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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고독한 훈련사’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그러나 문제 행동을 하는 개, 개에 관해 잘 모르거나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보호자의 사연을 계속 만나다 보면 때로는 피로감이, 어떤 경우엔 선입견이 쌓인다. 개를 잘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밥을 챙겨주고 산책을 시키고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게 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개의 행복을 위한 고민은 단지 보호자만의 몫이어야 할까. tvN STORY <고독한 훈련사>는 강형욱 반려견 훈련사가 이런 질문들을 안고 전국의 개와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모든 편의 시설과 문화적 인프라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지역은 개가 살아가기에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기준으로 비추어진다. 너른 공간에서 뛰어노는 개들의 모습 위로 “담양은 시골다움이 있어요. 긍께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는 거예요”라는 주민의 자부심이 드러날 때, 삶에는 하나의 가능성이 더해진다. “내가 하루를 버리는 건 내 선택이지만, 만약 내가 개 산책을 안 시켜주면 얘의 하루를 버리는 거죠. 그런데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개들에게는 내 하루가 일주일이잖아요”라는 어느 보호자에게서는 개와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의 일상을 배울 수 있다. 연령대와 생활 방식이 다양한 보호자들과 갖가지 인연으로 만난 개들의 이야기는 믹스견 차별, 반려견 출입이 금지된 공간들, 개 번식장 문제 등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반려견 친화형 주택의 구조, 맹견 보호자가 알아두면 좋은 상식을 소개하고 “(보더 콜리) 새벽이랑 재밌게 놀려면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아요?” 같은 어린이의 질문에 찬찬히 답하는 구성은 이 프로그램이 전하려는 메시지 그 자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듯, 개와 함께 살아가는 일도 그렇다는 것이다.

CHECK POINT

<고독한 훈련사>에서 ‘함께 살기’에 포함되는 존재는 개만이 아니다. 눈을 잃었거나 다리를 다친 개를 비롯해 여덟 마리의 개를 입양 및 임시보호 중인 한 보호자는 자신의 밤 농장에서 다 수확하지 못한 밤을 청설모와 고라니도 먹는다며 “다 같이 먹고 살아야죠”라고 말한다. 지리산 작은 학교에서 개와 함께 뛰어놀던 사람들은 모여 앉아 노래한다. “같이 산다는 건 날 덜어내고 너를 채우는 일/ 같이 산다는 건 내 우주 너의 우주 만나는 일.”(솔가와 이란, <같이 산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