된다. 타지에서 편집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편집자와 소통하면서 연속성을 갖고 촬영할 수 있다.” 이같은 흐름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산업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재편되는 현상 안에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 기업 비밥 테크놀로지는 월 구독방식을 통해 개인 컴퓨터로 클라우드 접속을 한 뒤 고사양의 워크스테이션과 아비드, 프리미어 프로, 포토숍 등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편집실에 오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그것이 보안을 위해 권유된다면, 부산에 있는 작업자가 서울이나 해외에 있는 회사에 고용되는 일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중앙 서버에 해당하는 편집실은 워크스테이션을 모아놓고 관리할 수 있는 소규모의 공간만을 필요로 하게 된다. 비대면 영상 편집이 완전히 자리 잡을 어떤 미래에는 어쩌면 물리적인 오피스의 개념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Q. PCoIP란?

원래 PCoIP는 VDI(가상 데스크톱 인프라, 중앙 집중식 최종 서버에서 수많은 가상 데스크톱 세션을 추출하고 호스팅하는 것.-편집자)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권장되면서 VDI 솔루션을 채택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든 데이터는 회사에서 관리하고, 모니터와 키보드와 마우스만 연결된 단말기에서 서버에 접속해 작업을 진행한다. 데이터 보안에 강점을 갖고 있다.

외장형 호스트 카드

Q. 애뮬렛 핫키 외에 다른 제품은 없을까?

기존 PCoIP를 이용한 호스트 카드는 윈도와 리눅스 OS만 지원되기 때문에 대부분 매킨토시를 쓰는 편집실에서는 활용하기가 어렵다. 애뮬렛 핫키(Amulet Hotkey)는 테라디치사로부터 PCoIP 프로토콜 라이선스를 받아 호스트 카드와 제로클라이언트를 독자적으로 설계하는데, 현재 매킨토시 지원이 가능한 유일한 외장 호스트 카드를 제조한다.

제로클라이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