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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앙겔로풀로스 (Theo Angelopoulos)

1935-04-17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7.5

/

네티즌8.2

기본정보

  • 원어명Theodoros Angelopoulos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35-04-17
  • 사망2012-01-24
  • 성별

소개

대표작 <유랑극단>

프랑스 평론가 미셸 시몽은 “앙겔로풀로스야말로 현대 그리스영화계의 위대한 거장일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창의적인 예술가다”라고 말했다. 시몽이 말한 앙겔로풀로스의 ‘창의적인’ 예술은 길게 찍기 미학에서 나온다. 한 화면이 한 장면을 이루는 시퀀스 쇼트, 길게 찍기의 미학은 앙겔로풀로스의 영화에서 신기원을 이뤘다. 앙겔로풀로스는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들 사이의 사멸한 공간’으로 자신의 영화를 정의한다. 앙겔로풀로스는 극적으로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화면을 따로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면서 유장한 영화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극적으로 쓸모없는 ‘사멸한 시공간’이 이어지는 동안에 관객은 이 시공간 지속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앙겔로풀로스는 아테네에서 태어나 60년 파리로 유학갈 때까지 법학을 공부했다. 프랑스 최고의 영화학교인 고등영화연구소(IDHEC)에서 수학했지만 1년 후에 교수들과 싸우고 학교를 자퇴했다. 그러나 이때 앙겔로풀로스는 파리의 시네마테크에서 고전영화를 열심히 습득했다. 아테네로 돌아와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던 앙겔로풀로스는 첫 장편영화 <범죄의 재구성 Anaparastasis>(1970)을 40년대의 할리우드 범죄영화 스타일로 만들었다. 실제 사건에 기초해 만든 이 영화는 유부녀와 간통하던 한 남자가 유부녀와 짜고 남편을 살해한 뒤 살인죄로 기소당하는 내용인데 지방판사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진상이 모자이크처럼 짜맞춰진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를 연상시키는 누아르 스타일의 영화였지만 상투적인 장르 영화는 아니다. 앙겔로풀로스는 필름누아르 장르에 존경을 표했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의 풍경이다. 영화 내내 그리스 시골 지방의 황량한 풍경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가난과 절망을 극대화시킨다. 앙겔로풀로스는 범죄 영화의 플롯을 빌려 그리스 시골 마을의 현실을 암시적으로 빗댄 것이다.

그러나 앙겔로풀로스 스타일은 <1936년의 나날 I Meres Tou 36>(1972)에서 구체화된다. 이 영화의 배경은 메타삭스 장군의 군사 독재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1936년. 감방과 취조실이 주된 배경이지만 이 영화의 호소력은 감방의 주위, 곧 길게 뻗은 복도, 밖으로 잠긴 감방 문, 감방 바깥의 마당 등을 이상하게도 오래 잡아두는 연출에서 나온다. 별다른 사건이 없는 주변 배경을 그렇게 오래 화면에 잡아두는 연출 의도는 애매모호하다. 그러나 앙겔로풀로스는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한 느낌을 주는’ 이것이 바로 그리스의 독재를 표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4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에 한 화면의 길이가 3분 이상이고 대사도 별로 없이 80여개의 화면으로 이뤄진 다음 영화 <유랑극단 O Thiassos>(1975)은 앙겔로풀로스의 대표작이다. 39년 메타삭스 장군이 실각하고 52년 파파고스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14년 동안 이 지방 저 지방을 돌아다니며 연극을 공연한 배우들의 얘기지만 기본 얘기 구조는 그리스 민담에서 빌려온 것이라 한다. 앙겔로풀로스의 관심은 다양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운명론적으로 해석하는 신화를 현대사와 접목시켜 역사를 생각하는 계기에 있있다. <사냥꾼들 I Kinigi>(1977)로 <1936년의 나날> <유랑극단>과 짝을 이루는 ‘현대사 3부작’을 완결지은 앙겔로풀로스는 20세기의 전환기를 다룬 <구세주 알렉산더 O Megalexandros>(1980)를 연출했다. 15세기부터 구전된 구세주 알렉산더의 전설을 번안한 이 영화는 구세주를 염원하는 그리스인의 집단의식을 반영하면서, 사회주의적인 희망으로 가득 찼던 세기초의 그리스 사회에 이어 무리한 사회주의 독재와 그에 반발하는 무정부주의 세력간의 다툼으로 혼란을 겪는 그리스를 보여주면서 끝난다.

그리스가 독재를 종식지은 후에도 앙겔로풀로스 영화의 근본정서는 비관적인 것이었다. 과거는 신화가 일깨우는 희망과는 아무 상관없으며 현실은 견딜 수 없고 미래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다. 독재에 반대했던 좌파 진영이 뿔뿔이 흩어져 혼란스런 현실에서 앙겔로풀로스는 <시테라 섬으로의 여행 Taxidi sta Kithiri>(1984) <양봉업자 O Melissokomos> (1986) <안개 속의 풍경 Topio Stin Omichli> (1988) <황새의 멈추어진 걸음 Le Pas Suspendu de la Cigogne>(1990) 등의 영화에서 지식인이자 예술가로서 느끼는 좌표의 상실감 같은 것으로 표현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60년대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은 <안개 속의 풍경>은 로드무비식 구성을 통해은 황폐한 현대사회의 정신적 진공상태를 강력하게 일깨운다. 넓은 밤 하늘, 인적없는 도로, 쓸쓸한 밤 평야의 풍경이 무력감을 고취시키는데, 이건 살벌한 폭력묘사보다도 더 끔찍한 것이다. 최근작에서도 앙겔로풀로스는 해답을 구하지 않는다. <율리시즈의 시선 To Viemma Tou Odyssea>(1995)의 주인공, 전쟁으로 산산조각이 난 발칸반도의 복판을 여행하는 영화감독은 묻는다. 그 옛날 무구했던 인간들의 흔적은 다 어디로 갔는가? 앙겔로풀로스가 보는 세상은 언제나 똑같다. 인간들은 주어진 몫을 차지하기 위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방법으로 여전히 싸우고 또 싸운다. 신화적인 틀을 차용하고 현실을 전체로 껴안는 긴 호흡의 스타일로 현실에 대한 좌파적 희망을 간직한 앙겔로풀로스의 ‘장중한 마르크스주의자의 영화언어’는 현실에 착지점을 구하지 못한 자의 절망을 숨기고 있다. / 영화감독사전, 1999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앙겔로풀로스를 여덟 번 째 핸드프린팅 행사의 주인공으로 선정하고 월드시네마 부문 첫 회고전으로 ‘테오 앙겔로풀로스 회고전’을 마련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