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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의 너' 증국상 감독 - 유년의 본질적인 면을 포착했다
배동미 2020-07-08

증국상 감독.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만든 증국상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소년 시절의 너>가 제39회 금상장 시상식을 휩쓸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의상상, 주제곡상, 여우주연상, 신인배우상 총 8개 부문에서 상을 싹쓸이하면서 증국상 감독은 현재 중화권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로 발돋움했다. 영어덜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소년 시절의 너>는 빚쟁이 어머니와 떨어져 대입을 준비하는 천니엔(주동우)과 어린 시절부터 홀로 길거리에서 생활한 샤오베이(이양첸시)가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과도한 학교폭력을 다룬 탓인지 지난해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될 예정이었던 <소년 시절의 너>는 중국 정부의 허락을 받지 못해 갑자기 상영이 취소됐으나, 이후 관객으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개봉 15시간 만에 중화권에서 2억위안(약 345억원)에 달하는 티켓이 팔렸고, 전세계적으로 2억2532만달러(약 2767억원)를 벌어들였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 출연했던 배우 주동우는 <소년 시절의 너>로 금상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소년 시절의 너>에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아이돌그룹 티에프보이스의 멤버인 이양첸시는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홍콩 영화배우 증지위의 아들이자 한국영화 <도둑들>에 출연한 배우로 소개돼왔던 증국상 감독. 이제는 그를 평단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엄청난 티켓파워를 지닌 스타감독으로 고쳐 불러야 할 때다. 금상장이 열리기 2개월 전,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와 나눴던 이야기를 옮긴다.

<소년 시절의 너>

-원작 소설을 읽을 때 어땠나.

=흥미로웠다. 책을 읽자마자 내가 차기작으로 원하던 이야기임을 직감했다. 항상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문제를 영화로 다루고 싶었지만, 이 주제를 올바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 소설을 영화화하면 사회적 이슈들을 넓고 깊게 다루며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배우 주동우와는 두 번째 작품이다. 그녀와의 두 번째 협업은 어땠나.

=주동우와 나는 우리가 한번 더 영화 작업을 함께한다면, 그의 연기에 있어서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의 모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관객이 그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내게도 중요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촬영 당시에는,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굉장히 매력적인 주동우만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자유로운 영혼을 포착하기 위해서 그를 많이 북돋아주었다. 하지만 <소년 시절의 너> 현장에서는 그런 행동들을 모두 자제했다. 진실로 그가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소녀 천니엔이 되길 바랐다. 현실에서 주동우는 천니엔과 아주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천니엔은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는 캐릭터인 반면, 주동우는 매우 강한 자아를 지녔고 상대가 누구든 자신을 모욕하면 절대로 참지 않을 사람이다. 내가 촬영장에서 그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주동우를 보고 싶지 않다”였다. 나는 그의 본모습이 작게나마 드러나는 순간들을 모두 지우고 싶었다. 그의 걸음걸이나 그가 말하는 방식까지도 말이다. 때때로 주동우는 본래 그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말에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그 말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주동우는 <소년 시절의 너>에서 대단히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 그는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수준의 연기를 완전히 뛰어넘었다.

-감독으로서 특별히 주동우에게 주문한 것이 있나.

=온라인에 이미 퍼져 있는 학교폭력 영상들을 보라고 했다. 시청하기에 괴롭겠지만 아이들이 겪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과 10대 중 일부는 지독하게 잔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천니엔 캐릭터는 나약해 보이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파괴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주동우가 어떤 면에서 천니엔 캐릭터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주동우는 강한 자아를 지녔다. 그는 영화 후반부의 스스로 맞서 싸우는 장면을 얼른 찍고 싶어 할 정도였다. 주동우는, 어떻게 천니엔이 그렇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비방을 견딜 수 있냐고 내게 따졌다. 그러고는 언제 천니엔이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향해 그만하라고 소리치면서 대거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영화의 장면 대부분은 그가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주동우가 고생했던 게 사실이고, 그를 지켜보는 제작진의 마음도 무거웠다. 하지만 주동우는 자신을 지키면서 훌륭히 연기를 해냈고, 영화 후반부 천니엔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었다. 촬영하는 내내 늘 그녀가 마음속으로 품고 있던 감정이기 때문에 훌륭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샤오베이를 연기한 이양첸시는 유명 아이돌 티에프보이스 멤버이고 카메오로만 영화에 출연해오다가 <소년 시절의 너>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다.

=<소년 시절의 너>는 그의 첫 장편영화다. 그동안 그는 TV방송과 웹드라마에만 출연해왔다. 이양첸시는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매우 개성 넘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젊은 남성들과 달리 타인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섬세한 면을 지녔다. 그가 12살 때부터 대단히 유명한 스타였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이양첸시는 <소년 시절의 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다. 감성적인 면이 통했기 때문에 이양첸시는 그의 캐릭터 샤오베이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스크린에서 그의 감정선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소년 시절의 너>에서 보여준 연기를 대신할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천니엔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장면이 많다. 천천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빈번한 클로즈업숏은 어떤 의도에서 탄생한 것인가.

=클로즈업이 많은 건 나의 영화적 스타일이다. 나는 클로즈업을 정말 사랑하는데, 배우의 얼굴을 스크린에 가득 담으면 배우의 얼굴에서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 시절의 너>에서는 특히 청소년들의 초상을 그리고 싶었다. 메인 캐릭터들만 클로즈업하는 게 아니라 영화 속에서 학생을 연기하는 엑스트라 배우들도 클로즈업으로 담아냈다. 유년에 대한 이야기인 <소년 시절의 너>에서 클로즈업을 통해 유년의 본질적인 면을 포착하고 싶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 이어 계속해서 청춘영화를 만드는 동기가 무엇인가.

=우연히 학창 시절과 청춘들에 대한 영화 두편을 만들었다. 두 영화를 촬영할 당시를 더듬어보면, 유년 시절과 성장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의도가 있었던 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의 촬영이 끝난 직후 프로듀서에게 <소년 시절의 너> 원작 소설을 전달받아 읽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편집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는데 프로듀서는 소설책 한권을 건네며 다음 프로젝트로 괜찮은지 한번 보라고 했다. 그렇게 읽은 소설에 나도 프로듀서도 완전히 빠졌다.

-차기작 계획은.

=몇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아직은 개발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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