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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희진 어도어 대표 ② "K팝 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은..."
임수연 2023-01-21

- SM엔터테인먼트의 비주얼&아트 디렉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그리고 하이브의 CBO로, 그리고 어도어의 대표가 됐다. 비주얼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브랜드 총괄, 그리고 대표 이사와 총괄 프로듀서가 각각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지 스스로도 알아가는 혹은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겠다. 하이브에서 어도어로 독립한 후 ‘대표’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기로 결심한 연유도 궁금하다. 사실 경영과 프로듀서를 따로 갈 수도 있는데 이들의 독립성이 모두 필요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 총괄 프로듀서를 하기 위해 레이블을 설립했고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 대표직을 맡게 됐다. 창작은 경영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무분별한 예산의 자유를 위함이 아니다. 대중문화 창작의 성공 척도는 숫자로 증명된다. 순수 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선 창작과 경영이 동일 선상에서 중요한 문제로 여겨졌다. 이 업에 종사한 지 올해로 벌써 햇수로 20년이 되었다. 20년간 무수히 많은 헛발질과 시행착오를 목격했다. 20년간 업에서 무엇을 배웠냐고 묻는다면 “아, 저렇게 하면 안되는구나”,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로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창작과 경영이라는 서로 상반된 영역에서의 몰이해로 인한 충돌을 많이 목격했다. 계획 없는 무분별한 지출과 소비는 결코 좋은 창작물과 사업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 자본’을 외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안되는 표현이다. 투자금이 결정되어 투자가 성사된 이후의 실제 세부 레이블 경영 전략은 하이브와 무관한 레이블의 독자 재량이기도 하거니와 난 당시 하이브 외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당시 내게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고,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 ‘무간섭’의 조항은 1순위 였을 것이라 사실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굳이 하이브였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될 텐데, 그 내용을 설명하기엔 지금 인터뷰의 결과 좀 다른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설한다.

뉴진스의 1st EP의 예산 기획은 허투루 짜여지지 않았다. 뮤직비디오 4편의 제작비를 두고도 하이브 자본 얘기가 많더라. 하이브는 어도어의 제작 플랜이나, 비용의 사용처에 대해 일일이 컨펌할 수 없다.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예산은 타 회사나 다른 레이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산에 대한 경험치와 시장 조사를 한 뒤 내가 그것들을 기준으로 제작 예산을 기획했기 때문에 그렇다. 오히려 제작 수량에 비하면 가성비가 월등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예산이 많다고 꼭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오랜 실무로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창작과 비용 집행에 있어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랬기 때문에 빠른 정산이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정산에 대한 내용은 업계 관계자라 하더라도 각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고 특급 보안 사항이기 때문에 제대로 아는 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해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인지 뉴진스 멤버들이 2개월 만에 정산을 받은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더라. 실연권과 정산을 헷갈려하는 이들도 봤고. 규모가 큰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정산이 빠르다는 업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도 봤다. 사실 업계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라 이런 갖가지 추정이 나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겪은 경우만 봐도 이렇게 빠른 정산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데뷔 타이틀 곡이 세 곡인 팀은 없었다. 그리고 데뷔 곡이 모두 빠르게 차트 진입해 장기 톱 랭크된 케이스도 없었고. 시장의 흐름도 이전과 지금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선례가 없을 수 밖에 없고 비교 대상이 없어서 여러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우리의 정산은 나의 너그러운 성향 때문에 이뤄진 것도 아니고, 하이브의 규모 때문에 이뤄진 것도 아니다. 정산이 가능한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다. 정리 하자면 적절한 예산 운영과 트리플 타이틀 전략이 결합되어, 결과적으로 빠른 시일 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타이틀을 세 곡으로 결심했을 때 구성원들도 모두 놀랐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내가 프로듀서이면서 대표이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여러 편 찍는 것 또한 내가 프로듀서이자 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계산식이자 전략이었다. 제작자라면 적어도 대중예술은 숫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창작과 무관한 경영인이 아니라 오히려 창작자이기 때문에 현업에서의 숫자를 만드는 개념과 대안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현실을 정확히 자각하는 만큼 새로운 플랜과 대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레이블의 규모가 커진다면 또 다른 해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내가 수년 간의 고민 끝에 결정한 계획과 방식대로 추진하는 중이다. 음악, 안무, 콘텐츠가 그랬던 것 처럼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선례가 없던 일을 결과로 증명했기 때문에 지금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 과거의 방식과는 다른 조직, 경영 기획이 필요했다. 힘들지만 내가 굳이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어렸을 때는 K팝이나 아이돌 산업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고 들었다. K팝 산업 내부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납득되지 않았던 지점이나 품었던 고민은 무엇이었나. 꼭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산업 내 관습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었나.

= 학창 시절엔 아이돌 문화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좀 비판적이고 비관적으로 보던 편이었고. 그래서 업에 뛰어들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일을 하면서도 사실 거의 모든 요소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 무작정 불만이 많았다기 보다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던 지점이 많았다고 해야 될까. 한두 가지로 꼽을 수 없다. 어쩌면 오히려 그런 오랜 관습이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오기’로 레이블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웃음)

‘산업의 납득되지 않았던 지점’을 말하자니 약간 다른 맥락이지만 최근의 사안이 떠오른다. 나를 마치 성공한 덕후처럼 표현한다거나 뮤직비디오에 제작자의 학창 시절을 투영한다는 등의 가설 말이다. 학창 시절 아이돌 문화와 담 쌓고 지낸 나에겐 정말 와닿지 않는 표현이긴 하다. 사실과 무관한 상상을 실제인 듯 가정하거나 단정하는 것도 위험한데 그 가설을 토대로 비방한다는 것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가늠조차 어려워 안타까운 심정마저 들더라. 확인도 안된 가정된 상상으로 비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워하고 싶은 이유를 어떻게든 만들어 낸 것 아닌가. 산업 내 반복되어온 어두운 그림자를 목격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비단 이번 경우만이 아니라 가끔 이해되지 않는 아이돌 신의 과몰입이 실존한다는 것을 목격할 때 오싹해진다.

-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제작자·프로듀서이기 때문일까,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에게 엉뚱한 비판을 받는다든지, 제3자가 보기에도 너무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그리고 회사 대표로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 내가 느끼는 아이돌 산업은 여러 지점에서 상당히 다양한 모순점과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복잡한 화두인데, 아이돌 산업은 대체로 10대 연령대의 지망생들로 시작해 20대 초반에 정점을 찍는 형태로 구성된다. 대체로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발굴, 육성하기 때문에 회사의 시스템에 의해 교육하고 발전되어온 산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아이돌 지망생들은 최대한 안정적인 회사를 찾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히 팬 층은 지지하는 대상을 위해 누구보다도 그 것을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인지 공교롭게도 회사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태도인 듯 고착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간의 업계 내 각종 사건사고 및 고질적 문제들 때문에 비판과 질타를 멈출 수 없었을 것이란 것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과도한 비난이나 과몰입 등은 그런 고질적 화두에서 시작되어 고착화되어버린 일종의 망령과도 같은 것이라 느껴진다.

적어도 나와 뉴진스의 관계는 스테레오타입의 엔터 노사 관계성에서 확실히 벗어나 있다. 엔터 업계에도 새로운 관계성이 출몰한 것이다. 게다가 나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K팝 산업에 20년째 종사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 출신이다. 이제 회사를 시작하는 내 입장에선 ‘종로에서 맞은 뺨을 한강에서 눈 흘기는’ 관점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 안타깝지만, 업의 고질적 인식을 하루아침에 개선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내 일하는 태도와 결과로 증명해 보이는 수밖에 없다. 뉴진스를 론칭한 지 이제 6개월차다. 내 이름을 걸고 회사를 만들어 처음 시작하는 일이기에 그간 어느 사소한 일 하나 허투루 지나는 일이 없었다. 콘텐츠, 방송, 광고, 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 내 나름대로 새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사소한 일례인데, 뉴진스의 앨범에는 아이돌 팬들에게 인기 아이템인 포토카드를 랜덤 수록하지 않았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상술보다는 진심으로 동하는 마음에 구매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열광하는 반응을 보며 흐뭇했지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어도어라는 레이블과 뉴진스라는 팀을 론칭하며 실험하고 싶었던 것은 정공법으로 어디까지 돌파할 수 있는가였다. 유튜브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랬다. 업의 본질인 노래, 안무, 콘텐츠로 정공 승부를 보고 싶었다. 데이터에 거품이 끼지 않을수록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기준이 되면 다음 스텝은 훨씬 더 과감해질 수 있다. 어찌 보면 포토카드 하나에도 열광해주는 착한 소비자들이다. 그들이 내 마음을 움직인다. 이런 태도의 소비자들이라면 내가 작정하고 쏟아부을 때 어디까지 기뻐할까, 하는 뜬금없는 상상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울컥해진다. 팬들과 티키타카로 콘텐츠를 푸는 것이 재미있다. 회사 대표의 위치만 본다면 “대표가 그런 일도 하나요?”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대표가 되었다고 내 일이 달라진 것은 없다. 필요하다면 만들고 설명하기 어려운 이전에 없던 일은 직접 한다. 레이블 대표로서 나는 소비자들과 이전에 없던 색다른 관계를 맺고 싶다. 어도어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재미’는 많은 것을 바꾼다. ‘재미'는 곧 ‘엔터테인먼트’라는 업의 본질이다. 그 것에 집중 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은 레이블 론칭 초창기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리딩해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좋은 결과물이 선례가 되어야 어도어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업무 레퍼런스로 지침이 될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끝내 애쓴다면 태도에서 드러나는 진심이 꾸준히 스며들어 결국엔 흠뻑 적시는 힘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사진제공 어도어

- 민희진이 너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 뉴진스의 콘텐츠에는 민희진의 자아가 너무 많이 투영되어 있다는 식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앞서 언급했듯, 다소 기괴하게 발전해온 이 아이돌 산업이라는 것은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팀워크를 발휘해 꽃피우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즉, 어른 혼자 해낼 수 없으며 아이 혼자 해낼 수 없다는 업의 숙명과도 같은 본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든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아이돌 업에서 기획자의 역할론이 대두되는 만큼 그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과거 SM 재직 시절엔 내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생각이 회사의 생각으로 대변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도어는 다르다. 내 뜻을 펼치기 위해 설립한 레이블이다. 구성원들은 물론 뉴진스 멤버들도 그 사실에 동의한 인원들의 모임이고. 내가 뉴진스 멤버들과 꾸려나갈 미래는 기존 업계의 움직임과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진스 멤버들은 배우는 단계의 학생들과 다름없다. 어제까지 연습생이었던 친구들이 데뷔일을 기점으로 갑자기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다. 현재 업계 내 ‘아티스트’라는 호칭이 마치 직급이나 직함처럼 불리고 있는 점이 씁쓸하다. 우리 멤버들이 각자가 지향하는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과장하여 대단하게 보이기 위한 장식이나 꾸밈을 더하고 싶지 않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각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발산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각오다. 가능한 억지 포장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K팝 아이돌 산업의 모순을 허물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인 나 또한 내 역할을 굳이 확대해 포장하거나 혹은 반대로 숨길 이유가 없다. 기획자와 멤버 모두가 중요한 것이 K팝 아이돌 제작의 현주소이자 사실이니까.

‘전면’이나 ‘나선다’라는 표현의 기준점은 무엇인가? 나는 기준 없는 개인의 모호한 트집을 비판으로 오인할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밉보였을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비판’에 대한 정의까지 짚지 않아도 온당한 비판인지 아닌지는 충분히 각자 깨달을 수 있다.

<씨네21> 인터뷰니 영화로 비유해 보자면 영화에선 감독의 의도를 작품에 담는 것을 누구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내용을 해석해 충실히 수행해 내는 배우들을 감독의 꼭두각시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감독이 인터뷰하는 것을 나선다고 표현하거나, 작품에 감독의 자의식이 너무 많이 투영되어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경우를 본 적 없다. 영화평론가 김도훈씨도 비슷한 논점의 평론을 하셨더라. 입맛대로 여과 없이 벌이는 논쟁을 아이돌 신에서 유독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이 우연일까. 과거의 인식에서 개선되지 않은 고착화된 무리의 발전되지 않은 사고나 실연자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우려라는 명분 아래 무시하는 태도를 왕왕 목격한다. 아이돌 산업을 예술로 바라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아이돌 문화를 지적할 때 주문처럼 언급되는 꼭두각시나 인형이라는 편견은 과연 누구의 시각인 것인지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 평소 어떤 영화나 음악을 즐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린 시절 영화나 음악 취향은 어땠나.

= 나는 어릴 적 영화광이자 음악광이었다. 중학교 때 주말의 명화를 통해 <마리안의 허상>이라는 영화를 보고 가슴이 뛰어 잠들지 못한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은 셀 수 없이 많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색채, 내러티브를 좋아하고 오즈 야스지로의 느긋한 줄거리와 앵글을 즐겨보던 때도 있었다. 음악은 여러번 밝히기도 했는데 어릴 때부터 시대, 국적,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 취향의 음악들을 골라 듣는 편이다. 그러다 가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음악이라는 것 말고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각기 다른 뮤지션들의 크레딧이나 취향에서 그들간의 교집합이나 관련성을 찾게 되는 일 같은?! 그런 것들을 발견할 땐 너무 뭉클하고 짜릿하다.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무언가 서로 이어지고 통하는 것이 느껴져 이상하게 설레이고 가슴이 뛴다. 얼마 전 BANA로부터 250이 나를 위해 일부러 주문 했다는 LP를 선물 받았다. 몇 달 전에 프랑스에서 찾아서 주문했다고 하는데 받아보고 웃음이 났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취향의 연결고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런 신기한 경험을 할 때마다 내 레이블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른다. 세상엔 너무나 멋진 음악이 넘치고 일상과 삶의 질을 위해 음악은 소중하다. 나를 가슴 뛰게했던 특별한 경험들을 최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