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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귀신' 귀신 들린 공간을 재치 있게 갖고 노는 블랙코미디
남선우 2021-08-20

단도직입적인 제목이 호기롭게 시선을 끈다. 오프닝부터 상황을 단숨에 압축해 기세를 잡는다. 초반부의 리드미컬한 편집이 돋보이는 영화 <귀신>은 귀신 들린 공간이라는 흔한 소재를 재치 있게 갖고 노는, 호러가 가미된 블랙코미디다. 이야기는 TV 프로그램 제작진들로부터 시작된다. 초자연현상을 다루는 방송국 PD는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산중의 폐교회를 찍기로 한다. 귀신의 정체를 밝혀줄 용한 무당, 폐가를 당차게 휘저을 미스터리 체험단도 기용한다. 그러나 시청률 대박을 노리고 들어간 곳에 유령은 나타날 생각을 않고, 뜻밖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자기 몫을 챙기려 풀숲을 헤치고 온 이들의 한바탕 소동에 익살과 공포의 믹스매치가 거듭된다.

정하용 감독의 첫 장편 <귀신>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존재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다툰다는 익숙한 설정을 말맛과 연기력으로 돌파해가는 노력이 돋보인다. 오싹한 배경을 뒤로하고 각자의 입장을 앞세운 인물들의 충돌은 종종 한편의 콩트를 연상시킬 정도다. <귀신이 산다> <시실리 2km> 같은 2000년대 초반의 장르 배합이 떠오르기도 한다. 흩어져 있던 인물들이 한데 모일수록 기묘한 에너지를 뿜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는 설명과 늘어지는 전개가 아쉬움을 남긴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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