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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와 조이' 지지 말고 살자

올가을부터 이어진 궁궐 배경 사극의 화려한 복식을 즐기던 참인데 tvN 드라마 <어사와 조이>를 보다 새롭게 눈이 뜨였다. 극중 양반의 사모관대나 임금의 용포는 빌려 입은 옷처럼 품이 들뜨고 엉성한데 양반 이하 백성들의 의상은 질감과 배색, 몸에 맞춘 핏까지 의상팀의 혼을 털어넣은 티가 역력하다. 왕이 직접 임명하는 비밀 관리인 어사는 임금의 의지와 연결된 직책이나 <어사와 조이>는 왕(조관우)에 대한 묘사를 무능한 결재권자로 한정한다. 암행어사가 된 종6품 관리라이언(택연) 역시 왕명이고 뭐고 지방 맛집 순례로 어사 임무를 때울 계획이었다. 한데 고대하던 충청도 짜글이 맛집은 문을 닫았고, 기별(이혼)부인 김조이(김혜윤)가 암행 파트너로 합류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탐관오리를 벌하고 억울한 백성을 구제하던 암행어사 이야기는 새로운 목소리를 얻는다.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고 원님 앞에서 이혼 송사를 치르던 조이를 비롯해 이언이 만나는 백성들은 이미 자신을 구하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을 구하는 중이다. 상단의 노비로 일하던 광순(이상희)은 학대당하던 고아들을 탈출시켜왔고, 풋내기 무당 비령(채원빈)은 고아들과 가족을 이루며 이들을 보호해왔다. 이들은 어사 이언과 조력을 주고받는 관계이자 조이의 벗이 되는 이들이다. 청나라로 끌려갔다 돌아온 조이의 엄마 덕봉(배종옥)은 속환금을 마련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을 구하는 조직의 수장으로 딸과 재회한다. 이혼녀, 노비, 무당, 환향녀. 천대받는 조선 여성들이 서로 단단하게 의지하는 모습은 이언이 막역지우였던 세자(이준혁) 사망의 진실을 밝히는 전개만큼이나 중하고 가치 있다.

이혼한 조이를 배웅했던 마을 할머니는 귀한 능소화 씨앗을 건넸다. ‘능소화가 뜻하는 것은 명예니까 꺾이지 말고 지지 말고 살라’는 당부와 함께. 씨앗은 10회에 이르러 조이, 광순, 비령의 이름을 언문으로 적어 문패를 단 집의 마당에 심어지니 이언과 조이의 로맨스만큼, 세 여성이 꾸린 터전의 이야기도 기대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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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2021–그녀들> (웨이브)

조이가 혼인을 파하기로 결심한 것은 노름하는 남편과 심술궂은 시어머니 탓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행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1–그녀들>에서 성질이 불같고 나인들을 험하게 다루는 세자빈 봉선(정다은)은 ‘열녀전’ 속 여인들이 행복했을까, 물으며 새로 온 나인 소쌍(김새론)을 시험한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세자빈 봉씨와 궁궐 나인 소쌍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한 올해의 수작 단막극.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웨이브)

홍문관 부수찬으로 지내며 직접 요리한 도시락을 즐기는 걸 낙으로 삼던 라이언은 어사 임무를 수행하는 틈틈이 가래떡을 굽고 닭백숙을 만들어 주변을 먹이는 인물. 역시 홍문관 부수찬으로 기방 출입을 일삼다 어사 발령을 받은 이로 올 초에 종영한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의 성이겸(김명수)이 있다. 야망도 없이 미식가와 난봉꾼으로 살아가던 두 어사의 수사 활극을 비교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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