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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에서 각기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영란(류현경)과 호철(김주헌)은 한때는 경쟁 관계였지만 이제는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 부부다. 어느 날 영란은 살림을 합친 김에 자신의 카페가 훨씬 호황이니 호철의 점포를 정리해 하나로 합치자는 바람을 내비친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당장 카페 합병이 난처하다는 부동산의 통보를 받은 날, 영란과 호철은 집 앞에서 신상이 묘연한 소년 석(김신비)을 차로 친다. 석은 영란과 호철의 사고를 눈감는 대신 부부의 집에 당분간 신세 질 것을 요구한다. 석은 부부의 집에 머무르며 호철의 카페 일을 돕는다. 호철의 카페는 석이 일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급기야 하루 매출이 영란의 카페를 앞서게 된다. 호철에게 카페 통합 문제로 큰소리친 것이 무색해진 영란은 초조한 날들을 보내던 중 석의 존재가 매출을 올려주는 요정이 아닐까 싶어 호철에게 석을 자신의 카페에서 일하게 해달라 요청한다. 그렇게 둘은 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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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요정', 지극한 현실에서 정답고 다정한 기적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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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고로 기억 장애가 생겼다. 노트북 일기를 읽을 것.” 자고 나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 마오리(후쿠모토 리코)는 침대맡에 써둔 메모로 자신의 기억상실증을 매일 새롭게 각인한다. 아침마다 좌절한 마음으로 사고난 그날부터 꾸준히 기록한 일기와 사진으로 과거를 업데이트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자신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마오리는 일상에 불쑥 나타난 토루(미치에다 슌스케)와 가짜 연인이 되기로 약속하고 ‘진짜로 좋아하지 않기’라는 조건으로 데이트를 시작한다. 마오리는 토루를 통해 아침의 절망을 잊을 만큼 행복을 느끼지만 이 역시 마오리의 세계에서 다음날이면 잊힌다. 날마다 ‘오늘의 마오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토루와 매일 아침 망각과 싸워야 하는 마오리의 애틋한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마오리의 첫사랑 이야기이자 매일 밤 기억을 상실한 한 사람의 안녕을 위해 그를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이 슬픔을 나눠 갖기로 한 이야
[리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익숙한 일본 감성으로 풀어낸 기억상실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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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적 시대, 누군가는 꿈을 찾아 모험을 떠났지만 해적과 해군의 오랜 전투는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가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가수 우타(노래 아도, 목소리 출연 나즈카 가오리)는 전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우타의 첫 번째 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날 밀짚모자 루피 해적단도 콘서트에 함께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노래의 섬 엘레지아에서 개최된 콘서트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시점에 우타를 납치하려는 해적들이 난입하고 루피(다나카 마유미)는 이를 물리친다. 곧이어 또 다른 음모가 콘서트장을 덮친다.
새로운 시대에 맞춘 완벽한 부활이다. 동명의 인기 만화 <원피스>의 15번째 극장판 <원피스 필름 레드>는 <원피스> 연재 25주년을 기념하여 원작자 오다 에이치로가 6년 만에 다시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와 함께 <원피스>의 첫 OVA를 연출한 다니구치 고로 감독이 복귀하여 새로운 활력을 더한
[리뷰] '원피스 필름 레드', 원피스를 모르는 이들까지 적극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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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동갑내기 커플 경학(권다함)과 혜진(권소현)은 동거 중이다. 정확히는 경학이 혜진의 집에 얹혀산다. 경학은 경찰 공무원 준비생이고 혜진은 3년간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그만두고 이제는 취업 준비생이다. 어느 날 경학에게 한통의 전화가 온다.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받은 게 있어 돈을 당장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학은 돈을 갚기 위해 배달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혜진은 한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된다. 둘은 점차 생활 패턴이 어긋나며 자주 다투게 된다. 애초의 계획과 달리 경학은 힘든 배달 일로 시험 준비에 소홀해지고 혜진은 그 모습을 보면서 지쳐가기 시작한다.
<그 겨울, 나는>은 추운 겨울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일들로 점점 멀어져가는 한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멜로드라마다. 영화의 내용과 비슷한 유튜브 콘텐츠가 즐비하다. 그로 인해 영화가 상투적으로 다가오는 감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계절과 시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겨울의 찬 공기,
[리뷰] '그 겨울, 나는', 스물 아홉, 어느 슬픈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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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년 1월12일, 정하상(김강우)과 조신철(이문식)의 도움으로 피에르 모방 신부는 서양인 선교사로서는 최초로 조선에 입국한다. 모방 신부는 조선의 성직자 양성을 위해서 신학생을 선발하여 마카오로 유학을 보낼 계획을 수립한다. 최종 선발된 최방제(임현수), 최양업(이호원) 그리고 김대건(윤시윤)은 그해 12월에 마카오로 힘든 유학길에 나선다. 1837년 6월7일, 세명은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극동대표부에 도착한다. 한양에서 출발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아직 자신들에게 닥칠 수많은 고난을 생각지도 못한 채 이들은 이곳에서 프랑스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탄생>은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죽음을 다룬 최초의 전기영화다. 영화는 세례를 받은 15살부터 순교한 25살까지의 김대건 신부의 삶을 조명한다. 그의 10년의 삶을 모두 보여주려는 영화의 세심함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 여러 에피소드가 단편적으로만 다루어
[리뷰] '탄생', 영성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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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빠진 도시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탐험가 예거(데니스 퀘이드)는 아들 서처(제이크 질런홀)를 데리고 모험을 떠난다. 험준한 산맥은 그들의 등정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고달픈 나날이 두 부자를 맞이한다. 그러던 중 ‘판도’라는 독특한 식물을 발견한 서처는 모험을 끝까지 완수하려는 아버지와 헤어져 마을로 돌아온다. 전기에너지가 흐르는 판도의 특성으로 마을 사람들은 전기를 보급하고 비행선을 개발하며 윤택한 삶을 향유하게 된다. 그리고 25년 뒤, 다시 아발로니아가 위기를 맞이한다. 곳곳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이유 없이 시들기 시작한 것이다. 성실한 농부가 된 서처는 아발로니아의 대통령 칼리스토(루시 류)로부터 제안을 받아 가족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3대가 서로에게 고백하지 않아 오랫동안 누적된 오해와 이해를 다루고 있다. 탐험가로서 목표를 이뤄내는 게 가장 중요한 예거, 모험은 관심 없고 자신의 안정적인 일상과 판도의 회복에만 집착하는 서처, 모
[리뷰] '스트레인지 월드', 다양성으로 더 넓어진 디즈니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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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가수 검정치마
요즘 자전거를 타며 검정치마의 노래를 다시 즐겨 듣는다. 낙엽 떨어지는 가을의 감성으로 충만해지는 시간.
넷플릭스 <돈 룩 업>
지구가 곧 멸망한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실에서도 지구 멸망이나 인류 멸망과 같은 말이 돌 때가 있지만 나도 그렇고 내 주변에서도 이를 믿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한편 영화엔 실제로 종말을 앞둔 지구와 이를 경고하는 과학자의 말을 듣지 않는 대중의 모습이 너무나 잘 담겨 있어 무척 공감됐다. 최고의 블랙코미디였다.
영화 <헤어질 결심>
영화가 끝나자마자 든 생각은, ‘또 보고 싶다’!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Class 1>
배우로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출연하지 않았더라도 시청자로서 확 빠져들어 봤을 듯하다. 오프
[LIST] 배우 최현욱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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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미중년 남성은 희귀한 존재다. 일단 젊음이 커버해주는 미소년이나 미청년과 달리 세월과 정면승부를 거치면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물론 젊어서 미청년이어야 나이 들어 미중년이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전제도 있지만, 잘생긴 외모는 미중년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심지어 미디어에서조차 조금도 ‘꾸미지 않은’ 모습의 40, 50대 남성들이 생후 470개월, 558개월 된 아들로 여전히 ‘철없는’ 행태를 보여주거나 걸핏하면 툴툴대고 짜증내는 ‘캐릭터’로 끝없이 등장하는 한국에서 공적 자아를 아름답게 유지하는 중년 남성은 드래건이나 해태처럼 만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척박한 세계에 ‘마 부장’이 나타났다. ‘마 부장’은 일본 오사카의 한 부동산 중개회사의 유튜브 채널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 출연자이자 이 회사의 부장인 마쓰다 아키히로의 별명이다. 한국인과 일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닌 그는 회사를 홍보하거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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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디즈니+
에어컨 리모컨에 콜라를 쏟아버렸다. 리모컨이 망가졌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이 우주의 존망을 위협하는 대사건으로 거듭난다. 주인공 ‘나’와 친구들은 우주 멸망을 막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이처럼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별 탈 없이 수용되는 이유는 단지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작품 속 인물들의 뜬구름 같은 꿈들이 우주의 생사보다 중요히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창때의 청춘에겐 시간 여행이나 세계 구원은 문제가 아니다. 대신 짝사랑하는 대학 후배와 축제를 보러 가거나, 동아리원들의 반발에도 C급 영화 제작에 애정을 쏟는 일이 훨씬 슬프고, 기쁘고, 치명적인 인생사다.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의 스핀오프 격 속편이다.
<주토피아+>
디즈니+
<주토피아>의 줄거리 구석구석을 앙증
[OTT 추천작]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주토피아+’ ‘크리스마스 스피릿’ ‘사일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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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피터 모건 / 출연 이멜다 스턴튼, 조너선 프라이스, 도미닉 웨스트, 엘리자베스 데비키 /플레이지수 ▶▶▶▷
어느덧 초로에 들어선 엘리자베스 2세(이멜다 스턴튼)가 아침부터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1953년 출항을 선포했던 왕실 전용 요트 ‘브리타니아’는 수명을 다해 퇴역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더 크라운> 시즌5는 노구가 된 여왕과 요트의 처지를 병치하며 90년대 영국 군주제의 불안을 가시화하기 시작한다. 밀레니엄을 앞둔 영국 신세대들은 과다한 왕실 예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찰스 왕세자의 왕권을 둘러싼 여론의 대립마저 심화된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사건은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세기의 이혼’이다. 국민의 총애를 받던 다이애나비가 왕실의 악독함을 공표하고, 찰스 왕세자의 명백한 불륜이 공공연히 드러나면서 둘은 본격적인 이혼 절차에 들어선다.
<더 크라운> 시리즈의 테마는 대개 하나로 집결된다. ‘왕족도 사람이야.’ 그리고
[OTT 추천작] '더 크라운 시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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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한 남자(윤제문)의 느리고 초연한 보폭으로부터 시작한다. 홀로 지내고 있는 남자는 외로움이 이미 관성이 되어버린 사람처럼 보인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괜히 위장이나 버렸다는 핀잔도 그에게는 별 타격이 없다. 곧 떠날 사람처럼 삶의 흔적을 정리하던 그에게 대학 친구 철수의 부고 문자가 도착한다. 남자는 홀린 듯이 철수의 죽음 주변을 배회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철수의 장례식장에 동행할 사람을 찾는 남자의 동선을 따라간다. 우여곡절 끝에 세 사람이 모였다. 남자와 남자를 형이라 부르며 따르는 후배(김태훈), 그리고 남자의 전 연인 은주(김지성)가 함께 차를 타고 광양으로 향하는 로드 무비가 영화의 남은 절반을 차지한다. 이들의 여정은 도착을 지연하려는 것처럼 매끄러운 고속도로를 자꾸만 이탈한다.
이 영화에서 죽음을 언급하는 말들은 가장 시답잖은 농담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그게 그 말의 무게를 견디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듯이. 또한 이 영화에
[리뷰] '우수', 표류하는 도착, 정처 없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