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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페리아

Suspiria

2018 이탈리아,미국 청소년 관람불가

판타지,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상영시간 : 152분

개봉일 : 2019-05-16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다코타 존슨(수지) 틸다 스윈튼(블랑) more

  • 씨네217.50
  • 네티즌7.00

"...빠져든다"

마담 블랑의 무용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찾아온 소녀 수지
그리고 그 곳에서 겪는 기이하고 놀라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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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42)


전문가 별점 (4명참여)

  • 6
    박평식통찰과 은유를 뼈대로 재건축
  • 8
    이용철실패한 마녀들의 역사, 마녀의 손으로 새로 쓰다
  • 8
    장영엽새로운 오리지널의 탄생
  • 8
    이주현전율과 소름의 엔딩
제작 노트
ABOUT MOVIE 1

공포 걸작의 재탄생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꿈을 현실로

영화 ‘서스페리아’는 마녀들의 소굴인 무용 아카데미를 찾은 소녀를 통해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광란의 무대를 그린 공포영화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아이 엠 러브’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솔직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며 감성 장인이라 불리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많은 기대를 모았다.

여름 캠프를 떠났던 이탈리아 북부의 한 마을에서 처음 ‘서스페리아’의 포스터를 보고 잊지 못할 충격에 빠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13살이 되었을 때 저녁 식사 도중 TV에서 마침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상상 이상이었고 그 광기에 완전히 사로잡혀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되었다. 성인이 되면 꼭 본인 버전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며 감독의 꿈을 키워왔고 40여 년 만에 그 꿈을 현실로 옮기게 되었다.
감독은 “원작 포스터를 보자 바로 빠져들었다. 몇 년 후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이후 원초적인 영감이 되었고 한 번도 잊은 적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작에 대해 “원작은 제어되지 않은 자유이자 감성의 충격이었다. 영화가 어떻게 강력한 무기가 되어 한 사람의 내면에 충격을 주는지 가장 생생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1977년 원작 ‘서스페리아’는 이탈리안 지알로 필름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감각적인 색감의 미장센으로 지금까지도 그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명작 공포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번 ‘서스페리아’는 원작의 세계관과 전체적인 흐름을 제외한 대부분에 자신의 색깔을 입혀 리메이크가 아닌 커버 버전으로 완성해 오랜 염원을 실현시켰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원작과는 또 다른 탄탄하고 복합적인 스토리를 구축하고 여기에 독특한 비주얼과 현대적인 색감을 더했으며, 감독 고유의 감성으로 각 캐릭터의 개성을 더해 인간 본질의 불안하고도 변화무쌍한 모습과 그들이 만들어낸 역사를 그려낸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통해 잘 알려진 다코타 존슨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개성파 배우로 ‘옥자’와 ‘설국열차’ 등 한국영화와 최근 국내 CF 출연 등으로 익숙한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았다. ‘님포매니악’을 통해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미아 고스 그리고 클로이 모레츠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합류해 영화를 새로운 매력으로 완성했다.


ABOUT MOVIE 2

원작 그 이상의 충격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 속 다양한 의미

‘서스페리아’는 원작을 바탕으로 단순 리메이크가 아닌 새로운 설정과 스토리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됐다. 제작진은 리메이크 판권을 얻기까지도 1년 이상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갔다.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 마르코 모라비토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오랜 숙원을 풀도록 도와주었다. ‘셔터 아일랜드’, ‘조디악’, ‘블랙 스완’에 참여했던 브래들리 J. 피셔도 제작에 참여하였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2015년 ‘비거 스플래쉬’로 함께한 데이비드 카이가니크를 작가로 섭외했다.

작품 제작 초기에 작가와 감독은 새 작품이 1977년의 배경이라는 데 동의하고 사회적 배경을 스토리에 깔아놓되,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특유의 미학적인 부분과 정반대를 추구하기로 했다. 시나리오는 ‘수지’라는 젊은 미국인 무용수가 아카데미에 들어왔다가 마녀들의 집회에 비밀스럽게 이끌린다는 점에서 원작과 출발점이 동일하다. 하지만 원작이 남서부 독일의 소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것에 반해, 리메이크작은 냉전 시대의 베를린에서 극좌파 세력 바더 마인호프 집단의 테러가 극에 달했던 시점을 배경으로 삼았다. 여기에 주인공이 ‘마담 블랑’이 이끄는 무용 아카데미에 눈을 뜨는 것은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이념이 절충된 사회로 반영하였다.

영화 배경의 상당 부분을 바더 마인호프의 세력이 극에 달했던 마지막 몇 주의 베를린으로 옮긴다는 것은 영화 속 주요 공간인 무용 아카데미가 파시즘과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회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 당시 독일 젊은이들 사이에선 기성세대가 전시에 유럽 전역에 저지른 행위 때문에 분노하고 있던 시기였고, 기성세대들은 책임감조차 없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영화를 “매우 구체적인 시간대와 장소가 담긴 이야기”라고 하면서 당시 시대상이 너무 암울하다 못해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기였음을 말한다. 그는 이 영화가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과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의 견본을 통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1970년대를 휩쓸었던 페미니즘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한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그의 독보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색감, 그리고 원작 못지않은 충격적 비주얼을 선보인다. 여기에 대해 감독은 영화의 많은 장면이 관객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면서 “관객들의 마음에 영화의 이미지가 깊이 새겨지기를, 불안에 휩싸이길 원했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힘과 복잡한 심리를 파고든 스토리에 대해서도 “언제나 여자들의 복잡한 마음과 그들의 세상에 매력을 느꼈다. 여성과 그들의 힘에 초점이 맞춰졌던 원작에 더해 이번 영화는 세대 간의 갈등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해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작품의 탄생을 예고한다.

신체적으로 아주 힘든 춤에 도전한 배우들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아주 영리하고 재능 있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런 능력을 갖춘 배우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열정적이고 힘차고 예술에 모든 걸 전념한다”면서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ABOUT MOVIE 3

전례 없는 여성 캐릭터들의 향연
작품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이유 있는 확신

이번 작품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전례 없는 여성 캐릭터의 향연을 선보인다. 마녀가 주시하는 무용수 ‘수지’부터 마녀를 모시는 배후 세력 ‘마담 블랑’, 마녀를 흠모하는 추종자 ‘사라’, 마녀를 두려워하는 희생자 ‘패트리샤’ 등 모두 마녀와 연결된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높은 스토리에 궁금증을 더한다.

헬레나 마르코스 아카데미에 수습 단원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수지’의 역에는 다코타 존슨이 캐스팅되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2015년 ‘비거 스플래쉬’를 같이 했을 당시에 이미 ‘서스페리아’의 작업에 대한 뜻을 비추기도 했다. 다코타 존슨은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춤을 추는 여성들 간의 밀고 당기는 관계 그리고 마녀가 나오는 것과 영화의 주제에 즉각 이끌렸다. 마침내 원작을 봤을 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왜 그토록 열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다코타 존슨은 제작에 들어가기 전부터 주인공의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면서 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하며 캐릭터를 개발해냈다.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종교나 규율, 인간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로, 세상을 알고 싶어하고 성 평등과 사회 운동에 관심이 많은 내면의 힘이 강한 여성, 그리고 극의 전개에서 참혹한 대상이며 어두운 세력의 목표물까지 되는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다코타 존슨은 출연진 대부분이 여성이며 전통적인 로맨스도 없는 영화가 전하는 풍부한 감성과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포인트로 추천하기도 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추었던 배우 틸다 스윈튼은 ‘서스페리아’의 리메이크에 대해 이미 25년 전에 들었고, 그렇게 오랫동안 작품에 대한 소화와 숙성을 거쳐 깊은 내면을 투영하게 된 감독의 선택을 믿어 출연하게 되었다.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블랑’은 뛰어난 안무가이다. 그리고 예술가이자 천재적인 무용수이며 넘치는 카리스마로 제자들에게 춤에 대한 영감과 사랑, 헌신을 불어넣는 지도자이다. 하지만 아카데미를 지키고자 초자연적인 능력을 썼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비밀스러운 고독감을 가진 인물이다. 이를 위해 마사 그레이엄, 마리 비그만, 피나 바우쉬, 샤샤 왈츠 같은 유명 안무가와 특히 라이너 파스빈더의 작품을 참고해 ‘마담 블랑’의 불안한 목소리를 창조해갔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예리한 감정의 기복을 표현하는 면에 있어서 두 명의 주인공 여배우를 무한히 신뢰했다. “그들은 정말 재능이 넘치는 안무가이다. 이 영화가 극한의 여정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려면 단지 감각이 좋고 인기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함께 신뢰하며 그 극한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 다코타 존슨과 틸다 스윈튼은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며 우리 셋은 함께 극한의 정점을 찍었다”고 만족했다.

한편, 틸다 스윈튼은 정신과 의사이자 ‘패트리샤’의 일기를 통해 마녀의 존재를 의심하는 박사 ‘클렘페러’ 역으로도 열연했다. 강력한 여성 캐릭터들 속 유일한 남성 캐릭터인 ‘클렘페러’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은 이 역을 통해 노인 남성의 분장을 완벽히 소화해 냈으며, 북미 개봉 당시 ‘루츠 에버스도르프’라는 가상 인물의 크레딧으로 이를 숨겼다. 그리고 이는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틸다 스윈튼은 영화가 충격적인 후반부에 다다랐을 때 등장하는 섬뜩한 모습의 히든 캐릭터까지 소화해 내며 ‘서스페리아’에서 무려 1인 3역을 보여준다.

무용 아카데미에 입단한지 얼마 안 되어 ‘수지’는 ‘사라’와 친구가 된다. 전도유망한 ‘사라’ 역은 신예 스타인 미아 고스가 연기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팬으로서 오디션을 본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는 미아 고스는 아카데미를 몸 바쳐 지키려는 수호자였지만 자신이 알아낸 사실이 아카데미의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회의적인 태도로 바뀐 극중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사라’라는 캐릭터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던 만큼 힘들게 뭔가를 할 필요가 없었지만 호기심과 집착으로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인물이다.

또 다른 중심에 서 있는 배우 클로이 모레츠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첫 장면에 등장한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몇 년간 같이 작업을 해보려고 했다가 드디어 ‘서스페리아’로 함께 할 수 있었다. 클로이 모레츠는 마녀의 비밀을 눈치 채고는 불안에 시달리다가 아카데미에서 도망친 ‘패트리샤’ 역을 맡았다. 평범한 소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난 무용수 지망생이었지만 자신이 마녀들의 타겟이 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한없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클렘페러’ 박사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지만 그녀의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클로이 모레츠는 작품을 위해 독일어를 공부해 영어와 독일어를 병행하며 연기했다.



PRODUCTION NOTE

서스페리아의 시각효과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를 수상한 촬영 감독 사욤부 묵디프롬과 다시 뭉쳤다. 싸늘한 겨울이 배경인 ‘서스페리아’는 햇살이 아롱거리는 전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으며 풍부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원작과도 매우 다르다.

영화의 비주얼은 80년대의 이야기를 그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접근법과 같이, 실제로 1977년의 베를린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방법을 강구했다. 이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특히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1978), ‘베로니카 포스의 갈망’(1982), TV 서사극 ‘알렉산더 광장’을 제작한 라이너 파스빈더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 라이너 파스빈더의 작품과 발튀스의 그림들을 토대로 실제 공간을 아우르고자 했고, 이에 여러 종류의 회색이나 갈색, 빛 바랜 색이나 창백한 파랑, 초록색을 사용해 당시 독일 영화의 분위기나 시대상을 반영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인벨 웨인버그 역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원작에서 보이는 섬뜩한 미학과 차별화를 두려 했다. 강한 현실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현실과 초자연적인 요소를 나란히, 천천히 드러내는 방법을 사용해 더욱 스산한 느낌을 강조했다. 이에 독일 베를린의 박물관과 베를린 장벽, 당시 사회상을 그린 영화와 책을 연구했다.

외부 촬영의 많은 부분이 독일에서 이루어졌지만 이탈리아 산기슭에 위치한 오래된 호텔에서 내부촬영이 진행되었다. 광대함 가운데 공간과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방식의 세트를 새로 지어 낡고 쓰러져가는 공간이 현대적인 독일의 건물로 다시 탄생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의상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해온 줄리아 피에르산티도 합류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이어 ‘서스페리아’에서도 각 캐릭터의 개성에 정확히 맞춘 의상으로 시대상과 성격까지 반영했다. 대부분 갈색이나 베이지, 녹색 등 화려하지 않은 색감을 유지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 것 같으면 빨강으로 강조를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이중 무용 아카데미의 대표 공연인 ‘폴크(Volk)’에서는 BDSM(속박(Bondage)·훈육(Discipline)·사디즘(Sadism)·마조히즘(Masochism))의 영향을 받은 밝은 의상을 통해 이 아카데미가 쾌락과 고통 위에 세워졌음을 암시했다. 이 의상은 예술가인 크리스토가 창조한 작품 속에서 굵은 밧줄로 몸을 감싼 여성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손으로 직접 빨간색 밧줄을 엮기로 하고 사진 작가인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을 보며 특별한 매듭 기법을 연구했다.

영화가 어둠의 세계로 들어감에 따라 머리카락으로 만든 드레스처럼 특이한 옷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초강력의 세계로 인도한다. 
서스페리아의 리듬
이번 작품에서 춤은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용수의 움직임은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힘이자 관객에게 주문을 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게 춤과 미장센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였다. 급진주의적인 현대식 춤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춤은 육체와 피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만큼 단지 그저 아름다운 움직임이 아닌 춤으로 이들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고자 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올리비에 상을 수상한 공연 ‘바벨’의 데미안 잘렛이 참여해 일종의 비밀 언어인 춤으로 마법의 힘을 표현하고 급진주의와 공동체에 대해 원초적인 감성을 표현해냈다.

다코타 존슨은 밴쿠버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찍으면서 안무 연습을 했다. 데미안 잘렛이 작업에 참여하자 이탈리아로 와서 3주간 하루에 8시간씩 다른 안무가들과 연습을 시작했다. 이미 10살 무렵 춤을 배운 다코타 존슨은 정식으로 된 안무 교육을 받지 않은 만큼 ‘수지’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극 중 ‘수지’의 춤은 약간의 발레와 서정적인 움직임, 재즈의 결합에 더해 독일의 표현주의 안무 그리고 안무가 자신의 개인적인 표현력이 더해졌는데, 매우 예리하고 열정적이며 선을 중요시한 춤이면서 안정적이고 예민한 움직임에 관능적인 요소를 더했다. 특히 오디션 장면에서는 토슈즈를 신지 않음으로써 발이 마룻바닥에 닿을 때 더 관능적이고 원초적인 움직임이 살아나도록 했다. 또한 ‘마담 블랑’의 춤은 전설적인 안무가 마리 비그만이나 바우쉬의 느낌을 살렸다.

배우들은 수개월간 힘든 춤을 연습했고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한 적도 있었다. 다코타 존슨은 춤에 모든 걸 쏟아 부었고 극 중 중요한 안무를 하던 중에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녀가 부상을 입은 춤은 ‘서스페리아’에서 악명 높은 장면이다. ‘마담 블랑’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수지’가 춤을 추자, 이전 수석 무용수였지만 자신을 뛰어넘은 상대가 나타나자 절망에 빠지며 극단의 감독이 마녀라는 험담을 하던 ‘올가’ 사이에는 초자연적인 고리가 형성된다. 마녀의 뜻을 감히 거슬렀던 ‘올가’는 결국 거울로 된 방에 갇히고 만다. ‘수지’가 춤을 출 때마다 매 순간 ‘올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갈비뼈들이 심하게 뒤틀리다가 결국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버린다.

이 장면은 제작진이 수 년간 상의한 장면으로, 크로스 커팅 편집과 춤을 하나하나 분석한 데미안잘렛의 뛰어난 안무가 결합되어 독특하고 경탄할만한 장면으로 탄생됐다. 다코타 존슨이 매우 날렵한 팔꿈치와 허리, 무릎을 아끼지 않고 던진 것에 더해 ‘올가’ 역의 엘레나 포키나도 문자적으로 온몸을 벽과 마루에 집어 던졌다. 엘레나 포키나는 러시아 출신의 유명 댄서이자 안무가이며 서커스나 곡예에서 유연한 신체를 이용하여 사지를 꺾고 휘어서 불가사의한 동작을 보여주는 안무 예술인 콘토션 전문가로, 이 시퀀스의 80%가 배우의 물리적 연기로 연출돼 더욱 현실감을 전한다. 오로지 ‘올가’의 부상의 강도를 강조하기 위해 VFX 효과에 쓰일 보철 장치만 사용되었다. 생명의 탄생과 파멸을 한 번에 보여주는 동시에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파드되(발레에서 2명이 같이 추는 춤) 같은 3분에 걸친 이 장면은 편집을 마치기까지 무려 6주의 시간이 걸렸다.

서스페리아의 음악

‘서스페리아’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가 영화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대부분 기존에 있는 음악을 쓰기 때문에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는 건 처음에 조금 망설였다. 누가 음악을 하더라도 원작에 쓰였던 프로그 록 밴드인 고블린의 상징적인 음악과 비교가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포, 악, 인간성은 작품 안에서 추구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사운드트랙이 강력한 현대성을 아우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거쳐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 점을 두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톰 요크를 만났고 ‘서스페리아’가 그의 영화음악 데뷔작이 되었다. 톰 요크는 정말 모든 걸 쏟아 부었고 심지어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팀을 구성해 놓기까지 했다. 이에 원작 음악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정서를 그려낸다.

이전에 영화 ‘파이트 클럽’을 거절한 바 있는 톰 요크는 “영화음악을 하지 않지만 ‘서스페리아’는 다른 영화들과 달라 보였고, 나를 끌어당겼다”면서 영화음악을 처음으로 하게 된 이유를 밝히며, “‘서스페리아’는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강렬한 영화”라고 전했다. 실질적인 음악 작업에 대해서도 “보석 같은 아이디어가 마구 떠올랐고 보석을 세공하는 것처럼 음악을 만들어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톰 요크가 만든 ‘서스페리아’의 음악은 공포영화 음악답게 심리적 불안감을 화려하게 표현하고 아티스트 톰 요크의 음악적 모험과 도전이 가득 담겼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톰 요크의 음악 참여에 대해 “꿈이 이루어졌다”며 기쁨을 표했고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불안하고도 변화무쌍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톰 요크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받아 톰 요크가 만든 ‘서스페리아’의 음악은 정서적인 불길함을 증폭시키고 고요한 듯 매섭게 몰아치는 매혹적인 음악으로 탄생됐고 이미지와 사운드로 극장의 감각적인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다.


서스페리아의 꿈

이제 평생의 꿈이 실현되는 가운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번 작품이 원작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기를 바랐다면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전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마음속 깊이 감동하길 바란다.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아봤으면 한다. 관객들이 여성이 얼마나 강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인지 느끼길 원한다. 그들은 피해자가 아니며 힘차고 경이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편집을 맡은 월터 파사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태양이라면 ‘서스페리아’는 어둠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절대 쉬운 길을 가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도전과 주제를 즐기기 때문에 그가 하는 작품은 언제나 예측불허다”라고 전한다.

시나리오 작가인 카이카니크는 구아다니노 감독이 고전적인 공포영화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 관객들을 가슴 떨리는 새로운 영화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고 한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진정한 휴머니스트이다. 인간 내면의 어둠을 과감히 탐험하면서도 늘 그렇듯이 즐겁게 풀어냈다. 이 작품은 완전히 정신이 나가게 만든다. 거의 광적인 파티에 관객 모두를 초대한다!”

누구든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몇십 년 후에 리메이크작을 만들게 될 수 있다면, 그것에 대해 스윈튼은 대환영이라고 한다. “우리가 만든 영화를 보고 누군가가 또 만든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굉장히 기쁜 일이다”



INTERVIEW. 다코타 존슨
Q 원작을 처음 본 소감은?
대단한 작품이다. 초기 편집작을 루카 감독과 밀라노에서 봤는데 충격 그 자체였다. 아니 정신이 멍해졌다. 색감에 대한 보정이나 후시 녹음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봤는데 영화제에서 받을 평가는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순도 높은 결정체랄까. 정말 감동 받았다. 아마도 평소 습관대로 내가 연기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영화를 봐서 그런 것 같다.

Q ‘비거 스플래쉬’를 작업할 때, 루카 감독이 ‘서스페리아’를 이야기했다던데
그렇다. 루카 감독이 ‘서스페리아’를 봤냐고 물어봤었는데,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서스페리아’를 리메이크할 생각인데 틸다 스윈튼과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그 자리에서 좋다고 했다.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승낙했는데 나중에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제가 어떻게 느꼈을 지 아시겠죠? (웃음)

Q 춤추는 장면이 많은데, 힘이 들까 봐 걱정하지 않았나?
안무 레슨을 받는 건 큰 즐거움이었다. 물론 굉장히 힘들었다. 배울 부분이나 준비할 것도 너무 많았고 집중력과 성실함도 요구됐다. 그리고 몸에 대해서도 미처 몰랐던 많은 걸 배워야 했다. 그러다 보니 완전히 방전된 적도 몇 번 있었고, 마사지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눈물이 터져버려서 마사지도 못 받은 적이 있다. 어쩌다 거기서 울어버렸나 모르겠지만 거기가 무슨 병원 침대 같았다. 그래도 정말 좋은 순간들이었다.

Q 춤은 이번이 처음인가?
어려서부터 춤이 나오는 영화가 좋았다. 혹시 ‘열정의 무대’ 보셨는가? 정말 멋있다. ‘서스페리아’와 정반대의 성격이긴 하지만 언제나 춤이 주제인 영화를 동경해 왔다. 춤이 일깨워주는 몰입, 훈련, 아름다움과 감성이란 황홀한 거다. 무용을 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6개월 동안 촬영까지 포함하면 1년간 내가 그런 사람이 됐다니 이건 하늘이 준 기회였다. 내 움직임이 관객에게 영화를 통해 전달된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촬영을 했다. ‘수지’는 단지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몸을 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춤도 다양하게 바뀌다 보니 안무가와 감독과도 아주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다른 안무가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안무는 내 몸과 근육의 기억을 일깨워주었다. ‘수지’가 한 번도 정식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걸 기억하면서 힘과 율동에 신경을 써 가며 했다.

Q ‘서스페리아’를 설명한다면?
일단 전혀 무섭지 않다. (웃음)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젊은 미국인 여성이 ‘마담 블랑’이라는 안무가가 운영하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무용 아카데미에 입단하고자 베를린까지 온다. 그는 지원과 동시에 발탁이 되는데 사실 무용수 한 명이 불가사의하게 사라져 버린 데다 그가 지닌 기술과 실력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단한 후로 ‘마담 블랑’과 묘한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그러면서 아카데미가 마녀들이 운영하고 있음이 곧 내용에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법이 주제가 아니라 에너지, 힘, 정의, 진실과 열정을 다루고 있다. 여성들의 다양한 성격과 감정이 한 곳에 존재하고 있다. 어둠의 어머니는 인간이 아닌 만큼 마녀라고 칭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악한 존재만은 아니다. 물론 아주 악독한 일을 하긴 하지만.

Q 촬영장이 폐허가 된 호텔이던데, 어떻게 영화의 분위기에 기여했나?
호텔을 그렇게 탈바꿈 한 건 미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 루카 감독과 톰 요크 음악 감독이 함께 이 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말도 못하게 허술한 폐허였다고 한다. 너무 엉망이라 말도 안 나왔다고. 한 달 뒤에 다시 가보니 무용 아카데미에 더해 아름답고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그리곤 다들 매일 가서 보고는 마녀들의 댄싱 클럽 같다고 했다. (웃음)


INTERVIEW. 틸다 스윈튼
Q 루카 감독이 ‘서스페리아’에 대해 언제 이야기했는가?
우리가 처음 만난 지 몇 주 만에 대해 대화한 것 같다. 그게 벌써 25년 전이다. 우린 만나자마자 곧 친구가 되었는데 서로 영감 받은 작품에 대해 얘기하다 ‘서스페리아’ 얘기가 나왔다. 그 작품은 늘 우리의 마음속에 있었다.

Q 마침내 루카 감독이 오랫동안 꿈꾸던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느낌이 어떠했나?
한편으론 25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갔을 땐 매일 서커스를 펼치는 것 같았다.

Q 세트장인 버려진 호텔도 분위기에 한몫을 했는가?
호텔 자체만으로 벌써 남다른 분위기가 났다. 곧 무너지게 생긴 폐허인 데다 통신 탑들에 둘러싸여서 머리가 지끈거리고 다크서클은 다들 턱까지 내려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런 걸 못 느낄 거다. 화면에서는 우리가 베를린에 있는 걸로 나오니까. 하여간 우린 아침마다 안개와 나무로 휩싸인 음산한 세트장으로 출근을 했다가 새벽까지 촬영을 하고 내려왔다. 하지만 호텔의 외관은 절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Q 세트장이 마녀들의 소굴다운 분위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됐나?
나름의 분위기가 생겼다. 엄청 오래되고 다 갖춰놓은, 잘 유지되는 교회들처럼 말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그 혼란 속에서 우리끼리 뒹구는 것 같았다. 마치 비밀리에 우리만의 일을 꾸미는 신나는 느낌이었다. 주문을 외워가면서.

Q 테러리즘이 맹위를 떨치며 사회를 위협하던 1977년 베를린이 배경인데, 당시 기억이 나는가?
잘 기억난다. 16살이었던 1977년에 아버지께서 군인으로 독일에 주둔하고 계셔서 ‘지하 세계의 활동’이라는 느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하 세계 활동이란 건 그 당시의 중요한 시대적 상황이었다. 나는 베를린이 아니라 서독에 있었지만 레지스탕스의 파괴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6살 소녀에겐 흥미진진할 일이었겠지만 어린아이의 눈으로 저항이나 억눌린 듯하면서 영향력이 강한 힘이 등장하고 소멸하는 걸 직접 봤다. 아주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Q 톰 요크가 처음으로 영화 음악 작업을 했다. 어땠는가?
마법이었다. 아름다운 주문이었다.

Q 루카 감독과는 25년간 알고 지냈는데 많은 작품을 같이 했는가?
루카 감독은 내가 아주 오래 알고 지낸 둘도 없는 친구이며 피로 맺어진 사이이다. 아주 많은 피로 말이다. (웃음) 영화를 함께 한다는 건 내겐 안식처와 같다. 이렇게 마음이 편한 감독을 만나서 일을 한다는 건 하늘이 준 복이다. 하지만 그렇게 편안함을 느끼는 이면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영화라는 예술을 창조함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루카 감독과의 작업은 일이 아니라 내겐 인생의 일부였다. 내가 받은 가장 값진 행운이다.

Q ‘마담 블랑’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특히 참고한 부분이 있다면?
마이클 포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 감독의 ‘분홍신’에 나오는 안톤 월브룩을 아주 유심히 탐구했다. 자아와 카리스마, 묘한 신비로움과 섬세함, 삶에 반기를 들 정도로 모든 것을 뛰어넘는 예술에 대한 잘못된 집착 등은 내가 표현하고픈 부분이었다. 존경하는 감독과 캐릭터에 대한 위대한 사랑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다.


INTERVIEW. 미아 고스
Q 캐릭터에 대해
이름은 사라, 영국 부유층 가정에서 자랐으며 베를린의 유명한 헬레나 마르코스 아카데미의 무용수이다. 수지를 반갑게 맞이하며 아카데미를 구경시켜준다. 사라는 관객의 손을 이끌고 이 광란의 세계로 인도하면서 진실을 드러내 준다.

Q 아카데미 배후에 마녀의 소굴이 있다는 걸 알고 두려움에 떨게 되는가?
그렇다. 처음에는 믿고 싶지 않아서 주저하면서 반박하지만 결국은 일이 커지고 증거가 명백해지자 더 이상 부인하지 않는다. 아무 걱정이 없던 행복한 소녀가 어느 날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는 설정이 너무 좋았다.

Q 영화를 감상한 소감은?
톰 요크 감독의 음악까지 들어간 완성작을 보니 경이로웠다. 편집본과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마법을 걸었나 싶었다. 정말 자랑스러웠다.

Q 춤 추는 장면이 대단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는가? 무용 쪽으로 경험이 있는가?
전혀 없다. 어디에서나 잘 스며드는 사람이다. 섭외를 받고는 72시간 후에 이탈리아에 안무 연습을 하러 갔다. 최대한 빨리 시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이탈리아에 가서 매일 연습을 했다. 안무가들은 일주일에 6, 7일을 나와서 10시간씩 연습을 한다. 마치 국가대표처럼.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춤을 추려면 몸의 모든 걸 끄집어내서 걷는 방식과 모든 움직임을 바꿔야 한다. 우리의 위장, 발까지 신경 써야 하고 물론 먹는 것도 조절한다. 너무 고되고 힘든 일이지만 준비하는 게 좋았다. 어떤 영화에서도 이렇게 해보지 않았다.

Q 영화를 통해 무엇을 배웠나?
이번 일을 하며 많은 걸 배웠다. 내 자신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정말 좋은 걸 배웠다. 예전에는 템포와 위치에 따라 우리의 몸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시적인지, 어떤 느낌인지 몰랐는데, 이제 내 속에 각인이 됐다. 아직까지도 프로 안무가들을 보면 존경스런 마음이 생긴다.

Q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의 만남에 대해
루카 감독은 열정이 넘쳐서 좋다. 뜨거운 피가 흐르는 뛰어난 상상력의 보유자다. 그런 사람이 좋다. 감독에겐 믿고 신뢰하는 배우가 필요하다. 루카 감독은 배우들을 밀어붙이기는 하지만 그건 건설적인 노력이라고 본다. 만일 배우가 뭔가를 더 끌어낼 수 있다면 원하는 게 보일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게 좀 피곤할 수도 있지만 마침내 완성된 연기가 나오면 그것만큼 보람을 느끼는 일도 없다.

Q 라디오헤드 톰 요크의 팬인가?
그렇다. 직접 만나고 나니 더욱더 광팬이 됐다. 이탈리아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어 나와 다코타, 루카 감독과 저녁 식사를 했었는데, 루카 감독이 농담으로 톰을 배우라고 소개 시켜줬다. 나는 또 진짜 배우냐고 하면서 어떤 작품에 나왔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음악을 하신다고 하셨고 우린 음악 얘기로 대화의 꽃을 피웠다. 그분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을 언급했고, 나는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가 그분과 영화 음악을 같이 했다는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톰의 얼굴을 몰라봤는지 좀 창피했다. 예전에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가면서 라디오헤드 음악을 들었었는데 진짜 여행에 완벽한 조합이라고 느꼈었다. 이번 영화의 음악도 좋다.

Q 세트장인 폐허가 된 호텔은 분위기가 어땠는가?
매일 아침 산꼭대기로 향했다. 당시는 겨울이었고 눈도 많이 왔다. 거기까지 올라가려면 20분은 족히 걸린다. 그렇게 버려진 웅장한 호텔에 도착해서 보면 시간 여행을 한 느낌이 든다. 마치 50년대 여배우로 돌아가서 영화를 찍는 것 같다. 루카 감독도 정열과 카리스마가 흘러 넘치는 분이라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다.

Q 세트장이 가족적인 분위기였다고 들었는데, 저녁에는 다들 모여서 식사를 했는가?
그렇다. 이번 촬영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이다. 거의 90명의 사람들과 새로운 세계를 몇 달 동안 경험하는 특권을 누린 거다. 그것도 하나의 마법이었다. 루카 감독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재미난 분이다. 그런 감독과 친구가 되고 싶다.


INTERVIEW. 클로이 모레츠
Q 캐릭터에 대해
패트리샤를 맡았다.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상당히 비중이 높고 긴장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Q 처음에는 패트리샤의 정신 세계가 잘 이해가 안 갈 수 있는데
맞다. 처음엔 패트리샤가 망상에 빠진 것 같았다. 무언가가 자기 안에 들어와서 몸과 정신을 사로잡으려고 하는데, 분명 무슨 소리에 이끌린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게 자신의 모든 걸 앗아가고 있기 때문에, 단지 정신이 나간 듯한 말투가 아니라 극한 히스테리에 휩싸여서 정말 망상처럼 보인다.

Q 루카 감독이 예전부터 항상 일해보고 싶은 배우였다고 하던데
루카 감독의 다른 영화에 나오기엔 너무 나이가 어렸다. 서로 같이 해보고 싶었지만 내 나이가 문제였다. (웃음) 15살 무렵부터 계속 같이 하자는 말만 오고 갔다. 그러다가 이번에 딱 들어맞은 거다. 패트리샤는 내게 잘 어울리는 역이다. 내가 나오는 장면은 영화의 다른 부분들과 상당히 단절되어 있다. 나와 감독 둘만 있는 공간에서 열심히 했다. 15장 분량에 해당하는 장면을 독일에서 찍은 건 아주 좋은 기회였다. 영어와 독일어를 함께 했다. 흔치 않은 상황답게 우린 서로를 챙겨줬다. 덕분에 루카 감독과 아주 친해졌다.

Q 이탈리아의 낡은 호텔에서 촬영했다고 하던데
기괴한 곳이었다. 영화 세트장치고는 꽤나 음산했다. 완전히 인적이 끊긴 호텔이었다. 도심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려면 바람이 몰아치는 1차선 도로를 타고 40분 정도는 올라와야 하는데 아마 10,000피트는 족히 될 거다. 고도가 높아서 머리가 띵하더라. 호텔 지붕에 온갖 안테나를 설치해놔서 전기가 머리카락까지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온 사방이 전류였다. 그래서 다들 기진맥진해 있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마치 우리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촬영을 마치면 똑같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다른 호텔로 가서 쉬었다. 그러다 보니 마치 다시 촬영장에 가 있는 느낌인 거다. 모두에게 잊지 못할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Q 영화를 본 소감?
흠잡을 곳이 없는 작품이다. 이런 게 진짜 예술이고 다른 영화와는 정말 다른 면이 많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이후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요소들이 많다. 일단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무턱대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 호러 영화가 아니라 독특한 장르다. 다른 영화들과는 뭐라고 비교도 못 하겠다.

Q 원작이랑 비교해보면 어떤가?
이건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다. 루카 감독이 원작을 보고 받았던 영감을 다시 이야기한 거다. 영화의 형태를 다시 잡은 거다. 아카데미 지하에 자리 잡은 마녀 모임이라는 아이디어를 이용해 내용을 진행시켜 나가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그런 부분이 영화와 영감의 힘이라는 거다.

Q 출연진이 전부 여성이다. 어땠나?
서로를 상당히 지원해줬다. 필요한 건 뭐든지 서로 아낌없이 챙겨줬다. 서로 와인도 함께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다들 친자매처럼 지냈다. 촬영 종반부에는 내가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마지막 달까지 촬영장에 머무르며 쫑파티에도 참가했다. 끈끈한 분위기도 좋았고, 촬영장에 출근할 때도 늘 신났다. 완전히 혼자 나오는 장면에만 나와서 사실 미아, 다코타, 그리고 다른 배우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는 몰랐다. 내 배역과 장면이 그렇다 보니 일부러 잘 알고 친한 척을 할 필요도 없이 편하게 지냈다.

Q 감독은 틸다와 자주 작업했고, 제작진도 같은 사람들을 잘 쓴다. 세트장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던가?
물론이다. 우린 모두 같은 호텔에 머물렀다. 아무리 힘들고 촬영이 길더라도 호텔에서 모두 같이 푸짐한 저녁을 같이 먹었다. 진짜 대가족이 따로 없었다. 모두가 다 한마음이었고 혼자 노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영화를 위해 거기까지 갔고, 루카 감독과 틸다는 인간 본연의 연약함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진정한 예술이 나온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Q 루카 감독과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일해보니 어땠나?
수년간 루카 감독을 알아 왔지만 영화를 같이 해보진 않았다. 같이 대화를 해 보고 친구가 되는 것과 감독으로 만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루카 감독을 만나서 영화에 대해 상의하는데 정말 수준이 높더라. 그는 일에 접근하는 방식이 감독이라기보단 배우에 가깝다. 우선 대화를 통해 충분히 소통한다. 단지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함께 협력하고 배우가 직접 개입하기를 바란다. 배우들이 생각하는 캐릭터에 관한 생각을 분출해 내기를 바라고 단지 그냥 따라오기만 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 생각의 폭이 넓지 않은 배우들에겐 더 힘들 수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엔 너무 즐거웠다. 그는 언제나 더 의견을 말해보라고 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가끔 감독의 O.K. 사인만 기다리고 더 좋은 의견이 있어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잠재의식 속에 갇히는 거다. 그게 내가 말하는 인간 본연의 연약함이란 거다. 하지만 그걸 극복하면 자유가 있다는 거다.

Q 독일어 대사들은 어땠나?
예전에 ‘더 이퀄라이저’에서 러시아어를 해서 첫 외국어 대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15페이지에 달하는 대사는 처음이었다. 전체 장면이 전부 독일어라 열심히 배워야 했다. 거의 두 달간 유창하게 하도록 연습했다. 촬영을 시작한 지 2, 3일쯤 지났을까? 갑자기 감독님이 이제 영어로도 해야 한다는 거다. 영어와 독일어를 섞어서 하는 거였다. 정말 재미있었다. LA에 있을 때 해당 장면을 독일어로 써 놓고 다시 영어로 옮겨 적으며 확인한 뒤에 다시 독일어 대사를 연습했다. 마치 퍼즐 게임을 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내 머릿속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그렇게 이탈리아에 갔는데 시차도 극복해야 했고 막 마무리했던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너무 좋았다.

Q 휴식을 취하다가 비슷한 시기에 세 개의 각기 다른 배역을 연기했다
맞다. 연기 변신력과 다재다능함이 관건이었다. 재충전의 시간을 좀 가지고 나니 연기가 다시 그리워졌다. 그동안 스크린에 비춰진 나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장 섭외에 응했다. 내 캐릭터가 어떤지는 몰라도 스스로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최근에 찍은 세 영화는 감독님들이 판이하게 다른 성향이었고, 같이 일했던 배우들이나 내가 맡은 배역들도 완전히 달랐다.

Q 처음에 연기를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1년 반을 계획했던 건가?
전혀 아니다. 그냥 한숨 돌리고 나서 보니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내가 처음 접한 건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과 ‘서스페리아’였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본을 받았다. 어느 날 루카 감독이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났다. “지금까지의 클로이 모레츠는 완전히 벗어버리고 이 배역에 빠져봐!” 내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는 필수 불가결했다. 그래서 감독과 나는 일에 착수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배우로서 새로운 활력을 안겨준 작품이다.


INTERVIEW.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Q 오랫동안 염원하던 작품을 마무리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영화는 완성되었고 내 손을 떠난 거다. 마치 이 세상에 처음으로 아이를 내보내는 아버지 같다. 그 아이가 워낙 유별난 만큼 조금 걱정도 되지만 잘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으면 한다.

Q 이 작품에 남다른 개인적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직접 작업을 해 보니 어땠나?
알다시피 나는 작품을 하면 완전히 몰입한다. 그래서 그냥 좋은 작품을 만들고 같이 일하는 제작진이나 배우들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뿐 다른 건 잘 모른다. 내 작품에 대해 뭐라고 말로 설명하긴 힘들다.

Q 폐허가 된 호텔에서 촬영을 했다. 그 세트장이 본인이 원하는 분위기를 창조하는 데 중요했는가?
촬영장은 개조가 필요한 곳이라 아주 중요했다. 우리 소유의 건물처럼 마음대로 도맡아서 아카데미로 변모시켜도 되는 그런 장소여야 했다. 지리적인 배경이 독일이 아니라 이탈리아인 게 아주 흥미로웠다. 19세기 때 지어진 낡아 빠진 호텔에서 촬영을 하면서 현대적인 독일 건물로 보이도록 많은 변화를 줬다. 그 장소는 원하는 대로 바꿀 수가 있다 보니 진짜 무용 아카데미가 되어버렸다. 세상을 창조할 힘을 준 거다.

Q 촬영 첫날은 어땠나?
재미났다. 사방에서 소음이 나는 낡은 호텔에서 찍다 보니 제작진도 많이 고생했지만 그게 은근히 거슬렸고, 특히 미아 고스가 아주 겁을 먹었다. 우린 이탈리아 사람답게 원래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미아는 조용한 걸 좋아했다. 그런데 자꾸 시끄러워지자 미아의 촬영이 자꾸 중단됐다. 그래서 다들 진정하고 진지하게 장면을 이어갔는데, 아주 잘 되는 거다. 그 순간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너무 미안하고 난감해서 미아한테 이탈리아 사람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미아의 전화였다. (웃음)

Q 하루의 촬영을 마치면 제작팀들과 함께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는가?
물론이다. 배우들이나 제작진들은 모두 세트장 근처의 호텔에 머물렀다. 세트장으로 쓴 호텔과 똑같이 지은 호텔이었다. 그래서 저녁에 바에 내려가 보면 다들 거기서 마주치곤 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Q 원작을 처음 봤을 때, 받았던 영향에 대해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과 그분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나와 느낌을 공유할 사람들도 많을 거다. 내게 그 영화는 제어되지 않은 자유이자 감성의 충격이었다.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생생한 경험을 한 거다. 즉, 영화가 어떻게 강력한 무기가 되어 한 사람의 내면에 충격을 주는지를.

Q 원작에 대한 첫인상은?
어렸을 때였는데 한여름에 상점도 다 닫은 어느 날 마을을 걷다가 ‘서스페리아’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바로 빠져들었다. 디자인이 너무 훌륭했다. 완전히 매료됐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정말 불가능이 없어 보였다. 당시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연히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이 작품은 내게 원초적인 영감이 되었고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Q 어떤 시각으로 접근했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웃음)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원작이 개봉된 1977년과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게 원래 목적이었다. 이 영화는 사실 그 당시의 복잡한 시대상의 반영이었다. 마치 1977년이 눈앞에 펼쳐있다고 생각했다. 그 해는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된 해였다.

Q 이 작품이 개인적인 의미가 가장 큰 작품이라고 했는데, 원작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인가?
그렇다. 이건 내 일부를 이야기한 작품이다.

Q 마법으로 여성들의 힘을 비유했다
영화에서 비유를 쓸 때에는 가능성보다는 실용성을 다뤄야 한다고 본다. 나는 ‘제 눈에 안경’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마법이 바로 그런 소재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여자들을 마녀라고 정죄해왔다.

Q 관객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게 어떤 건가?
관객들의 마음에 영화의 이미지가 깊이 새겨지기를 원했다. 혹 누구는 그런 영향을 받아 불안에 휩싸이게 하고 싶었다.

Q 톰 요크가 이번에 처음으로 사운드트랙을 작곡했다. 많은 제의를 거절해 온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설득했나?
내가 졸랐다. (웃음) 얘기를 해봤더니 위대한 사람이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긴 시간이었지만 내 얘기도 잘 들어주었고 대화도 잘 통했다. 그가 제안을 수락했을 때 너무 기뻤다. 지난 몇 년 사이 내 인생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지극히 관대하며 매우 헌신적이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들어갈 주제곡을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자장가같이 아름답게 나왔다. 이건 축복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Q 안무가 데미안 잘렛이 이번 작품의 핵심적인 인물인데, 어떻게 작업했는가?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데미안도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열성적인 팬이었다. 이번에 같이 해보자고 했더니 바로 좋다고 했다. 데미안과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우린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었지만 그 공통점을 영화에 적극 반영했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안무가가 쏟은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하는 바이다. 안무는 이 영화의 내용과 캐릭터의 구성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Q 신체적으로도 힘든 춤에 도전해야 할 여배우를 섭외해야 했는데, 못 따라올까 봐 걱정하지 않았나?
안 했다. 아주 영리하고 재능 있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런 능력을 갖춘 배우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열정적이고 힘차고 예술에 모든 걸 전념하는 사람들이다.

Q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영화에서 ‘수지’를 연기한 제시카 하퍼와 함께 일을 했는데, 원작에 대한 헌정이었나?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단 그녀가 좋아서 그랬다.

Q 틸다 스윈튼과 20년 지기 친구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스페리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나?
틸다 스윈튼과는 가족 같다. 계속 함께해 가는 일상인 거다. 언제 ‘서스페리아’ 얘기를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 전일 거다. 다코타 존슨도 마찬가지다. 특히 아끼며 같이 작품을 하고 싶은 여러 배우 중의 하나이다. 누구에게 뭘 하라고 감독하는 건 내 직업이 아니다. 감사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내 삶의 아름다움이며 그렇게 가족을 만들어가는 거다.

Q 왜 이 영화에 테러라는 배경을 첨가했나?
폭력에 대한 불길한 징조와 공포로, 무용 아카데미 안의 세력 다툼이나 불길한 느낌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Q 그래서 1977년이 배경이 됐나?
원작이 1977년에 나왔고 그 해는 내게 아주 의미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테러가 극에 달해 있었고 페미니즘 운동도 절정을 찍은 시기였다. 그때 나는 겨우 6살이었지만 그 당시 분위기가 기억이 났고 또 거기에 매력을 느꼈다.

Q 여성들이 지닌 힘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했는데, 좀 더 설명해 준다면?
이 영화의 핵심적인 토대라면 여성을 마녀와 비교한 여성 혐오라는 사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알다시피 마녀라는 건 중세 시대와 계몽주의 시대에 도입되면서 선입견을 낳았다. 교회와 공동체 사회에서는 독립적이거나 모임을 좋아하는 여자들, 혹은 혼자 다니는 여성이 마녀라는 사상을 퍼뜨렸고 실제로 마녀라고 낙인 찍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자신을 마녀라고 칭하는 여자를 생각해 냈다. 그러면 마녀로 몰려 희생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힘을 당당히 외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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