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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재정 작가가 ‘유미의 세포들’를 드라마 제작사에 제안하게 된 배경
김수영 사진 백종헌 2023-03-16

사진제공 스튜디오드래곤

이곳에 남자주인공은 없어. 이곳의 주인공은 한명이거든.”(<유미의 세포들>)

<유미의 세포들>은 송재정 작가가 먼저 스튜디오드래곤에 제안한 작품이다. “<알함브라>를 마치고 쉬다가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비행기 안에서 볼만한 걸 찾다가 친구들에게 ‘<알함브라>처럼 피폐한 이야기 말고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웹툰 몇개를 추천해줬어요. 그중 하나가 <유미의 세포들>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거 꼭 해야겠더라고요.” 로맨스물을 잘 쓰는 후배 작가들이 많으니까 대본은 그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기로 했다.

“겪어보니 신인 작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기획 초기에 컨셉 잡는 일이더라고요. 편성 채널의 요구에 맞는 기획을 내는 피칭도 어려워하고요. 이런 부분은 경험자가 코칭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크리에이터를 떠올렸어요. 외국에선 작가들이 드라마를 회차별로 나눠 쓰는 구조라 크리에이터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죠. 저희는 아직도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크리에이터였지만 제 기획하에 작가가 한두명뿐이라 나중엔 저도 대본을 쓰게 되면서 업무 구분이 애매해지더라고요. 저도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좌충우돌 경험해보고 배운 셈이지요.”

- <유미의 세포들>의 경우 크리에이터로서 어떤 역할이 가장 중요했나요.

= 인기 있는 웹툰이었는데도 아직 원작이 팔리지 않은 상태더라고요. 원작자의 마음에 들 만한 기획이 아직 없었던 거였겠죠. 사실 여자주인공이 여러 명의 남자주인공과 연애하는 이야기는 <섹스 앤 더 시티> 이후로는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려웠거든요. 이걸 납득시켜야 했어요. 이전에 제안한 다른 분들은 아마 미니시리즈를 떠올리셨을 거예요. 저희는 여자주인공의 남자가 바뀔 때마다 텀을 두고 순차적으로 방송하겠다, 시즌제를 활용하겠다고 하니 긍정적인 답이 왔어요. 시트콤 구성으로 하나의 완결성을 가진 에피소드를 떠올렸고 지상파 규격에는 맞지 않을 테니 OTT쪽으로 제안했고요. 세포를 어떻게 구현할까에 있어서도 다들 배우가 쫄쫄이를 입고 등장할 생각을 해서 무조건 애니메이션과 실사로 가겠다고 했어요. 원작가님의 귀여운 그림체가 큰 몫을 하니까 무조건 그걸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어떻게 붙겠냐고 다들 난감해했지만 이런 모험에 동참할 사람들을 찾는 일도 크리에이터의 역할이에요.

▼ 책마다 인덱스를 많이 해둔다. 어떤 새로운 기술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여기에 붙일 만한 스토리를 떠올리는데,그때 인덱스한 것들을 다시 찾아본다.

내 캐릭터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 <유미의 세포들> 이전에도 작가님은 늘 새로운 시도를 해오셨어요. 이전 작품들도 기획서로만 보면 모두가 난감해할 만한 이야기인데요. (웃음) AI 기반의 게임 판타지라든지 웹툰 속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든지요.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 소재가 아니라 장면 하나에서 시작해요. <알함브라>는 이런 장면이 떠올랐어요. 천둥 치고 비가 오는 날, 외국의 어느 허름한 호스텔의 방문을 딱 열었더니 나랑 똑같은 모습을 사람이 나에게 총을 쏘는 거예요. 보조 작가들에게도 이렇게 얘기하면 “뭔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겠다”고 하죠. (웃음) ‘내가 나한테 총을 맞고 죽는다’는 모티브에 꽂혔는데 이게 가능하려면 어떤 설정이 필요할까? 타임슬립으로 미래의 내가 온 걸 수도 있고 내 아바타일 수도 있죠. 어떤 소재나 기술을 더하면 그 장면을 구현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알함브라>가 시작됐어요. 답을 못 찾은 상태로 몇달 돌아다니다가 <포켓몬고> 게임을 알게 됐죠. 그걸 해보고 ‘아, AI 게임으로 가면 되겠다’ 생각했고요.