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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6번 칸’, 우정과 영화는 탈선을 필요로 한다
소은성 2023-03-08

핀란드 출신 유학생 라우라(세이디 하를라)는 모스크바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대학의 문학 교수이자 연인인 이리나(디나라 드루카로바)와 함께 1만년 전에 새겨진 암각화를 보러 무르만스크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이리나가 돌연 여행을 취소하고, 라우라는 혼자 무르만스크행 기차에 오른다. 그렇게 하여 그는 2등석 객실 6번 칸에서 긴 여행을 함께해야 하는 광산 노동자 료하(유리 보리소프)와 마주치게 된다. 료하는 열차가 출발하는 순간부터 술을 들이붓고는 취한 채로, 외국인이며 여성인 라우라에게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무례하게 행동한다. 견딜 수 없었던 라우라는 객실을 옮겨보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하지만 기차가 종점인 무르만스크에 도착하기까지 세번의 밤이 지나는 동안, 영화는 국적, 성별, 계급, 성적 지향에서까지 서로 융화되기 어려운 두 사람이 끝내 마주하도록 만든다. 서로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라우라와 료하는 그럼에도 타인에게 닿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만남의 가능성에 관한 테마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농담 섞인 인용으로 제시된다. “우리의 일부만이 다른 이의 일부와 닿을 수 있다.” 다만, 영화는 만남이 가능한 무대를 현재가 아닌 1990년대 후반의 어느 한 시기로 설정한다. 라우라가 암각화를 보러 가려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듯이 여기에서 90년대는, 현재의 근원으로서 노스탤지어와 “모든 게 자꾸 멀어져가는” 감각으로서의 멜랑콜리 사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라우라와 료하, 두 사람의 만남의 가능성을 쉽사리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제74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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