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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언더그라운드' 지하철이라는 공간 속 노동자들의 근로
김성찬 2021-08-13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상우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학교에 마련된 실습 기계들의 압도적인 무게감에 짓눌려 애초 잘못 들어온 학교라고 생각했던 상우는 기업체 현장 견학을 다니면서 이른바 ‘버튼맨’이라 불리는, 기술직 중에서도 그나마 편하고 안전해 보이는 직무에 종사하기를 은근히 바란다. 또 직접 선로를 걸어다니며 유지 보수를 하는 사람과 달리 탈것에 실려 편히 이동하는 사람을 보면서 자연스레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구분하게 되고, 자신도 비정규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정규직에 다다를 수도 있겠다는 체념 섞인 전망을 담담히 말하기도 한다.

<언더그라운드>는 표제가 말해주는 바와 같이 지하철이라는 일상적 모습을 가능하게 하는 비가시적 공간 속 노동자들의 ‘근로’를 특별한 설명 없이 묵묵히 보여준다. 운행을 마치고 열차가 들어오면 노동자들은 바퀴를 떼어내고 부속품은 분리해 보수한다. 선로 정비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에만 가능하기에 야간 근무를 한다. 미화원은 토사물을 치우고, 운전직은 땅속 깊은 곳에 정차한 열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걸어 퇴근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방향성은 노동 장면들 사이로 삽입되는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다. 그들은 지하철 운행이라는 지면 아래 산재 처리의 불합리함,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갈등, 열악한 업무 환경, 운전직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무인화 과정 등의 문제를 노정하면서, 안전 운행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개념임을 웅변한다. 무엇보다 대를 이어 기술직 노동자가 되는 상우가 곧 극소수를 제외한 우리라는 점을 직시한다. 우리 모두 언더그라운드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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