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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크리스토퍼 놀란: 첫 작품부터 현재까지, 놀란 감독의 영화와 비밀>, 크리스토퍼 놀란 tmi
이다혜 2021-08-23

톰 숀 지음 / 윤철희 옮김 / 제우미디어 펴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식당의 메뉴판을 뒤에서부터 앞으로 넘긴다. 잡지도 그렇게 본다고 한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왼손잡이라서’라는데 충분한 이유인지는 모르겠다(일본은 오른손잡이도 왼쪽으로 책을 넘긴다). 하지만 놀란의 영화를 봐온 사람으로서는 “아, 그래서인가!” 싶어질지도 모른다. <메멘토> <인터스텔라> <테넷>을 비롯한 그의 영화들에서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혹은 순행하지 않는) 감각이 흔한 이유는 어쩌면 그래서가 아닐까? 뉴욕대학교에서 영화사를 가르치며 영화 관련 글을 쓰는 톰 숀이 놀란과의 오랜 인연과 폭넓은 취재, 자료조사와 영화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쓴 <크리스토퍼 놀란: 첫 작품부터 현재까지, 놀란 감독의 영화와 비밀>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놀란의 모든 영화에 대한 상세한 주석이다. <배트맨 비긴즈> 이후 모든 놀란의 연출작에 출연하는 마이클 케인을 처음 캐스팅했을 때 놀란은 직접 시나리오를 가지고 그를 찾아가 (시나리오 보안을 위해) 그가 끝까지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기다렸다. 영화음악으로 자주 협업하는 한스 짐머는 영화가 거듭될수록 곤경에 처한다.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는 시나리오의 대사 전체를 손으로 직접 옮겨 적은 글로 일기장을 채웠다. <덩케르크>에서는 기상환경에 상관없이 촬영했다. 그리고 <테넷>은? “<인셉션>이 그의 <현기증>이라면, 시간을 구부리는 플롯과 반전, 배신, 야수주의 양식의 방대한 콘트리트 건물, 카메오로 출연한 마이클 케인을 보여주면서 모든 것을 놀란풍으로 반복하는 <테넷>은 그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가 될 운명으로 보였다.”

놀란의 영화 제작 뒷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는 대목은 그가 레퍼런스로 삼은 무수한 이미지, 영화에 대한 내용이다. <인터스텔라>를 설명하다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 놀란은 극중 인공지능 컴퓨터 HAL의 디자인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한 뒤 이렇게 말했다. “영화 연출이라는 건 그런 겁니다. 사람들과 동업자들을 캐스팅한 다음, 하찮거나 하찮아 보이는 결정을 날이면 날마다 몇년에 걸쳐 내리고는 그것들이 쌓여서 어떤 모습을 갖추는지 확인하는 거죠.” 아마 협업하는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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