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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영화는 메타버스를 타고
장영엽 2021-08-13

“지난 20년이 놀라웠다면 앞으로 20년은 공상 과학이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그래픽카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인간의 아바타와 AI가 공존하는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가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상현실 세계에 접속해 도시를 건설하고 지인들과 교류하고 콘서트와 이벤트를 위해 모이는 것이 일상이 될 거라는 그의 말은 혁신적이었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메타버스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상당 부분 현실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출근을 권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현실 세계의 아이돌과 가상 세계의 아바타로 나뉘어 활동하는 걸그룹(에스파)이 등장했다. 돌아오는 광복절에 메타버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독립운동 이벤트를 연다는 인천시의 사례나 메타버스 내에 캠퍼스를 개설하는 여러 대학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편의점을 열고 방문하는 고객에게 삼각김밥과 라면 등의 물품을 판매하는 CU의 경우만 보아도 메타버스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고 밀접하게 일상에 스며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마침 지난 8월 6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함께 SK가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서 영화 상영회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회 전반에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영화에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이라면 송경원, 배동미, 김소미 기자가 취재한 이번호 기획 기사를 참조해주시길 바란다. 메타버스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를 알기 쉽게 정리한 이번 기사에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업체인 비브스튜디오스와 위지윅스튜디오를 취재해 영화의 미래를 가늠해보았고 메타버스 내의 영화 상영회 풍경을 통해 가상현실 속 영화 관람의 의미와 창작자와 관객의 상호작용을 고찰해보았다.

메타버스와 영화 속 공간에 관한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글은 공간을 넘어 메타버스가 부여하는 새로운 기회에 대한 의미를 짚는다. 메타버스에 관한 다양한 필자의 글을 읽으며 결국 관건은 상상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의 개념으로부터 파생된 인간의 다채로운 상상력에 감탄하며, 가상현실 속 도서관에서 <씨네21>을 선보이게 될 날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